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35) - 작은 아미타불>
1. 나무아미타불
"내 몸이 죽고 사는 무상의 도리를 자각하고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해
단 한번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한 뒤에는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닙니다.
마음도 아미타 부처님의 마음,
행동도 아미타 부처님의 행동,
말도 아미타 부처님의 말입니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목숨도 아미타 부처님의 목숨,
죽어가는 목숨도 아미타 부처님의 목숨입니다."
2. 불행한 중궁 키시
이 편지도 동국대 김호성 교수가 번역한
<나무아미타불>에 나오는 일본 잇펜 스님의 편지글입니다.
일본 천황의 왕후인 중궁(中宮)이었던 권력자의 딸,
이마데가와인 키시(今出河院嬉子, 1252~1318)라는 여인에게
잇펜 스님이 보낸 편지입니다.
중궁 키시는 근위 대장과 태정 대신을 지낸 권력자의 딸이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아버지에 의해 10살에 입궁했고,
그해 가을에 일본 천황의 제2왕후인 중궁으로 책봉되었습니다.
중궁은 비록 황후 아래였지만,
황실의 정략적인 결혼 관계 속에서 황후와 중궁은 대등했습니다.
키시는 일본 천황의 제2왕비였지만 불행했습니다.
천황은 황후만을 편애했고,
황후 지지 세력들의 견제와 질투를 견뎌내기 어려웠습니다.
태정 대신(국무총리)이던 아버지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남에 따라
어린 그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그녀를 비호해주던 아버지가 죽자
16살의 키시는 왕궁에서 쫓겨나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일상은 답답하고 하루하루는 고통스러웠습니다.
몇 년 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오빠가 새롭게 권력자로 부상했습니다.
그녀에게 황후의 존호가 내려졌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키시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3. 일 아미타불
'잇펜'이라는 전국을 떠돌면서 대중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을 가르친다는 떠돌이 스님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잇펜 스님을 만난 사람들은 잇펜 스님을 성자로 칭송했습니다.
키시는 잇펜 스님의 가르침대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시작했습니다.
키시는 출가를 결심했습니다.
가족들도 애써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아이도 없이 평생을 살아야 할 그녀가 가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가한 중궁 키시는 잇펜으로부터
‘일 아미타불(一 阿彌陀佛)’이라는 법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왜 자신이 ‘일 아미타불’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잇펜에게 편지로 법명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제가 왜 일 아미타불인가요?"
잇펜 스님은 키시에게 답변을 보냈습니다.
인생의 무상함을 자각하고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여
단 한번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행무상은 삼법인의 제1진리입니다.
키시는 권력자의 딸로 태어나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궁중의 암투 끝에
아버지가 죽자 끈 떨어진 연처럼 궁중에서 쫒겨났습니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중궁까지 올랐지만,
궁중의 암투 끝에 집에 돌아와 있던 그녀는
인생무상의 이치를 누구보다 절절히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불법에 귀의하게 되는가요?
대부분 인생무상을 절절히 느낄 때입니다.
인생의 허망함을 뼛 속 깊이 느낄 때
제행무상을 깨닫고 불법에 귀의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빠를수록 좋습니다.
불법에 귀의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16살 젊은 나이에 인생의 무상함을 깨달았고,
잇펜 스님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4. 작은 아미타불
인생무상을 깨달은 그녀가 귀의한 불법은
<나무아미타불>이었습니다.
그녀는 무상한 인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출가하여
자신의 오롯한 귀의처를 아미타 부처님으로 선택했습니다.
잇펜 스님은 말했습니다.
인생무상을 스스로 자각하고 무상함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으며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여 <나무아미타불>을 단 한번이라도 외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라고.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요?
무상한 인생에 부초처럼 떠다니는 내가 아니라,
아미타 부처님의 은혜 속에서 나는 새롭게 태어납니다.
잇펜 스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나는 작은 아미타불로
다시 태어납니다.
죽은 후에 극락에 왕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순간 이 생에서
연꽃 속에서 작은 아미타불로 새롭게 왕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잇펜은 그녀에게 '일 아미타불'이라는 법명을 내렸습니다.
삼귀의를 하고 수계를 받고 법명을 받으며
불자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거치듯이
잇펜은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여 염불하는 순간
'일 아미타불'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자신의 명호가 '일 아미타불'이라는 것을 자각한 순간
그녀는 아미타 부처님과 하나가 됩니다.
마음도 아미타 부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행동도 아미타 부처님의 행동으로 살아가고,
말도 아미타 부처님의 말로 살아갑니다.
삼업 청정을 넘어
아미타 부처님과 삼업일체의 삶을 살아가는
새롭게 태어난 존재가 바로 너 '일 아미타불'임을 자각하라는 것입니다.
'일 아미타불'이라는 법명을 받은 순간
나와 아미타 부처님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 마음까지 아미타 부처님과 합일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나의 목숨도 나의 목숨이 아닙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목숨입니다.
살아있는 목숨도 아미타 부처님의 목숨,
죽어가는 목숨도 아미타 부처님의 목숨입니다.
무상한 '나'를 버림에 의해 나는 무화(無化)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상한 '나'를 버림에 의해 나는 작은 아미타불로 태어납니다.
작은 아미타불로서 나의 신구의 삼업의 삶은 물론
나의 명줄마저 아미타 부처님과 힙일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원력에 의지하는 삶만이 아니라.
아미타 부처님의 원력에 동참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일 아미타불.
이 멋진 이름이 너의 정체성이다.
너의 정체성을 깨달아라.
잇펜 스의 짧은 편지는 이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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