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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3월 일본 교토 여행 후기(8) - 정토진종 세계문화유산 서본원사

by 아미타온 2026. 5. 5.

< 3월 일본 교토 여행 후기(8) - 정토진종 세계문화유산 서본원사 >

 

 

 

교토에서의 셋째 날 아침입니다.

 

이른 시간에 눈을 뜨고,

기도를 올리기 위해 서본원사로 향했습니다.

 

일본 정토진종 도량인 동본원사와 서본원사는

교토 역 근방에 나란히 있어 

교토 역 근처에 숙박하면 기도하러가기 좋습니다.

 

두 도량은 일본의 여느 사찰과는 다르게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관람료를 받지 않습니다.

 

부처님을 참배하고 기도하러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돈을 받지 말라는 신념이 있는 도량입니다.

 

서본원사로 가는 골목길에는

크고 작은 탑두 사원(부속 사찰)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 중 한 암자에서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어산(漁山)의 암자’라는 글씨와 함께,
하프를 연주하는 천녀와 새들이 어우러진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
마치 소리 없는 염불이 공간에 흐르는 듯했습니다.

 

 

 

교토의 외곽 오하라의 승림원에 가면
아주 멋진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오하라 승림원은 음악 염불,

즉 ‘어산의 염불’이 시작된 곳입니다.

 

중국 오대산의 음악 염불을 듣고 큰 감명을 받은

일본 천태종의 한 스님이 창시한 음악 염불입니다. 

오하라 승림원 법당에 가서 음악 버턴을 누르면

일본풍의 장엄한 어산의 염불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범패와 비슷합니다.

 

 

서본원사에 도착했습니다.

 

서본원사는 일본 불교 정토진종의 중심 사찰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교토에 동본원사와 서본원사가 나뉘어 있는 이유는
일본 전국 시대의 역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래 본원사는 지금의 오사카성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다 노부나가의 불교 억압 정책과 충돌하며
10년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교토로 옮겨지게 됩니다.

 

이때 세워진 것이 지금의 서본원사입니다.

 

 

 

이후 일본 권력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
강력했던 정토진종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동쪽에 별도로 동본원사를 세워
두 세력을 분리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오늘날 교토에서는 동본원사와 서본원사가
미묘한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종파 불교인 일본 불교에서

사찰수, 신도수가 가장 많은

최대 종파가 <나무아미타불> 염불 종파인 정토진종입니다.

 

법당의 규모, 전법 활동, 사회 참여까지
서로 더 나아지려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강한 경쟁자가 있다는 것이
결국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본원사는 새벽 6시부터 예불이 시작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일본 정토진조 신도분들이

신란 스님을 모신 어영당으로 이동하여
본예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미타당에 머물며
조용히 법화경 독송과 염불 기도를 올렸습니다.

 

내가 하는 것은

오직 정갈하고 열심히 기도하는 것뿐.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은 부처님이시니,

기도를 들어주고 말고는 부처님께 맡기고,

나는 오롯이 정성껏 정성껏 기도하면 됩니다.

 

기도의 결과에 집착하면
번뇌가 생기고,
진실한 마음이 흐려집니다.

 

 

 

오히려 링 위에서 상대와 마주하듯
부처님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마음,
그 진지함이 기도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정하고,
간절히 기도하며,
이루어지면 감사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의 부족함을 부처님께 다시 물어야 합니다.

 

그 솔직함이
기도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니
서본원사 경내에는

연분홍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종달새 한 마리가
벚꽃 아래를 돌아다니며 소리를 냅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문득 신사임당의 화조도가 떠올랐습니다.

 

아, 이런 순간을 보고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구나…

 

 

서본원사의 당문은
교토 3대 당문 중 하나로, 일본 국보입니다.

 

 

오랜 복원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된 모습은
금빛과 색채가 매우 화려했습니다.

 

 

 

문에 새겨진 사자들은
각기 다른 자세로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식 속에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엄숙함 속에서도 생명력이 흐르는 공간.

 

그것이 바로
서본원사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합니다.

 

 

서본원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역사와 수행, 그리고 인간의 치열한 삶이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전쟁의 시대를 지나
평화의 기도를 이어온 자리.

 

그리고 지금은
벚꽃과 새소리 속에서
조용히 마음을 비추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