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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90) 나찰로 착각하고 도망친 악사들

by 아미타온 2025. 4. 29.

<백유경(90) 나찰로 착각하고 도망친 악사들>

 

<서산 상왕산 개심사>

 

 

옛날 건달바국(乾陁衛國)에 공연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악사(樂士)들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나라에 흉년이 들어서

그들은 식량이 있는 곳을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가는 도중에 그들은 바라신산(婆羅新山)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귀신인 나찰이 많았습니다.

 

마침 밤이 되어 여러 악사들은 산 속에 모여 함께 잠을 잤습니다.

산 속에는 바람이 차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악사들 중에 추위를 타던 사람이

나찰 분장의 옷을 입고 불을 쪼이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동행 중에 어떤 이가 잠이 깨었다가

불 곁에 어떤 나찰이 앉아 있는 것을 얼핏 보고는

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에 서로 놀라 다른 동행들도 모두 도망갔습니다.

 

<서산 개심사 대웅보전>

 

그러자 나찰의 옷을 입고 있던 이도

덩달아 그들의 뒤를 쫓아 죽어라 뛰었습니다.

 

동행들은 그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해치러 온다고 생각하고는 더욱 놀라고 두려워하여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구렁에 몸을 던졌습니다.

도망치느라 몸에는 상처가 생기고 극도로 피로하여

모두 쓰러졌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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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겹벚꽃>

 

1. 두려움

 

나찰은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무서운 악귀입니다.

인도 사람에게는 가장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나찰이 많다는 산에서 한밤중에 나찰을 만났으니

악사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그래서, 두려움에 휩싸여 나찰의 정체를

정확히 살피지도 않고 덩달아 도망쳤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자신이 살펴야 할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경거망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개심사 청벚꽃>

 

2. 정견

 

불교에서 8가지 바른 수행의 길은 8정도의

제일 첫 번째가 정견(正見)입니다.

바르게 보는 것입니다.

 

진리를 바르게 보고, 자신을 바르게 보고,

주변을 바르게 보는 것입니다.

바르게 보지 않으면 무지(無智)를 낳습니다.

 

무지하면 어리석어지고,

자기 감정과 번뇌에 빠져 혼란스럽게 됩니다.

 

두려움 또한 무지에서 생겨납니다.

 

저 악사들이 나찰의 정체를 바로 보지 못해

막연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확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바르게 보는 정견(正見)이 중요합니다.

 

정견은 밝은 지혜를 낳고,

어리석은 번뇌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로차리면

살아날 길이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르게 보는 정견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경거망동하는 저 악사들을 보면서

바르게 보는 정견의 지혜의 중요함을 자각해야 하겠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