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교 사찰 기행(35) 가마쿠라 동경사
<일본 불교 사찰 기행(35) 가마쿠라 동경사(東慶寺) >
1. 가마쿠라 비구니 스님 도량, 동경사
오늘은 가마쿠라 동경사(東慶寺)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말로는 '도게이지' 라고 합니다.
동경사는 가마쿠라 초입인 기타(北) 가마쿠라 역 앞에 있는
비구니 스님 선종 도량입니다.
동경사는 들어가는 소박한 초암 지붕이 인상적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이 아주 좋습니다.
2. 수행 환경
입구에는 관람료를 받지 않고 “수행하는 도량이니
참배하실 분만 들어와 참배하십시오“라고 적혀 있습니다.
참선 수행하는 선종 도량의 수행 환경을 지키기 위해
관광객은 받지 않고 참배객만 받는 도량입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가마쿠라 사찰은 관람료로 돈은 많이 벌지만,
수행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수행 환경을 위해 관람료를 포기한 도량이라서 신선했습니다.
사찰은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는 도량이므로
우리도 조용히 참배하는 사찰 예절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소박한 산문에서 바라본 동경사입니다.
참배로를 따라 푸른 나무들이 가득해서 눈이 시원합니다.
우리 나라 산사에 온 듯한 정갈함이 있습니다.
동경사에서 반찬으로 쓸 우메보시를 말리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가을 산사에 가면 곶감을 말리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소박한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3. 6바라밀
작지만 단아한 동경사 본당입니다.
본당 중앙에 독특하게 '바라밀'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라밀은 ‘파라미타(paramita)'를 번역한 말로서
‘열반의 언덕으로 건넌다’는 ‘도피안(到彼岸)’의 뜻입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의 6바라밀로
중생과 함께 고통의 언덕에서 열반의 언덕으로 건너는
6바라밀행을 실천하는 대승 보살도의 가르침입니다.
참선하는 선종 수행자라도
대승 불교의 본질은 중생 구제의
6바라밀행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경책입니다.
본당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본존으로
동경사의 조사 스님들이 협시하여 모시고 있습니다.
조용한 산사에 온 듯한 평화로움 속에서
부처님을 참배하고 기도를 드리니 참 좋습니다.
4. 여인 구제의 도량
한편, 동경사는 여인 구제의 사찰로 유명합니다.
옛날 일본 에도 시대에 남자는 마음대로 이혼할 수 있었지만,
여자는 남편이 동의한 이혼장이 있어야 이혼할 수 있었습니다.
에도 시대 때 이혼하려는 여자들이 동경사로 도망와
3년이 지나면 남편의 이혼장 없이도 이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녀이자 히메지 성의 공주였던
센 히메가 남편을 잃고 말년을 동경사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쿠가와 쇼군의 명령으로
이혼하려는 여인 구제의 명령을 누구도 어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혼하려는 여인이 도망와서
짚신 한짝이라도 동경사 대문에 던져버리면
뒤쫓아온 남편이나 추적자들이 그녀를 잡아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경사를 일본에서는 '절연(絶然)의 절'이라고 합니다.
이혼하여 인연을 끊는 절이라는 뜻입니다.
좋은 사람과 만나는 결연(結然)도 쉽지 않지만,
싫은 사람과 헤어지는 절연(絶然) 또한 쉽지 않습니다.
잘 만나고, 잘 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동경사는 일본 영화의 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2015년 개봉된 <뛰어드는 여자와 뛰쳐 나가는 남자>라는
영화가 동경사에 뛰어든 여인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조선 시대 정절을 강요받던 여인들의 애환처럼
일본 에도 시대에도 여인의 애환과 고통은 많았는가 봅니다.
산쪽으로 올라가면 일본 천황의 딸로 선사가 된
동경사 개산조 비구니 스님의 정갈한 동굴 묘소가 있습니다.
작지만 험준한 산이 많은 가마쿠라는 작은 동굴이 많아
그 속에 고승의 묘소를 조성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푸른 풀과 이끼가 싱그러운 동경사는
춘하추동 꽃들이 피는 예쁜 절로 유명합니다.
가마쿠라의 유서깊은 여인 구제의 도량 동경사!
산사의 소박한 선종 도량의 기운을 느끼기에 좋은 도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