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52) 코살라 국왕의 패배 이야기
<법구경(152) 코살라 국왕의 패배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꼬살라 국왕 파세나딧 왕아 전쟁에서
자기 조카 아자따삿뚜에게 참패한 일과 관련하여
게송 201번을 설법하셨다.
아자따삿뚜는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과
코살라 국의 파세나딧 왕의 여동생 위데히 왕비 사이에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여 자기 아버지 빔비사라 왕을 감옥에 가두어 굶겨 죽이고
왕권을 잡을 정도로 거친 성품이었다.
그의 정복욕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아 후에는
자기의 외삼촌인 코살라 국의 파세나딧 왕과도 전쟁을 벌여
카시카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영토를 확장했다.
코살라의 파세나딧 왕은
자신의 친조카와의 세 번에 걸친 전쟁에서
모두 패하여 국토의 일부를 빼앗기게 되자,
자기의 늙음과 기력의 쇠진함을 통감한 나머지 수치와 좌절의 번민에 빠졌다.
그는 비탄에 잠겨 중얼거렸다.
'아, 얼마나 못난 일이냐!
젖비린내 나는 어린 것에게 패하다니!
차라리 내가 전쟁터에서 죽었더라면
이런 수치와 고통을 겪지 않아도 좋았을 게 아닌가!'
그날부터 왕은 음식을 거절하고 침상에 누워서만 지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마른 풀잎 들판에 불이 번지듯 부처님께도 전해졌다.
왕의 소식을 전해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남을 정복한 자에게는 증오와 원망이 뒤따르고,
남에게 패배한 자에게는 절망과 고통이 뒤따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승리자는 원수를 얻고
패배자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
승리도 패배도 모두 버리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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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부
옛날 직장에 축구팀이 있었습니다.
공휴일에 두 팀으로 축구 시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공만 차면 긴장이 덜해 재미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는데,
아이스크림 내기를 할 때와 안 할 때
공을 차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이기면 승자의 여유 속에서 패자를 놀리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지게 되면 아이스크림까지 사 주고
패자를 조롱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상대를 보는 속은 약간 쓰립니다.
이 정도 승부의 유희,
승부의 재미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대충대충 축구를 하다가
뭔가 타이틀이 붙으면 피가 튀기고
태클이 들어오는 살벌한 승부를 연출하는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한 사람을 볼 때가 있습니다.
승리한 후에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조롱으로 적을 만들거나,
패배한 후에는 필요 이상의 실망을 보이고
상대에 대한 적의로 즐거운 축구 경기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재미있기 위해 하는 승부이고 타이틀인데,
승부와 타이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는 탐욕과
승자의 위세와 패자의 좌절이 뒤섞인 싸늘한 분노와
왜 축구하는지 목적을 상실되어버린 어리석음이라는
탐진치의 삼독이 증장되는 승부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승리도 패배도 모두 버리고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가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다르마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2. 경쟁
현대를 경쟁 사회라고 합니다.
경쟁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경쟁과 라이벌의 존재는 서로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 과열된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으로 고통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능 성적에 비관하여
또 몇 명의 학생이 투신자살을 할지도 모르고
합격한 승자의 환희와 함께
탈락한 패자의 눈물로 고통의 밤을 지샐지도 모릅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 인간의 삶의 목적입니다.
좌절과 불행과 고통 속으로 인간을 내모는 경쟁이라면
그 경쟁을 하는 목적과 이유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그 경쟁을 하는 과정과 방법이 공정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 제기와 통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승리도 패배도 없이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갈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쟁의 과정 자체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이 증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불행할 수 밖에 없슴을 통찰해야 합니다.
국가간의 패권이 걸린 전쟁에서
새파란 애송이 조카에게 패배했다는 것.
패배한 파세나딧 왕에게는 치욕이자 좌절이자 고통입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탐진치가 극대화되어 일어나는 불행의 폭탄입니다.
승리자는 승리자로서의 영광을 가져갈지 모르지만
상처뿐인 영광이고 원수를 얻습니다.
패배자는 패배의 쓰라린 상처와 함께
상대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를 불행으로 내모는 전쟁과 같은 경쟁.
전쟁은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3. 수행자
수행자는 근본적으로
남과의 비교 속에서
경쟁에서 승리하여
승리의 환희를 맛보기 위해 수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수행자는 자신을 상대하는 사람입니다.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탐진치를 소멸하고
자신의 향상을 위해 지혜와 자비로운 인격을 닦아나가는 사람입니다.
승리와 패배를 벗어나
진정 평화롭고 행복한 수행자가 되려면
이러한 수행자의 본질을 또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