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60) 신부를 잃은 아닛티간다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아닛티간다'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이와 관련하여 게송 215번을 설법하셨다.
아닛티간다는 사왓티에 사는 젊은이였다.
그는 만다스 국의 사갈라라는 도시에 사는
어여쁜 처녀와 결혼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신부가 친정을 떠나
신랑 집이 있는 사왓티로 오다가
도중에 병이 들어 그만 죽고 말았다.
신랑은 그 소식을 듣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신랑이
수다원 과를 성취할 시기가 되었음을 아시고
직접 그 젊은이의 집으로 가셨다.
젊은이의 부모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끝내신 뒤
아들을 데려오라고 이르셨다.
이윽고 젊은이가 부처님 앞으로 나와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옆에 앉자
부처님께서는 그 젊은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찌하여 그토록 슬픔에 빠져 있느냐?"
젊은이는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아닛티간다여!
슬픔은 강한 욕망에서 일어나며,
두려움은 무엇을 구하려는 마음과
감각적인 쾌락을 즐기려는 데서 일어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갈망은 슬픔을 태어나게 하고
갈망은 또한 두려움을 낳는다.
갈망으로부터 해탈한 사람은 슬픔도 없거니,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아닛티간다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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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악 다큐 <마지막 선물>
예전에 산악 등반 관련 다큐 프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오은선과 함께 여성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을 위해 경쟁하다
11번째 낭가파드밧에서 죽은 여성 산악인 고미영에 대한 다큐 프로였습니다.
다큐의 주제는 고미영이 히말라야의 산을 오를 때마다
항상 옆에서 같이 동반하며 그녀를 도와주었던
등반의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김재수 대장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고미영과 김재수 대장은 서로 같이
산을 오르며 사랑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고미영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끝내고
두 사람은 서로 결혼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몇몇 지인에게만 알린채,
극기와 인내가 요구되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위해
서로 노력해 왔다고 합니다.
낭가파드밧 사고 당시 김재수 대장과 고미영은 서로 헤어진 채
김재수 대장이 먼저 내려와 베이스캠프에서 고미영에게 줄 차를
끓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실족사하여 그 차를 그녀에게 줄수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 김재수 대장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슬픔과 충격,
그녀를 두고 혼자 내려왔다는 주변의 비난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그는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 슬픔과 자책을 뒤로 하고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대한 꿈을
대신 이루어주고자 하는 염원을 가지게 되어 다시 등반을 시작했고
이제 마지막 안나푸르나만 남기고 있다는 내용의 다큐 프로였습니다.
다큐 제목이 고미영에게 마치는 김재수 대장의 <마지막 선물>이란 제목이었습니다.
이제 결혼할 사랑스런 예쁜 신부의 죽음으로
큰 고통을 겪은 젊은이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그 다큐 프로 생각이 났습니다.
2. 진실된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요?
<법구경>을 비롯한 초기 경전에서
일관되게 말씀하시는 가르침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와서
자신의 갈망이 이루어짐에 의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무상과 덧없슴의 다르마(진리)를 통찰하는 것으로
마음 관리를 잘해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도(正道)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김재수 대장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망은 자신에게 결과적으로 괴로움을 주고
한(恨)으로 남고 영혼이 피폐하게 하는 나쁜 욕망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김재수 대장이 사랑하는 고미영을 보내면서
여자의 몸으로 8000m 고봉을 타며 힘들어했던 그녀에 대한 가엾슴으로
그녀가 다시 태어나면 다시는 이런 등반은 하지 말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가 좋아했던 음식이나 산행 과정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나쁘고 추한 욕망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좌절과 슬픔과 청승에만 빠지지 않고
죽은 연인이 이루고자 했던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대한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녀의 사진을 품고 다시 산에 오르는 모습 속에서는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이 다큐 프로의 이야기와
김재수 대장의 마음이 진실이라면
그 마음은 죽은 연인에 대한 갈망으로 보기보다는
죽은 연인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랑, 따뜻한 자비심으로 봐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죽음과 무상과 덧없슴의 다르마를 보는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법구경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과
사랑하는 이를 가엾어 하는 따뜻한 자비심이 있다면
집착과 애욕의 폐해를 낳는 갈망으로 자신을 고(苦)로 이끌지 않고
슬픔과 괴로움을 극복하는 길로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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