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91) 없는 것을 달라고 한 사람>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깨를 실은 수레가 언덕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레를 끌던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험한 길을 빠져 나갈수 있도록 수레를 좀 밀어 주시겠소?
두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겠소?”
수레꾼이 말했습니다.
“없는 것을 드리리라.”
두 사람이 수레를 평지까지 밀어준 뒤 수레꾼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주기로 한 것을 주시오”
수레꾼이 말했습니다.
“물건이 없소이다.”
두 사람 중 한명이 다시 말했습니다.
“주겠다고 한 것을 주시오”
그러자 둘 중 다른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저 사람이 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 화낼 것이 없소이다.”
처음 말한 사람이 다시 말했습니다.
“없는 물건이라는 그것을 주시오.
‘없는 물건’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 아니요?”
그러자 나머지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 ‘무물(無物, 없는 물건)’이란 두 글자가 합해져서 뜻을 갖게 된 것으로
‘가명(假名, 헛된 이름)’이라 하는 것인데, 이름을 빌어 표시하는 것일 뿐
실제 사물과 대응하는 것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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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공묘유
‘없는 물건(無物)’은 실제로 있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없는 물건’이라는 허망한 이름에 집착하여
그에 상응하는 실제 물건이 있다(有)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불교 용어 중에 ‘공(空)’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벌에 쏘였을 때 살은 부풀어 올라 있지만,
속은 비어 있는 것과 같이 ‘텅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모든 현상과 사물은 ‘영원하고 독립적인 실체’가 있는 듯 하지만,
깊이 통찰하면 서로간의 인연과 조건에 의해 화합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인연화합으로 존재하는 현상과 사물의 실상은
‘영원하고 독립적인 실체’가 없이 텅 비어 있는 ‘공’이라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표현합니다.
실체가 없이 공하지만,
인연 화합하여 묘하게 있다는 뜻입니다.
2. 공(空)
왜 불교에서 ‘공(空)’을 중요시할까요?
모든 현상과 사물의 실상이 공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있다’는 것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인연과 조건을
바르게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마인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화가 날 때 ‘화’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空)하므로
관계의 인연과 조건을 차분하게 통찰할 수 있게 합니다.
공하다는 것을 자각하면 ‘없는 물건’에 집착하여
무언가를 바라고 구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즉, 집착의 마음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자유와 평안의 마음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을 보며
공(空)을 통찰하여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합시다.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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