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27) - 호넨 스님과 선택본원염불집
<나무아미타불(27) - 호넨 스님과 선택본원염불집>
1. 왕생지업 염불위선 (往生之業 念佛爲先)
일본 정토종 조사 중에 호넨(法然) 스님이 있습니다.
호넨 스님은 일본에서 염불하는 정토 신앙을
널리 펼친 유명한 스님입니다.
호넨 스님이 쓴 유명한 책으로
<선택본원염불집>이 있습니다.
<선택본원염불집> 책을 보면
제목 다음에 제사(題辭)가 붙어 있습니다.
南無阿彌陀佛 (往生之業 念佛爲先)
나무아미타불 (왕생지업 염불위선)
'제사(題辭)'는 책의 내용 전체를
한 마디로 간결하게 요약한 말입니다.
<선택본원염불집>의 내용은
바로 이 제사를 부연 설명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택본원염불집>의
제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무아미타불' 소리내어 부르는
칭명 염불이야말로 왕생을 위해 닦아야 할 길(업) 중에서
가장 으뜸되고 중요하다는 선언이 바로 그 제사의 의미입니다.
일본 정토종의 개조이자,
일본 정토 불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넨 스님.
호넨 스님에서 시작된 일본 정토 불교는
<선택본원염불집>의'나무아미타불' 칭명 염불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도도히 흘러오고 있습니다.
2. 호넨 스님의 삶
그렇다면 호넨 스님은 어떤 분일까요?
호넨 스님은 어떤 삶을 살았고,
왜 '나무아미타불' 6자 칭명 염불의 길을 가르치셨을까요?
호넨은 9살 때 아버지를 잃고 고아 소년이 되었습니다.
호넨의 아버지는 무사 계급 출신의 지방 관리로서
지방의 치안 유지를 맡고 있던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금 징수를 둘러싸고 호넨의 아버지와
귀족의 토지를 관리하는 무사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반대편의 무사가 야간에 급습을 해서
호넨의 아버지를 살해했습니다.
억울한 죽음 속에서도 불심이 깊었던 호넨의 아버지는
임종을 앞두고 아들 호넨을 불러서 유언을 남겼습니다.
"무사의 아들로 원한을 품어 복수하려는 마음을 갖지 말아라.
원한을 품어 복수하게 되면 싸움은 후대까지 끊이지 않게 된다.
너는 출가하여 많은 사람들을 미망에서 건져주는 훌륭한 수행자가 되어라."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호넨은 승려였던
외삼촌을 따라 9살의 어린 나이에 출가했습니다.
그는 15살 때 일본 수도 교토의 천태종 총본산인
히에이산 엔랴쿠지에 들어가 수계를 받고 정식적으로 스님이 되었습니다.
호넨은 깨달음을 갈구했습니다.
호넨은 일본 천태종의 개창자인
사이초 스님이 규정한 <산가학생식>의
히에이산 수행 방식에 입각하여 진지하게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천태 교학과 천태 밀교를 공부하며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부하고 수행에 정진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각성과 깨달음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24살 때 호넨은 히에이산 엔랴쿠지를 떠나
넓은 세상을 돌아보면서 만행하였습니다.
자신의 공부와 수행을 점검하고,
다른 종파의 가르침을 통해 배움을 넓혀볼 심산이었습니다.
호넨은 일본 법상종의 본산인 나라 고후쿠지,
화엄종의 총본산인 동대사,
진언밀교의 대찰인 교토의 다이고지 등을 만행하며
여러 고승들로부터 다양한 불교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고뇌하던 호넨은 다시 히에이산으로 돌아왔습니다.
호넨은 히에이산의 많은 경전을 보관하고 있던
서탑 쿠로타니에 은둔하였습니다.
그는 쿠로타니의 모든 경전을 5번이나 탐독하며
자신이 나아갈 길을 간절히 찾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호넨은 중국의 선도 화상이 지은
<관무량수경소>를 열람하게 되었습니다.
"일심으로 오롯이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불러서
가고 오고 머물고 앉고 누움(행주좌와)에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을 묻지 말고
찰나찰나(念念)를 버리지 않는 것을
정정취(극락에 태어나 는 근기의 사람들)의 업이라 말한다.
그 이유는 염불이야말로 저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에 따르는 까닭이다."
호넨은 이 글을 읽고 큰 환희심을 느꼈습니다.
호넨의 나이 43살 때의 일입니다.
호넨의 깨달음을 향한 긴 방황이 끝났습니다.
호넨은 선도의 <관무량수경소>를 만나기 위해
그렇게 오랜 세월 기다리고 헤매었던 것입니다.
호넨은 이제 더 이상 히에이산의 깊은 골짜기인
쿠로타니에 숨어 있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호넨은 히에이잔을 내려와서 교토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중생들에게 자신이 얻었던 그 환희심,
결정 왕생의 전법을 전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호넨은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내어 '나무아미타불'
6자를 외우는 칭명 염불의 한 길을 설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말법 세상의 가엾은 중생들을
반드시 구제해 주시겠다는 서원을 세우신 부처님이다.
아미타 부처님의 제18원의 본원에 의지하면
누구나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에 갈 수 있다"
그는 <나무아미타불>의 6자 명호를 부르는
쉬운 왕생의 길을 제시해 주신
아미타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하자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넨의 가르침에 몰려 들었습니다.
호넨은 출가한 제자의 수가 380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재가 제자들은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재가 제자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쿠조 카네자루'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지금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최고위 관료 귀족이었습니다.
그는 호넨에게 깊이 귀의하여
호넨이 정토의 법을 펼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느날 쿠조 카네자루는 호넨에게 책을 한 권 써 달라고 청했습니다.
"도대체 왜 '나무아미타불' 염불만 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책을 한 권 써 주면
잘 공부해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선택본원염불집>입니다.
호넨은 책 제목을 <선택본원염불집>이라고 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에 의해
선택된 수행인 염불에 대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이것 저것 한눈 팔 여지없이
오직 염불만을 정토왕생의 업으로
선택하여 전수(專修)하라는 것입니다.
호넨은 <선택본원염불집>에서
왜 염불만을 선택하여 닦아야 하며,
어떻게 염불을 닦아 나가야 하는지를
중국 정토종의 도작, 선도를 비롯한
여러 조사들의 견해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나갔습니다.
3. <선택본원염불집>이 제시하는 길
호넨이 <선택본원염불집>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염불 신앙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바른 앎을 통해
확고한 믿음으로 정토 신앙의 한 길로 나아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모르고 가는 믿음의 길은
염불 수행의 길에서 의심의 장애 때문에
아미타 부처님이 주는 본원의 자비를 온전히 받아낼 수 없습니다.
정토 신앙의 길을 바르게 알고 납득해서 의심의 장애가 해소되면
아미타 부처님이 주시는 본원의 가치와 자비를 온전하게 받아낼 수 있습니다.
누가 건드려도 흔들리지 않고 믿음의 길을 힘차게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당대의 염불 행자들이 바르게 알고 가는 믿음을 통해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의 자비에 눈 떠서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누가 건드려도 흔들리지 않고 바위같이 단단한 믿음의 길을 가게 하기 위한
호넨의 큰 자비심에서 탄생한 책이 바로 <선택본원염불집>이었던 것입니다.
호넨은 <선택본원염불집>의 제일 첫 대목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대가 생사를 떠나기를 원한다면,
성도문과 정토문의 2가지 뛰어난 법 가운데서
성도문을 버리고 정토문을 선택해 들어가라.
그대가 정토문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정행(正行)과 잡행(雜行)의 두 수행 중에서
잡행을 버리고 정행을 선택하여 귀의하라.
그대가 정행(正行)을 닦기를 원한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정업(正業)과 조업(助業) 두 가지 업 중에 조업을 물리치고
오직 정업만을 선택하여 오롯이 하라.
정업(正業)은 곧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염불인 것이다."
4. 신앙과 선택
저는 정토 불교를 공부하면서
호넨의 깨달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호넨의 <선택본원염불집>을 읽었을 때 매우 신선했습니다.
어떤 면이 신선했는가?
첫째는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에 따르는 염불'이라는 것을
앎에서 오는 호넨의 깨달음의 환희와 관련된 측면이었습니다.
신앙의 확신이 불교의 깨달음처럼
신앙을 하는 이유에 대한 선명한 앎과 인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신앙은 내가 좋아하는 불보살님께
나의 원함을 간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불보살님의 원력과 나의 원함이 닿아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소중한 앎을 갖게 되었습니다.
왜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가?
호넨의 깨달음에 의하면 극락 왕생을 바라는 나의 바람과
아미타 부처님의 18원의 원력이 서로 상응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극락 왕생을 내가 간절히 원하고,
나의 원함이 아미타 부처님의 원력과 상응하는
길을 가면 마치 과녁 중심에 화살을 보내듯 왕생한다는 앎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정말로 원해야 하는 것을 세워야 함을 알게 되었고,
나의 원함과 닿을 수 있는, 상응할 수 있는
불보살님의 원력을 알아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불법을 언제나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바라며
그 환경 중에서 극락 정토야말로 최고의 장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원함을 '극락 왕생'으로 정하게 되었고,
아미타 부처님의 18원에 상응하는 염불의 길을 선택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는 호넨이 주창한 '선택'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측면이었다.
호넨은 한 권의 책을 읽다가
아미타 부처님의 제18원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었다.
말법 세상의 불쌍한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구제하겠다고 서원하신
아미타 부처님이야말로 자신이 찾고 있는 부처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교에는 수많은 부처님들이 계시지만,
자신이 귀의해야 하는 원불로 아미타 부처님을 선택했습니다.
경전에서 설하는 아미타 부처님께로 향하는 많은 길 중에서
호넨은 아미타 부처님께서 18원으로 약속하신 칭명 염불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호넨의 확신은 선택에서 온 확신이었습니다.
오롯히 걸어가야 할 나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선택에서 온 확신이었던 것입니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나의 원불을 선택하는 것이고,
나의 바램을 선택하는 길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 선택에 충실하고 선택에 헌신하는 것이
바로 신앙의 길입니다.
호넨이 선택한 신앙의 길은
아미타 부처님의 제18원에 입각한 '선택본원염불'의 길입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확신을 얻었고,
그 어떤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걸어 갔으며,
자신이 제시한 길을 선택한 다른 존재들까지도 안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호넨의 선택의 길을 통해
저는 신앙에서 선택의 중요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부처님과
내가 선택한 구원의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것이
이 생에서 남는 장사라는 것을 호넨의 삶을 통해 잘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