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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중국 곡부 태산 여행 후기(16) - 태산에서의 기도

by 아미타온 2026. 6. 29.

<중국 곡부 태산 여행 후기(16) - 태산에서의 기도>

 

 

1. 태산의 장엄함

 

태산은 수천 년 동안 중국인들의 정신적 중심이었던 산입니다.

황제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이 산에 올라 시를 짓고 글씨를 남겼습니다.

 

태산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하늘을 우러러 보는 특별한 의식이었습니다.

 

 

주은래 총리의 부인인 등영초(鄧穎超) 여사도

팔순이 넘어 태산에 올라 이렇게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登泰山 看祖國山河之壯麗(등태산 간조국산하지장려)

"태산에 올라 조국의 산하를 바라보니 참으로 장엄하고 아름답도다."

 

 

산 정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면

그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함께 넓어지고 시원해집니다.

 

 

2. 만대첨앙 (萬代瞻仰)

 

조금 더 올라가니

'만대첨앙(萬代瞻仰)'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만대가 지나도록 우러러보고 공경하라.'

 

참으로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태산이 단순히 높은 산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들의 존경과 신앙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아래에는 도교의 여신인 벽하원군(碧霞元君)을 모신

벽하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벽하원군은 중국 민간신앙과 도교에서 매우 존경받는 신으로,

자손을 점지하고 복을 내리며 질병을 물리치고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믿어 왔습니다.

 

지금도 중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태산을 찾아

벽하사에서 향을 피우고 금지전을 태우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 사업의 번창,

시험 합격과 자녀의 앞날을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불교 사찰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앙의 형태는 달라도

인간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는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를 벽(碧), 노을 하(霞).'

 

벽하사의 이름도 참 아름답습니다.

 

푸른 하늘과 붉게 물든 노을이 만나는 곳.

 

마치 하늘과 인간 세상이 서로 이어지는 경계에 세워진

기도처처럼 느껴졌습니다.

 

 

3. 기도

 

저도 금지전을 구입하여 아미타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태산이라는 특별한 산.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상품상생(上品上生)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두 손을 모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드리는 기도여서가 아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올리는 기도였기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금지전을 태우는 순간,

금빛 종이가 불길 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극락으로 향하는 배가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마음속에서 떠오른 상징이었습니다.

 

부족한 수행과 어리석음을 태워 버리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도 함께 불길 속으로 보내며

아미타 부처님의 밝은 광명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원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도교 사원에서 올린 기도였지만,

제 마음은 서방 정토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태산이라는 높은 산은 특정 종교의 산이라기보다,

인간이 하늘을 우러러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더 큰 존재를 향해 마음을 여는 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수천 년 동안 황제와 시인,

수행자와 백성들이 끊임없이 태산을 찾았던 것이 아닐까요.

 

 

4. 태산 정상, 옥황정

 

드디어 해발 1,545m의 태산 정상,

옥황정에 올랐습니다.

 

옥황정에 오를 때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비를 법비(法雨)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든지 내려주소서.'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우비를 꺼내 입고 정상까지 걸어갔습니다.

 

 

옥황정에는 도교 최고신인 옥황상제를 모신 사당이 있었지만,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여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먹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옥황정은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산을 감싸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장엄한 모습 앞에서 오늘 하루가

참으로 길상(吉祥)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태산과 재계

 

내려오는 길에는 공자와 관련된 비석이 하나 서 있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공자께서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고 말씀하신 곳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참 동안 그 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자께서는 왜 천하가 작다고 하셨을까요.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니

끝없는 다툼과 욕심, 권력과 이해관계가

모두 한없이 작고 덧없게 보였던 것은 아닐까요.

 

 

태산의 크고 맑은 기운 앞에서는

인간 세상의 번잡함도 결국은 잠시 스쳐 가는

한 조각 구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셨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로부터 황제들은 이 곳에서

봉선(封禪)의식을 올렸습니다.

 

천자가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봉선 의식은

아무 황제나 행할 수 있는 의식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과연 하늘의 뜻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돌아본 뒤에야 감히 봉선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봉선은 영광인 동시에 두려움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수행자의 기도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 앞에 서는 일 역시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는 일입니다.

 

원불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자신을 살피고,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자세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특별한 정토 도량에 기도를 올리러 갈 때가 있습니다.

이번 태산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깊이 느꼈습니다.

 

기도의 효험을 바라기 전에

먼저 기도하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조금 내려놓은 채 정성스럽게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재계(齋戒)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산 정상에서 올린 기도는 소원을 비는 시간이기보다,

제 마음을 다시 정렬하는 소중한 수행의 시간이었습니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중천문까지 내려왔습니다.

오를 때 걸어올랐던 계단길이 보이고,

태산의 장엄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비 내리는 태산을 바라보며

중국인들에게 태산이 갖는 무게감을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