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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기행

풍류 기행 (34) - 포항 오어사

by 아미타온 2025. 3. 13.

<풍류 기행 (34) - 포항 오어사>

 

 

1. 네 똥이 내 물고기다

 

포항 오어사입니다.

 

삼면의 산과 함께

'오어지'라는 큰 냇가가 흐르는

아름다운 절경에 자리잡은 도량입니다.

 

오어사 절 이름의 유래인

원효, 혜공 스님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오어사(吾魚寺) 절 이름의 유래는

<삼국유사>의 ‘이혜동진(二惠同塵; 혜숙과 혜공이 속세에 묻히다)‘에

수록된 설화에서 비롯됩니다.

 

 

 

오어사 절의 원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였다고 합니다.

 

‘항사’란 ‘항하사(恒河沙)’의 줄임말이고,

‘항하’는 불경에 나오는 인도의 갠지스강의 한자식 명칭입니다.

 

따라서, ‘항사’는 직역하면 ‘갠지스강의 모래알’입니다.

 

불교에서는 항사를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무한수(無限數)'라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삼국유사>에는 이곳에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사람들이 수행했으므로 ‘항사사(恒沙寺)’라 했습니다.

 

 

 

항사사였던 절 이름이 오어사로 바뀐 유래는 

원효 대사와 혜공 스님과 관련 있습니다.

 

혜공 스님은 출가하여 거리에서 술에 취해 삼태기를 지고

노래하며 춤을 췄으므로 부궤 화상(負簣和尙)이라 불리면서

부개사(夫蓋寺)에 머물렀는데, 만년에 이르러 항사사로 옮겨 주석했습니다.

 

그 때 원효 대사가 불교 경전에 주석을 다는

여러 경소(經疏)를 찬술하다가

매번 법사에게 와서 질의하거나 혹은 서로 농담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스님이 개울을 따라가며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고 돌 위에 똥을 누었습니다.

 

혜공 스님이 그것을 가리키며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의 똥은 내 물고기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절을 오어사라 이름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스토리지만,

“네 똥이 내 물고기다”란 법문은

마치 화두처럼 답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화두나 선문답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2. 원효 대사와 혜공 스님

 

냇물이 휘감아도는 절 풍광이 참 예쁩니다.

 

작은 절이지만,

참으로 근사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물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공부하다가 휴식을 취하러

밖으로 나오면 맑은 냇가가 있어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공부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도량을 휘감아 도는 좋은 계곡 때문에

똥이 변해서 물고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생겼나 봅니다.

 

더러운 똥도 보살의 마음의 물로 정화되면

살아있는 물고기로 변한다는 '번뇌즉보리'의

가르침이 살아 숨쉬는 도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효, 혜공 두 분은 신라 10성(聖) 중의  한 분입니다.

 

불교에서 성자(聖者)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살입니다.

 

신라 10성 중 절반인 혜공, 혜숙, 대안, 사복, 원효의

다섯 분은 민중들과 동고동락하는 보살의 삶을 사셨습니다.

 

 

 

원효 대사가 경전의 논서를 쓰면서 의문이 생기면

혜공 스님에게 물었다고 하니 법력이 대단하셨던 것 같다.

 

오어사 유물 전시관에 두 분의 영정이 있어서

두 분의 법력과 보살도를 생각할수 있었다.

 

 

3. 대웅전과 운제산

 

오어사의 중심 법당은 대웅전입니다.

 

대웅전 앞에는 바위산인 운제산이 있습니다.

 

운제산 양쪽 봉우리에 자장암과 원효암이 있습니다.

 

예전에 원효 대사가 두 암자를 짓고

구름으로 다리를 만들어 오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구름사다리' 라는 한자의

'운제산(雲濟山)'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전설은 신라 2대 임금인 남해 차차웅의 비인

운제 부인의 이름을 따서 운제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해는 시조인 박혁거세의 아들로써

박혁거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습니다.

 

 

 

차차웅은 무당이라는 뜻으로

고대는 제정 일치의 시대였기 때문에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관이나

신과 소통하는 무당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자기 이름 뒤에 차차웅을 붙인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합니다.

 

차차웅은 무당뿐만 아니라 '스승' 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운제 부인은 '운제산성모' 라는

농업과 관련된 신격으로 추앙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가뭄이 들었을 때 성모에게 제를 지내면 효과가 있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어사 삼신각에 용왕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대웅전도 좋지만,

절의 서쪽에 있는 절벽과

절 뒷편 자장암이 있는 절벽이 눈을 끌었습니다.

 

저수지와 계곡, 그리고 절벽과 삼면의 산자락이

태양과 어우러지면서 좋은 기운이 모아지는 장소라서

절벽을 보고 있으면 어질어질했습니다.

 

원효 대사를 비롯한 여러 고승들이

수행처로 머물만한 장소긴 했겠구나 싶었습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여래불의

삼존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상호가 환하게 웃고 있어 

부처님께 인사드리니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4. 고려 동종

 

오어사 유물 전시관에는

보물로 지정된 고려 시대 동종이 있습니다.

 

1200년대 조성된 것이니 800년된 고려 동종입니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뉴의 자태도

꽃장식과 함께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동종에 새겨진 비천상과

종을 매다는 '용뉴'와

음향 효과를 위한 용통,

그리고 장식인 용두나 발로 움켜쥔 여의주 등의

금속공예와 조각 솜씨가 정말 뛰어났습니다.

 

 

비천상을 아름답게 조각하는 기술은

신라종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고려 시대로 오면 종의 크기도 축소되는데,

비천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종은

경주의 성덕대왕 신종, 상원사 동종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상원사 동종의 비천상을 봤을 때

동종에 조각된 비천상 중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비천상은 없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오어사의 비천상도 상원사 동종만큼이나 매혹적이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 예술품들이 아름다운 것은

신앙하는 신자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최고의 솜씨와 아름다움을 빚어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알리고, 의례에 쓰기 위해 만들었지만,

불법의 가르침을 언어가 아닌 소리로 담아

지옥 중생을 포함해 일체 중생에게

널리 회향한다는 의미가 동종에 담겨있습니다.

 

그러니 소리를 내는 종은 부처님의 화신이고,

글자로 적히지 않은 경전입니다.

 

공을 들이고 여러가지 장식을 달고 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뜻하지 않은 동종으로 호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