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

풍류 기행(40) 안성 봉업사지 & 태평미륵

아미타온 2025. 6. 16. 12:24

<풍류 기행(40)  안성 봉업사지 & 태평미륵>

 

 

 

 

1. 안성 죽산면

 

안성은 우리 나라 미륵 성지입니다.

 

그 중에서 안성 죽산면의

태평 미륵 부처님이 제일 유명합니다.

 

지금의 안성은 일제시대 때

안성, 죽산, 양성의 3개현이 통합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죽산은 다시 일죽면, 이죽면, 삼죽면으로

편의상 지명으로 나뉘어졌고,

최근에 이죽면이 죽산면 이라는 원래 지명을 되찾았습니다.

 

죽산(竹山)은 예전부터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지금은 안성읍 쪽이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기 때문에 죽산이 쇠퇴했지만,

죽산은 충주, 조령 방향으로 가면 영남, 천안 방향으로 가면 호남으로 가는

경기도 초입에 위치해서 내륙 교통의 요지로서 삼국시대부터 번성했습니다.

 

 

2. 봉업사지

 

죽산면에는 봉업사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고려 시대 경기도에서 가장 큰 세 사찰 중의 하나였습니다.

양주 회암사지, 여주 고달사지와 더불어 가장 규모가 큰 절이었습니다.

더욱이 태조 왕건의 초상을 모신 절로 논산 개태사와 더불어 권위 있던 도량입니다.

 

홍건적의 난 때 피난갔던 공민왕이 돌아오는 길에

봉업사의 태조 왕건 초상에 인사를 올리고 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태조 왕건의 고려 창업을 받드는 도량이라는 뜻의 봉업사(奉業寺)입니다.

 

2,400여칸의 많은 건물에

수천의 승려들이 거주하던 도량으로 번성했고,

봉업사 주위로 여러 절과 미륵당이 있어

죽산은 ‘경기도의 경주’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그 봉업사는 고려가 멸망하고 폐허가 되어

푸른 잡초 가득한 황성옛터가 되어 있습니다.

 

1층 탑신이 길쭉한 고려 전기 탑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봉업사지 5층석탑만이 의연하게 우뚝 서서

이 곳이 번성했던 죽산의 중심임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죽산읍내 입구에는 몽고 침입 때 죽주산성에서

몽고군을 물리친 송문주 장군 동상이 있습니다.

 

석탑과 동상이 죽산의 역사와 고난을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태평 미륵

 

태평 미륵 석불입니다.

 

매산리 미륵 석불이라고도 합니다.

 

죽주산성 아래 위치한 태평 미륵 부처님은

몽고군을 물리친 송문주 장군과 김윤후 장군의 우국충정을 기리고

이 두 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건립되었다고 전해지는 미륵 불상입니다.

 

4m의 몸체에 비해 거대하고 뾰족한 두상이

신체 비례에는 맞지 않지만,

특이한 모습이라 한번 보면 각인된 정도로 강렬한 인상입니다.

 

 

몽고군을 물리친 두 장군의 기운이 응집되었는지

미륵 부처님의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올 것 같은 안광의 파워가 대단합니다.

 

비를 막고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도록 기둥 돌에 튼튼하게 누각이 씌워져 있고,

그 안에 계신 태평 미륵 부처님의 모습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보살님에 대한 신앙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지금은 미륵 부처님을 신앙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대입니다.

 

그러나,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에는

미륵 부처님을 원불로 모시고 신앙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혁명가들은 새 시대를 꿈꾸며 미륵 부처님의 도래를 기다렸지만,

백성들은 두손 모아 소박한 소망을 기원드릴 수 있는 부처님이 필요했습니다.

 

부처님을 길가에 조성해서 백성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는데,

대부분 미륵 부처님이시고, 특히 안성 지역에 미륵 부처님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이야 언제 어디서나

절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인사드리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큰 절이나 법당은

귀족들만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고,

많은 민초들은 길가에 세워진 미륵 부처님께

기도하며 신앙 행위를 하였을 것입니다.

 

 



한 가족이 미륵 부처님 주위를 탑돌이하면서

공손하게 미륵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천년의 긴 세월 동안 저 가족과 같은 수많은 민초들의

마음의 소원과 기도를 받으셨을 미륵 부처님!

 

천년의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받으신 부처님은

기원의 힘이 응축된 특별한 기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은 예배의 장이면서 법회, 공부의 장입니다.

 

각 전각에 모셔진 불보살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의 한 구절이나 진언이라도

독송하면 훨씬 더 느낌이 다릅니다.

 

도량을 참배할 때 신앙의 뇌가 새롭게 열려서

확장된 신앙의 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에 가면 예배만 하지 말고

불보살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 구절을 준비해 가서

가르침을 배워올 수 있는 고급 신앙을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