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기행(17) - 교토 도후쿠지(동복사, 東福寺)

by 아미타온 2024. 7. 26.

<일본 불교 사찰 기행(17) - 교토 도후쿠지(동복사, 東福寺)>

 

 

1. 거대한 도후쿠지

 

도후쿠지(東福寺)

 

도후쿠지는 교토 제일의 단풍 명소 중 하나입니다.

 

푸른 단풍나무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붉게 물들면 죽음이겠죠? 

 

 

 

나라의 고찰인 동대사와 흥복사만큼

큰 절을 만들겠다는 원력으로 세운 절입니다.

 

동대사의 '동(東)'자와 흥복사의 '복(福)'자를 따서

절 이름을 동복사(도후쿠지)라고 한 것입니다.

 

동대사와 흥복사를 뛰어 넘겠다는 열정이 돋보이는

동복사 삼문입니다.

 

진짜 큽니다.

 



2. 금당과 운룡도

 

도후쿠지의 가장 중심 전각인 금당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입니다.

 

거대한 전각 크기에 비해서는 

작은 사이즈의 부처님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는 언제나 부처님을 보고

수행과 해탈에 대한 열정을 갖고

공경의 예를 갖추어 제일 먼저 인사드려야 하는 곳입니다.

 

 

 

도후쿠지는 참선을 하는 선종 사찰입니다.

일본 선종 사찰 천장에는 운룡도가 있습니다.

 

 

 

여의주를 구하는 용과 같은 힘찬 기상과

자유자재함으로 불도를 구하라는 의미입니다.

 

동복사 신도회가 들어와 금당 문이 열려 있어서

운 좋게도 천장의 운룡도를 정면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여의주를 쥔 용의 기상이 힘차고 신비롭습니다.

 

 

3. 동사(東司, 화장실)

 

교토 시민들이 먹는 야채를 키우는 거름으로 사용했다는

도후쿠지 승려들의 화장실, 동사(東司)입니다.

 

 

 

백 명이 한꺼번에 볼일을 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선종의 총림이 반드시 구비해야할 요건 중 하나가 화장실이고,

위치는 참선 수행장인 '선당' 바로 옆에 있습니다.

 

도후쿠지에는 백 명이 한꺼번에 목욕할 수 있는 대형 욕탕건물도 있습니다.

목욕탕도 선종 총림(수행과 교육을 한꺼번에 시킬 수 있고, 가르치는 스승이 있는 대사찰)이

반드시 구비해야할 건물이라 처음 지을때부터 크게 크게 지은 것입니다.

 

현재의 도후쿠지도 상당히 큰 절인데,

처음 지었을때의 위용이 어땠을지 상상만해도 입이 딱 벌어집니다.

 

우리도 폐사지가 된 통일신라나 고려 때의 큰 사찰 기록을 보면 수 백 수 천 단위의

승려들이 밥을 먹고 생활했다고 하니까 도후쿠지의 사이즈에 기 죽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튼 돌고 도는 자연의 순리를 생각나가 하는 화장실입니다.

 

 

 

4. 방장 정원

 

도후쿠지가 자랑하는 방장 정원으로 들어갑니다.

 

 

 

방장 건물은 도후쿠지의 다수 건물이 메이지 시대 때

다시 지은것처럼 메이지 시대 때 새로 지어졌습니다.

 

정원은 1939년에 완성되었습니다.

 

 

 

'팔상 정원'이라는 이름의 정원은

방장 건물을 가운데 두고 사방에 정원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생애를 간추린 팔상도를 모티브로 해서

작정가인 시게모리 미레이가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하는데,

어디가 부처님의 팔상도라는 건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름만 따온게 아닐까 싶습니다.

 

화재도 많이 나고 그때마다 여러 번 재건축을 하느라

주춧돌이나 기단부의 석재들이 많이 굴러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 석재들로 북두칠성 모양의 가레산스이 정원을 동쪽에 만들었습니다.

 

 

 

남쪽의 메인 정원입니다.

 

방장 건물의 앞마당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 검은 돌들은 신선이 산다는
봉래, 영주, 방장, 곤륜의 네 산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보통 동해 신선도의 세 산이 봉래, 영주, 방장이고,

곤륜산은 현재 중국 신장 자치구의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에 2.500km로 펼쳐진 곤륜산맥을 일컫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곤륜산에 영생불사의 비술을 완성한

신선 중의 신선 '서왕모'가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무릉도원이 위치한 곳도 이 곤륜산의 어디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모래위의 동심원들은 바다를 상징합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하나의 우주는

우주의 축인 수미산을 중심으로 세계를 둘러싼

철위산을 포함해 9개의 산이 있고 그 사이에 8개의 바다가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이 정원에서도 8개의 바다인 '팔해'가 상징되어 있다하니,

저 작은 정원에 작정가는 우주를 담겠다는 것입니다.

 



맨끝의 무덤처럼 보이는 섬같은 산봉우리들은

다섯개의 산인 '오산'을 상징합니다.

 

선종 사찰이라는걸 감안했을 때,

저 오산은 인도의 죽림정사와 기원정사를 포함한 다섯개의

절을 의미할 수도 있고, 중국 선종의 다섯 본산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화산, 태산등의 중국의 다섯 명산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4개의 신선이 산다는 산과 8개의 바다,

그리고 선종 5대 본산이 하나의 정원 속에 있는 것입니다.

 

20세기에 만들어진 일본의 최고 정원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방장 정원에는 풍경을 감상하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저 옆에 살짝 보이는 '통천교' 라는 이름의 다리와 회랑을 보면서

펼쳐진 단풍을 감상하는 곳입니다.

 

가을이 되면 인산 인해로 몰려드는 교토 제일의 단풍 명소입니다.

 

단풍철에는 인파에 떠밀려 다닌다는 곳인데,

한번 떠밀려 보고 싶습니다.

 

 

 

통천교에서는 웨딩 촬영을 하는지

예복을 입은 남,녀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잘 살기를 기원합니다.

 

 

 

또 다른 정원입니다.

 

중국의 정전제(논을 밭정자로 구획해서 농민이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자기 몫으로 갖는 제도로, 이걸 구현하기 위해 역대 왕들이 애를 썼지만

귀족들의 반대로 대개 실패했다)를 모티브로 표현한 겁니다.

 

 

 

바둑판이나 체스판같은 정원도 있습니다.

 

규모는 작은데 도후쿠지의 석재를 활용한 작품이랍니다.

 

 

 

5. 통천교

 

방장을 나왔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다시 매표를 해서

'개산당'과 개산당에 있는 정원을 감상하러 갑니다.

 

매표를 하고 회랑을 따라 통천교를 지나고

다시 회랑을 따라 올라 도후쿠지를 연 개산조를 모신 개산당까지 갑니다.

 

 

 

일본은 나무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햇빛에 얼굴 타는게 싫은 황족과 귀족들이

많아서인지 회랑이 참 많습니다.

 

뭐 이것도 유사시 습격을 당할때는 엄폐물이 되어줄 수 있으니

단순히 걷기 좋으라고 만든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전국 시대를 비롯해서 워낙 치고 박고 싸웠어야지요.

 

 

6. 개산당 정원과 화승 밍쵸.

 

개산당 정원입니다.

 

연못도 꽃도 보기 좋습니다.

 

 

 

무로마치 시대에, 그러니까 한 600 년 전쯤에

도후쿠지에 '기치찬 밍쵸' 라는 그림 잘 그리는 화승이 있었습니다.

 

당시 쇼군이 밍쵸의 그림을 보고 원하는 것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밍쵸 하는 말이,

 

"소승은 재산도 벼슬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신도들이 벚꽃을 좋아해 경내에 벚꽃나무가 너무 많아져서

봄이면 벚꽃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경내가 유흥지로 변할까 그것이 염려스럽습니다."

 

쇼군은 알았다 하고는 절내에 있는 벚꽃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도후쿠지엔 벚나무가 별로 없어 봄에 인파가 몰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도시대에 들어 통천교 근방에 대대적으로 단풍나무를 심었습니다.

 

누가 주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단풍나무들로 도후쿠지는 가을단풍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밍쵸가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겠지요?

 

 

밍쵸가 그린 '문수보살도'입니다.

 

도후쿠지는 밍쵸와 그 제자들의 그림을 다수 보관하고 있어

때때로 특별전시회를 연다고 합니다.

 

밍쵸는 스승에게 그림에 팔려 수행에 게으르다는 꾸중을 들으면서도

그림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화가 난 스승은 밍쵸와의 사제연을 끊었고,

밍쵸는 그런 결과를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호를 '버려진 짚신'이라는 뜻의 '하소아이' 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수행의 성취는 스승이 더 높았을지 모르지만,

후세에 남긴 작품의 영향력과 명성은 하소아이 밍쵸가 훨씬 높습니다.

 

인생, 모르는 겁니다.

 

 

교토 제일의 단풍 명소 도후쿠지!

 

단풍이 아니더라도 교토의 다채로운 정원을

감상하기에는 더더욱 좋은 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