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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근대사

5. 만해 한용운과 조선 불교 유신론(14) - 불가의 각종 의식

by 아미타온 2026. 1. 2.

< 5. 만해 한용운과 조선 불교 유신론(14) - 불가의 각종 의식 >

 

<청주 보살사>

 

그리고, 만해 스님은 

불교에서 행하는 여러 의식들에

대해서도 유신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1. 불교의 각종 의식 개혁의 필요성

 

만해 스님은 불교의 많은 의식 절차가

지나치게 난잡함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습니다.

 

조선 불가의 백가지 법도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하나도 쓸만한 것이 없다.

 

평상시의 예식도 모두 혼란스럽고 진실성을 잃고 있고

재공양이나 제사의식도 번잡스럽고 혼란스러워서

질서가 없고 비열, 잡박하기가 끝이 없는 것이니

이런 것들을 통틀어 도깨비의 연극이라고 이름붙이면 가까울 듯하다.

......

 

예(禮)는 번거로우면 어지러워지게 되고,

어지러우면 공경하지 않게 되며

공경하지 않으면 예의 본뜻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예의에 따라서는 그 근본에 따라 힘쓰야 하기 때문에

상례를 슬픔을 주로 하고

제례는 공경을 주로 하되

그 잫다랗고 조그만 절차는 들고 남이 있더라도 괜찮다.

 

번거러우면서 공경함이 없는 것과 

간소하면서도 공경함이 있는 것은

어느 것이 좋겠는가?

 

 

2. 불교 의식의 간소화

 

만해 스님은 먼저 일반적인 사찰의 의식을

다음과 같이 간소화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 사찰의 일반적 예식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각 사원에서는 예불을 매일 한 번씩 하되

집회 때에 운집종을 5번 치면

승려와 신도들이 옷을 단정히 가다듬고

일제히 불당으로 나아가 삼정례(세번 절함)를 행한 뒤에

일제히 찬불가를 한번 부르고 물러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재공양이나 제사 지내는 일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습니다.

 

불교는 원래 남을 제도하는 것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승려의 자비로움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정토에 왕생시키려고 하여

그들을 제사지내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을 다 제사지내지 않고

단지 재물을 바친 사람만 제사를 지내는 것인가?

.....

 

나는 그 까닭을 알수 있다.

다름 아니라 그 나머지 밥과 찌꺼기 국을 얻어먹기 위해서일 뿐이다.

......

 

따라서 재공양과 제사의 의미가 이와 같으므로

그것을 없애버리는 것이 옳다.

 

그러면 장차 부처님을 맏들지도 말고

승려는 제사를 지내지도 말자는 것인가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내가 말한 것은 부처님을 숭배하지 말라든지

제사를 없애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복을 빌기 위하여 망령되이

제사지내는 일을 없애자는 것뿐이다.

.........

 

누가 묻기를 재공양과 제사를 없애면

사원의 재원이 장차 고갈되어

승려의 생계가 날로 위축될 것이니

그렇게 되면 과연 불교가 보존될 것인가 한다면

나는 당신이 사리를 헤아릴 줄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 세상에 종교가 많으나

어느 하나도 불교보다 부상(富盛)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과연 재공양과 제사가 있기 때문에 과연 그렇게 번성해진 것인가?

 

재공양과 제사의 남은 음식을 가지고

절을 보존하고 승려의 생계를 도모하는 대계로 삼아

만족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조선의 불교가 세상의 다른 종교보다

뒤떨어지는 까닭이 될 것이니,

당신은 동쪽으로 가려고 하면서

발길을 서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과 같다.

 

어찌 다시 생각하여 머리를 돌리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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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종교 의식이 필요합니다.

 

종교 의식을 통해

불보살님에 대한 공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불자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킬수 있습니다.

 

만해 스님은 우리 한국 불교 의식이

너무 번잡해서 예(禮)의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불교 의식도 쉽고 간결하게 바꾸고,

불보살님에 대한 공경심을 고취하는 의식으로

변경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에서 수입원을 위해

제사를 지내거나 재를 행하는 폐해를 말하며,

바르게 정법을 포교한 정재(淨財)로서 살아가자고 말씀합니다. 

 

오늘날 새벽 예불, 사시 기도, 저녁 기도 등의 의식도

1일 1회, 삼정례와 찬불가로 의식을 간소화하자고 주장합니다.

 

일반인들이 불교와 접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불교 의식의 어려움일 것입니다.

 

한문으로 된 의식문을 독송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고,

좌식으로 행하는 의식이 힘들어서 길게 버티지를 못합니다.

 

불교에서 의식의 예법은

불보살님에 대한 공경에 집중하기 위해서인데,

과거의 유물인 불교 의식이 더 집중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글로 바꾼 예불문, 천수경, 반아심경을

독송하는 불교 의식 현대화 운동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식이 길고 한문으로 되어 있어

전문화된 스님이 아니면 집중ㅇ하기 힘든

현재의 불교 의식을 현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에서 제사나 재를 지내는 것도 반성할 점이 많습니다.

 

불교적 가치관에 의해 윤회를 믿고

가족 친지의 극락 왕생과 좋은 윤회를 기원하며

주변 친지들이 함께 모여 49재를 지내면서

고인의 좋은 천도를 기원하는 것은 좋은 의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천도 의식의 대중화, 그리고, 너무 비싼 불사금 등을 개선하여

불자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수 있는 천도제나 제사 의식의 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해 스님의 지적대로

불교 의식을 현대화, 대중화하는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 의식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법론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실험이 한국 불교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