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교 성지 순례(9) - 왕사성 죽림정사>
1. 마가다국의 수도, 왕사성
이번 시간부터 왕사성(王舍城)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사성은 인도말로 ‘라즈기르’라고 합니다.
'라자(Raja)'는 '왕'이라는 뜻이고,
'기르(Gir)'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왕의 집인 궁전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부처님 당시 갠지스강 16개국 중 가장 강성했던 마가다국의 수도였습니다.
바라나시에서 5비구와 야사를 비롯한 60여명의 제자들이
깨달음을 얻고 승가가 이루어지자
부처님은 전법의 길을 떠나라는 전도 선언을 하셨습니다.
2. 불을 숭배하는 배화교도 카사파 3형제의 교화
그리고,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으신 붓다가야가 있는 마가다 국으로 돌아와
마가다 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인 카사파 3형제를 교화하셨습니다.
카사파 3형제는 불을 섬기는 배화교도로 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일 큰 형인 우루벨라 카사파는 100살이 넘은 노인으로
마가다 국왕과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종교 지도자였습니다.
이렇게 100살 넘은 우루벨라 카사파가
30대 중반의 부처님께 귀의하고 마가다국 수도인
왕사성에 입성하자 마가다국 사람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부처님은 빔비사라 왕을 비롯한 마가다국 백성들을 위해 법을 설하셨고,
부처님의 설법에 큰 감화를 받고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3. 빔비사라왕의 귀의
마가다 국왕인 빔비사라왕은 부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일찍이 태자 시절에 다섯 가지 소원을 세웠습니다.
첫째, 이 나라의 왕이 될 것.
둘째, 내 나라에 부처님이 출현하실 것.
셋째, 부처님을 섬기고 받들 것.
넷째, 부처님이 나를 위해 법을 설하실 것.
다섯째, 내가 부처님의 법을 깨달을 것입니다.
이제 소원들을 다 성취하게 되었으니 무엇을 또 바라오리까?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제 평생토록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이 후 빔비사라왕은 부처님과 불교 교단의
가장 큰 후원자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자신이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고 부처님이 머무시며
법을 설하실 수 있는 좋은 장소를 물색하였습니다.
그 곳은 성도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다니기 편리하여 가고 싶은 사람은 가기 쉽고,
낮이나 밤이나 고요하여 속세를 떠나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그런 장소여야 했습니다.
4. 대나무숲, 죽림정사
마침 ‘카란다(Kalanda)’라는 장자가 대나무가 많은 동산인
‘벨루바나’에 있는 자신의 땅을 기부하였습니다.
빔비사라왕은 이곳에 비를 피해 수행할 수 있는
수십 채의 오두막을 지어 부처님과 불교 교단에 보시하니
이 도량이 불교 최초의 사원으로 유명한 ‘죽림정사(竹林精舍)’입니다.
죽림정사는 왕사성(라즈기르) 시내의 평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죽림정사는 그 이름처럼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평온한 장소였습니다.
대나무 숲 아래서 부처님과 제자분들이 앉아서
명상을 하고 법담을 나누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아함경>이나 <수타니파타>의 초기 경전에 나오는
수채화 같은 잔잔한 장면들이 떠오르는 죽림정사였습니다.
죽림정사 중앙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부처님과 제자분들이 목욕이나 산책하며 휴식을 취하시던 장소였습니다.
부처님과 제자분들이 수행하고 전법하신
유서 깊은 죽림정사의 향기를 직접 맡고 감격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5. 시주자의 공덕
바라나시 사르나트(녹야원) 박물관에 가면
‘세계 3대 아름다운 불상’ 중의 하나라는 초전법륜상이 있습니다.
그 불상 아래에는 5비구의 모습과 함께
초전법륜상을 기부한 여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당시에도 물질적 보시를 행한 시주의
공덕에 대한 감사를 그와 같이 조각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죽림정사와 같은 좋은 도량을
보시한 분들의 공덕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부처님과 제자분들이 수행하고 전법에 전념할 수 있고,
많은 분들이 불법을 통해 진리의 세계에 들어설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 분들의 공덕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고 감사하게 됩니다.
6. 자이나교의 성지, 왕사성
한편 왕사성은 자이나교를 창시한 마하비라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서 자이나교에서도 중요한 성지로서 여기는 곳입니다.
그래서, 죽림정사 주변에는 자이나교 특유의 붉은 사찰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자이나교는 비폭력을 주창한 종교이고 불교 또한 마찬가지라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폭력적인 다툼은 없었겠지만,
같은 왕사성에서 활동하던 불교와 자이나교
두 교단 사이에 종교적 논쟁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죽림정사에 와 본 것으로 초기 경전이 설해지던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가 많이 그려졌습니다.
부처님께서 오고 가며 법을 설한 죽림정사에
직접 서 본 것으로 초기 경전의 이미지와
그 향기를 훨씬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왕사성에는 독수리 모양의
신령스런 산으로 많은 불교 경전의 설법지인 영취산,
부처님께서 휴양을 위해 온천을 하셨던 온천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마하가섭 존자와 아난 존자의 주도하에
불교 경전과 율장의 결집이 이루어진 칠엽굴 등의 성지도 남아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불교 경전에 많이 등장하는 영취산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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