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94) - 털을 갖고 다툰 아이와 선인(仙人)
<백유경(94) - 털을 갖고 다툰 아이와 선인(仙人)>
옛날에 어린 아이 둘이서 강에 들어가 놀다가
강 바닥에서 털 한 움큼을 찾았습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큰 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두 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손바닥에 있는 것은 공작의 똥과 같다."
이처럼 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선인을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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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문서답
‘털 한 줌’을 갖고 무엇인지 물었는데,
‘공작의 똥’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그야말로 동문서답(東問西答)입니다.
2. 바른 설법
불교의 <보살계> 중에
“잘 알지 못하면서 스승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보살은 경전을 잘 배우고 계율을 잘 지켜서
경전과 계율의 뜻과 인연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가르침이 필요한 사람에게
바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전과 계율의 내용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짓입니다.
그러면 자신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망치게 됩니다.
남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사람은
바른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합니다.
질문에 대해 쓸데없는 것은 말하면서
바른 이치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저 선인이 묻는 것에는 대답하지 않고
쌀과 깨를 씹어 뱉으면서 엉뚱한 말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처님의 법을 바르게 알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질문에 바른 답을 주는 진실한 불자가 됩시다.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