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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중국 곡부 태산 여행 후기(14) - 태산 대열곡 석회동굴

by 아미타온 2026. 6. 24.

< 중국 곡부 태산 여행 후기(14) - 태산 대열곡 석회동굴 >

 

 

 

1. 태산

 

맹자의 고향 추성(鄒城)을 떠나

태산이 있는 태안(泰安)으로 향했습니다.

 

버스로 약 1시간 30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태산을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

'갈수록 태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

 

우리 속담과 시조 속에서

태산은 언제나 '높음과 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태산을 떠올릴 때마다

하늘 아래 홀로 우뚝 선,

천하독존의 고고한 산을 상상했습니다.

 

 

2.  인간의 산

 

하지만 실제로 만난 태산은 달랐습니다.

 

태산은 거대한 자연 속에 홀로 서 있는 산이 아니라,

인구 약 120만 명이 살아가는

큰 도시 태안의 품 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북한산이 도심과 함께 있는 것처럼,

태산 역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산이었습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태안 공설운동장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3. 태산 대열곡 호수

 

오후 일정은 태산 대열곡에 있는 석회동굴을

관람하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곡부와 태산까지 와서 동굴을 본다고?'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뜻밖의 감동을 준 곳,

이번 여행의 다크호스가 바로 태산 대열곡이었습니다.

 

 

태안 시내에서 태산을 조망하며

남쪽으로 30분 정도 이동하자

넓고 맑은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검은 거위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잉어들이 물 위를 힘차게 뛰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산은 산만 높은 곳이 아니라 물도 참 풍부한 곳이구나.'

 

4. 지하 래프팅

 

호수를 지나 지하 입구로 향했습니다.

직원들이 우비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하 래프팅'이라고 해서

작은 지하 하천에서 천천히 배를 타는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마치 동계 스포츠인 봅슬레이를 타는 것처럼

네 사람이 한 보트에 올라

좁은 수로를 따라 엄청난 속도로 지하 협곡을 질주했습니다.

 

사방으로 물이 튀어 옷이 흠뻑 젖었지만

시작부터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예전에 백두산 협곡에서 보트를 타며

물장난을 했던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신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5. 지하 세계의 신비

 

보트를 타고 지하 깊숙이 내려가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태산 아래 이렇게 거대한 지하 세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시원해졌고,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그동안 성류굴과 환선굴 등 여러 석회동굴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규모는 처음이었습니다.

 

중국은 역시 땅도 넓고,

자연이 만들어 낸 스케일도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천장에는 수백만 년 동안 자라난 종유석이 드리워져 있었고,

바닥에서는 석순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곳은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거대한 석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석주들은

마치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고,

저는 자연이 만든 지하 궁전을 걷고 있는 듯했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절경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렸을 것 같은데,

이곳은 태산의 명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한적했습니다.

 

덕분에 거대한 지하 궁전을 우리 일행만의 공간처럼

천천히 걸으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6. 법화경 종지용출품

 

지하 동굴을 걸으면서

문득 <법화경> 종지용출품이 떠올랐습니다.

 

<종지용출품>에서는 대지가 갈라지고

땅속에서 무수한 보살들이 솟아 나옵니다.

 

예전에는 그 장면을 상징적인 이야기로만 생각했습니다.

 

'왜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고 땅속에서 올라올까?'

 

하지만 이곳을 다녀온 뒤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땅이지만,

그 아래 지하에는 광대한 세계가 존재합니다.

 

거대한 지하수와 계곡이 흐르고,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진 동굴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과 원력,

그리고 배움의 씨앗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어느 날 깨어나 세상으로 솟아오를 때,

어쩌면 종지용출품의 보살들이 출현하는 모습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배움의 깊이

 

이번 여행을 하면서 공자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공자는 평생 배우기를 즐겼던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배우기를 좋아했을까요?

 

아마도 세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산 정상에서는 하늘의 높이를 보았습니다.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하늘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태산 석회동굴에서는 땅의 깊이를 보았습니다.

 

하늘은 높지만, 땅도 깊습니다.

 

그 깊이만큼 인간의 가능성과 배움의 세계도

끝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7. 동해 용궁

 

동굴의 마지막에는 '동해 용궁'이라는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거대한 지하 계곡과 장쾌한 폭포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동굴의 진짜 주인공은 돌이 아니라 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엄청난 양의 물이 쉼 없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며

포항 내연산 폭포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폭포는 산속이 아니라 땅속에 있었습니다.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땅속에도 이런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학교에서 지구과학을 배우며

지구의 담수 대부분이 지하수라는 사실을 외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 속 지식은 실제 경험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곳에 와 보니 땅속에는 상상 이상의 물길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용왕이 산다는 용궁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광지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동해 용궁'이라는 이름도 직접 보고 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제 생애 최고의 지하세계였습니다.

 

종지용출품에서 땅속에서 솟아오른 보살들이

이런 깊은 세계에서 수행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8. 어머니의 사랑

 

오늘 저녁 식사는 오랜만에 한식 삼겹살이었습니다.

태안은 큰 도시답게 한국식 삼겹살집도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도로는 꽉 막혀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나온 부모들로 북적였습니다.

 

 

두 아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집으로 향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태산처럼 높고, 땅처럼 깊습니다.

 

 

9. 삼겹살

 

중국에서 맛보는 삼겹살은 맛있었지만,

13명의 일행이 좁은 자리에 둘러앉다 보니 조금 번잡했습니다.

 

불판도 두 개뿐이라 고기를 굽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중국에서 맛보는 삼겹살은 맛있었습니다.

우리 입맛에는 역시 한식입니다.

 

10. 호텔

 

오후 일정은 동굴 투어라 가벼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동과 교통체증, 저녁 식사까지 이어지면서

어느새 밤 8시가 되어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은 거의 5성급에 가까운 훌륭한 시설이었습니다.

로비에는 태산 일출을 그린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그림을 바라보며 내일 드디어 태산 정상에

오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등산 준비를 하고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