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칠장사
<안성 칠장사>
1. 일곱 악인을 현인으로 교화한 칠현산 칠장사
안성맞춤의 고장 경기도 안성에는 칠장사가 있습니다.
칠장사는 안성에서 제일 큰 도량으로
안성시 죽산면 칠현산(516.2m) 북쪽 중턱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인 636년,
자장 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칠장사(七長寺)’라는 절 이름은
고려 초기 혜소 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일곱 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안성에서 태어난 혜소 국사는
칠장사에서 수행할 때 찾아왔던 7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7인 모두가 도를 깨달아 지혜로운 현인(賢人)이 되었으므로
산 이름을 ‘칠현산(七賢山)’, 절 이름을 ‘칠장사(七長寺)’라고 했습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성향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 불자들은
자신의 성향인 행동과 말로 짓는 악업을
착한 선업으로 바꾸기 위해 수행하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혜소 국사의 교화를 통해
7명의 악인이 지혜로운 현인으로
전변되어 불교 수행자로 거듭났다고 하니
혜소 국사의 법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혜소 국사와 칠장사의 역사
불교 영화 <달마야 놀자>를 보면
조직 폭력배인 악인들을 교화하는
노승의 지혜와 가르침을 아주 코믹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혜소 국사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노승처럼
자비롭게 인욕하며 당차게 7인의 악인을 교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혜소 국사는 칠장사에서 열반에 드셨으며,
보물로 지정된 혜소 국사의 행적을 적은 혜소 국사비가 아직도 칠장사에 남아 있습니다.
칠장사는 고려 우왕 9년인 1383년,
왜구의 침입이 극심할 때 충주 개천사에 있던
<고려왕조실록>을 보관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선 인조 때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가
광해군에 의해 가엾게 죽은 아들 영창대군과
아버지 김제남의 명복을 비는 원당을 삼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칠장사를 크게 고쳐 짓고
직접 글씨를 쓴 불경과 족자를 절에 내려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여러 차례 화재가 일어났으나
절을 지키려는 스님들의 노력으로
터를 옮겨가며 다시 짓고 절을 보존하였다고 합니다.
조선 숙종 30년인 1704년에는
옛터를 회복하여 56동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고,
지금까지 큰 절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칠장사에는 대웅전, 원통전(관음전),
명부전(지장전), 나한전, 극락전 등의
많은 전각들이 잘 남아 있습니다.
3. 대웅전
칠장사의 가장 중심 전각은 대웅전입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땅을 가리키며 마(魔)를 항복시키는
항마촉지인을 하고 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심에 계시고,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과 미래불인 미륵보살님이 협시하고 계십니다.
1685년 조선 숙종 때 조성된 삼존불인데,
그 상호가 엄정하여
부처님 상호를 바라보며 기도드리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4. 원통보전
대웅전 옆에는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원통전이 있습니다.
중생들의 기원을 원만하게(圓) 관찰하여
두루(通) 구제하신다는 의미의 원통보전은
관세음보살님의 공덕과 권능을 표현한 법당입니다.
칠장사 원통전 관세음보살님은 크고 웅장하여
소원성취를 이루고 싶은 불자들이 기도드리면
좋은 보살님이라고 생각합니다.
5. 지장전
원통전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지장보살님을 모신 명부전이 있습니다.
명부전 벽화에는 재미있는 벽화가 여럿 그려져 있습니다.
앞에서 7명의 악인(도적)을 구제한 혜소 국사 스토리가 있고,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의 스토리로 그려져 있습니다.
6. 궁예와 임꺽정의 전설
궁예는 13살 때까지 안성 칠장사에서
활을 쏘며 무예를 단련했다고 합니다.
칠장사 인근에 안성 죽주산성이 있는데,
궁예가 죽주산성의 기훤을 찾아가 세력을 키웠다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어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칠장사에는 어릴 적 백발백중 활을 내는 궁예의 모습과
말을 탄 나폴레옹을 닮은 궁폴레옹의 그림까지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 명종 때 큰 도적인 임꺽정이
스승으로 모셨다는 갓바치 스님 병해 스님이 주석했던 절이었다고 합니다.
갓바치는 가죽신을 만드는 천민인데,
숭유억불의 조선 시대에 스님들이 갓바치를 하며
생계를 꾸려갔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일제 시대 때 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이라는 소설로 유명했는데,
임꺽정이 칠장사에서 병해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임꺽정>이 방영되었는데,
그 때도 도적들이 칠장사에서 병해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장면이 촬영되었습니다.
7. 나한전과 어사 박문수의 전설
그리고, 칠장사 나한전에도 재미있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 영조 때 암행어사로 유명했던 박문수가 33살이 되도록
과거 시험에 급제하지 못해 노심초사했다고 합니다.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칠장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나한전의 나한님께 과거 급제를 기원하며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용하게도 꿈속에서 나한님이 나타나 알려준 시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입시에 영험한 절로 유명해져서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부모님들이 기도하며,
나한전 앞의 다리를 건넌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는 없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기도만 한다고 합격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스스로 시험 공부는 열심히 한 다음에 나한님께 기도해야 되겠죠?
아무튼 여러 가지 전설과
스토리텔링이 많아서
재미있는 도량이 칠장사입니다.
특히, 가을에 칠현산 단풍도 아름답고
코스모스도 예쁘게 피어 있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불보살님들께 인사드리고
기도 드리면 좋은 도량이 칠장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