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백유경(94) - 털을 갖고 다툰 아이와 선인(仙人)

아미타온 2025. 5. 27. 18:30

<백유경(94) - 털을 갖고 다툰 아이와 선인(仙人)>

 

<영주 기흥리 마애 불상>

 

 

옛날에 어린 아이 둘이서 강에 들어가 놀다가

강 바닥에서 털 한 움큼을 찾았습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큰 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두 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손바닥에 있는 것은 공작의 똥과 같다."

 

이처럼 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선인을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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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문서답

 

‘털 한 줌’을 갖고 무엇인지 물었는데,

‘공작의 똥’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그야말로 동문서답(東問西答)입니다.

 

 

2. 바른 설법

 

불교의 <보살계> 중에

“잘 알지 못하면서 스승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보살은 경전을 잘 배우고 계율을 잘 지켜서

경전과 계율의 뜻과 인연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가르침이 필요한 사람에게

바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전과 계율의 내용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짓입니다.

 

그러면 자신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망치게 됩니다.

 

남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사람은

바른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합니다.

 

질문에 대해 쓸데없는 것은 말하면서

바른 이치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저 선인이 묻는 것에는 대답하지 않고

쌀과 깨를 씹어 뱉으면서 엉뚱한 말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처님의 법을 바르게 알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질문에 바른 답을 주는 진실한 불자가 됩시다.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