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26) 생각을 다스리기 힘든 비구 이야기(1)>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생각을 다스리기 힘들어하는 한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35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비구 60명이 부처님으로부터 좌선 수행에 관한 설법을 듣고
수행 주제를 받아 수행을 하기 위해 적합한 장소를 찾다가 '마띠까'라는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 촌장은 '마띠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띠까의 늙은 어머니는 예순 명의 비구들을 보자 기꺼이 비구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그녀는 비구들의 발 아래에 절하고 비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쭈었다.
그래서 비구들이 수행할 장소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마띠까의 늙은 어머니는 말했다.
“비구님들, 비구님들께서는 우기 석 달 동안 여기서 수행하기로 결정하시면
저는 그 동안 삼귀의와 오계를 받들고 초하루 보름의 재일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비구님들이 수행하시는 데 필요한 모든 물품과 음식을 잘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이 같은 제 마음을 기쁘게 받아들이시고 이 마을에 머물러 수행해 주십시오.”
그러자 비구들은 이번 안거를 마띠까 마을에서 보내기로 결정하여,
침묵으로써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비구들이 자기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마띠까의 어머니는 가족을 동원하여
건물을 지어 비구들이 거처할 수도원을 짓고 비구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마띠까의 어머니의 열성적인 후원에 감동한 비구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렇게 결정했다.
“우리는 아주 좋은 장소에서 이곳 주민들과 마띠까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아무런 불편 없이 수행을 할 수 있게 되었소.
그러니 이런 기회를 낭비하지 맙시다.
우리는 각기 방에 있으면서 다만 열심히 수행할 뿐 둘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지 맙시다.
우리가 수행하는 동안 만약 급한 상황이 생기면
말을 하지 말고 수도원의 종을 울려 알리기로 하고,
하루 한 번 마을로 탁발 나가는 시간에만 모여서 나가되, 그때에도 침묵을 지킵시다.
우리가 한가하게 놀며 신자의 시주나 받아먹고 지내면서
부처님께서 그 일을 기뻐하시리라고 생각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열심히 수행하여 하루 빨리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것만이
부처님과 신자들의 은혜를 갚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둘이서 한 군데 앉지 말고,
혼자서 한 곳에 앉아 수행할 것이며, 높은 경각심을 유지합시다.
그리고 저녁때 한 자리에 모여서 법납이 높은 비구 선배의 훈계를 듣고,
아침에는 일찍이 탁발을 나갑시다.”
이같이 서로 결정한 뒤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 마띠까의 어머니는 자기의 가족과 이웃 신자들을 데리고
우유, 버터, 치즈 등을 준비하여 수도원에 갔는데도,
이상하게도 비구 스님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알아보니 비구 스님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님들을 만나 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종을 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수도원의 종을 쳤다.
그러자 비구들은 비구들 중 누가 급한 병이라도 걸렸나 보다고 생각하고
제각기 자기 방으로부터 따로따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마띠까의 어머니는 비구 스님들이 각각 한 사람씩 따로따로 나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테라님들이 혹시 서로 다투시기라도 한 것일까?”
그래서 그녀는 비구들에게 여쭈어 보았다.
“테라님들, 혹시 서로 다투시기라도 하신 건가요?”
비구들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지난번에 제가 테라님들을 집으로 초청했을 때는
모두들 같이 오시더니, 오늘은 왜 따로따로 모이시는 것입니까?”
“신자님, 우리는 각각 자기 방에서 서로 떨어져 앉아 좌선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좌선 수행이라니요?
좌선 수행이란 무엇입니까?”
“좌선 수행이란 우리 몸의 서른 두 가지 부분을 세심하게 분석,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이 구성되어진 상태와, 늙어가는 과정, 죽어가는 과정,
모든 기능이 일어나고 사라져 가는 현상 등을 예리하게 밀착 관찰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자연적 성품을 바르게 보아, 그것들이 깨끗하지 못한 것이며,
고통스러운 것이며, 무상한 것이며, 자아가 없는 것임을 깨달아,
모든 집착과 번뇌로부터 벗어나고 생사를 해탈하는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가르침을 들은 마띠까의 어머니는 다급하게 되물었다.
“비구님들, 그렇다면 그런 수행은 비구 스님들만 하실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누구든지 수행하면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건가요?”
“그것은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그렇다면 제게도 그 수행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래서 비구들은 그녀에게 수행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배운 것을 그 자리에서
세 번, 네 번 외더니 곧 수행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후부터 열심히 정진했고,
아주 짧은 기간에 아나함 과를 성취했으며, 네 가지의 신통력도 얻었다.
그렇게 해서 성취한 자기 수행에 대해
마띠까의 늙은 어머니는 신통력으로써 비구들의 수행 정도를 가늠해 보았다.
그 결과 그녀는 비구들이 아직도 탐심과 진심과 치심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비구들은 아직도 내적 현상 관찰이 깊은 경지에 이르지 못하여 삼매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다시 비구들에게 아라한 과를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어떤지를 살펴보았다.
그 잠재력은 충분했다.
다시 그녀는 그렇다면 비구들이 지금 적합한 장소에서 수행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역시 장소도 적합하였다.
그렇다면 벗은 좋은가?
역시 벗도 좋았다.
음식은?
그녀는 바로 음식이 문제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마띠까의 어머니는 그때부터 특별한 음식을 공양했다.
그녀는 각종 쌀죽과 여러 가지 견고하고 부드러운 음식에 향미를 넣어서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그러자, 빅쿠들의 마음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그 안정된 마음으로 내적 현상을 바르게 관찰했으며,
결국 사대오온의 자연적인 성품을 보아 삼매를 이루어
아라한 과를 성취했을 뿐만 아니라 신통력까지도 갖추었다.
비구들은 서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마띠까의 어머니 같은 위대한 신자의 도움으로
수행의 궁극적인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부인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자, 이제 우리는 우기가 끝나는 대로
부처님을 찾아 뵙고 그간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기로 하자.”
마침내 우리가 끝나 비구들은 마띠까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마띠까의 어머니는 비구들을 배웅하여 떠나 보냈다.
비구들은 제따와나 수도원에 도착하여 부처님을 뵙고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올린 다음 부처님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물으시었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수행과 생활에 모두 만족했던 것으로 보이는구나.
그런데 혹시 음식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었느냐?”
비구들이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매우 신심 있고 매사에 배려가 깊었던
마띠까 촌장의 어머니로부터 넉넉하게 음식을 공양 받았습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또한 다른 필요한 물품도 잘 공급해 주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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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반과 공양주
도반은 함께 수행하며 서로 탁마할 수 있는 벗입니다.
그런데, 수행에서 도반만큼 중요한 존재가 있습니다.
수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뒤에서 정성껏 의,식,주를 도와주고 공양해주는 공양주입니다.
이러한 공양주의 공덕이 얼마나 크고 훌륭한지를 보여주는 예가 마띠까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마띠까 어머니는 수행하는 비구들에게 단순한 공양주를 넘어서
깨달음을 이루게 해 주는 정말 소중한 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구들이 수행할 수 있는 수행터를 만들어 주었으며,
수행하는데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을 때에 맞게 잘 공급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수행을 통해 아나함 과에 올라
수행하는 비구들의 마음을 헤아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음식의 기호까지
사려깊고 섬세하게 보살펴주는데 정성과 노력을 다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마띠까 어머니와 같은 분의 정성스런 공양이 있었기에
비구들은 공양에 감사한 마음을 내고 수행에 대한 바른 의욕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수다와 번잡함을 끊고
수행에만 전념하여 깨달음을 성취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라한 과에 올라 마띠까 어머니의 공양에 보답할 수 있었습니다.
마끼까 어머니와 그녀의 도움으로 깨달음을 이룬 비구들의 모습을 통해
수행을 하는 도반을 위해서 어떠한 자세로 공양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공양해주는 공양주에 대해 어떻게 감사하고
은혜를 갚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비구들 마음을 읽고 음식의 기호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주며
도반을 도와주는 마띠까 어머니는 정말 섬세하고 사려깊습니다.
그리고, 비구들은 마띠까 어머니의 진심어린 공양에 감사하며
수행의 성취를 통해 그 은혜를 갚으려고
수다스러움과 쓸데없는 번잡함을 떠나 수행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도반과 공양주의 모습입니다.
2. 음식
이 글을 읽으며 눈에 띄는 대목 중의 하나가
수행의 성취에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하는 점입니다.
타심통이 열린 마띠까 어머니가
비구들의 해탈에 이르는 중요한 요소로서
수행자의 잠재력, 좋은 수행터, 좋은 벗과 함께 먹는 음식까지 살폈습니다.
보통 우리는 수행자에게 음식은 수행할 수 있는
몸을 지탱해주는 단순한 먹거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음식을 먹을 때 투정하지 말고
주는대로 감사히 먹으라는 정도로만 음식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러나, 수행의 완성에 이르는데
수행자가 원하고 기호에 맞는 음식의 섭취가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수행을 도와주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수행의 완성은 자신이 능력이 뛰어나고
열심히 한다고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완성을 위해 도와주고 공양해주는 도반들의 정성스런 도움과
좋은 수행터, 좋은 벗,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음식까지
총체적으로 모여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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