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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인물사

불교 인물사(54) - 인도의 전륜성왕 아쇼카 대왕(4) - 보편적 다르마

by 아미타온 2024. 9. 17.

<불교 인물사(54) - 인도의 전륜성왕 아쇼카 대왕(4) -  보편적 다르마>

 

<국립 중앙 박물관 - 인도의 스투파 전>

 

1. 지혜와 자비에 입각한 보편적 다르마

 

그렇다면, 아쇼카왕의 통치 철학인

"다르마(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요?

 

비문과 석주에 명기된 다르마는

바로 아쇼카왕이 귀의한 부처님의 법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

 

아쇼카왕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할 "다르마"로 생각한 것은

인간의 본질은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한 것입니다.

 

생명을 사랑하고 진실을 말하며

관용과 인내를 발휘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등의

불법에 기초한 윤리적인 성실성과 자비의 이념이었습니다.

 

아쇼카 대왕은 이와 같은 부처님의 자비의 가르침이

인간이 지켜야 할 불변의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보편적인 진리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이 살아가기를 위하여 자손만대에 전하고자

법칙으로 새긴 것이었습니다.

 

아쇼카 대왕의 "다르마"는

부처님에 대한 기도나 공양이나 의식이 아니라

올바른 행위와 사회의 향상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다르마였습니다.

 

우리 나라 고려 시대에도 불교가 국교였습니다. 

많은 왕들이 불교에 귀의했고 부처님을 신앙했습니다.

 

그런데, 주로 제사나 의례, 공양을 통해

부처님의 힘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호국적 측면의 다르마였습니다.

 

즉, 왕권과 국익을 위한 호국 불교의 이념에 촛점을 두었습니다.

 

이에 비해 아쇼카 대왕의 다르마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쇼카 대왕은 불교의 다르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아쇼카 대왕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에게 유익을 주고 그들의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해서

'지혜'와 '자비'라는 불교 정신을 국민들의 삶과 사회적 관계 속에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통한 보편타당한 다르마였습니다. 

 

 

 

2. 생명에 대한 존중

 

아쇼카왕의 다르마의 내용은

대체로 3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과 동물을 해치지 말고,

함부로 상처를 입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에 대한 자비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아쇼카 대왕의 비문에는

"칼링가 전쟁을 통해

학살과 죽음과 포로와 납치를 수반하는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폐하(아쇼카왕)는

깊이 애통해하시고 통탄을 금치 못하셨다.

폐하는 모든 중생이 안정과 자재와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얻으시기를 원하셨다."라는 내용이 적혀져 있습니다.

 

아쇼카 대왕은 인간과 동물을 살상하는

전쟁의 폐해를 진정으로 혐오했습니다.

 

그래서, 인간뿐 아니라 생물의 목숨을

존중해야함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아쇼카 법칙에는 쓸데없는 살생을 금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새끼를 밴 동물이나

젖을 먹이고 있는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을 위한 병원을 세우고

초를 재배하게 하였으며,

가로수를 심고 우물을 파서 휴게소나 물마시는 곳을 만드는 등

인간과 동물의 안락을 위해 애썼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재물로 바치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

 

아쇼카왕  법칙에는

종래에 왕실과 브라만의 제사를 위해 무수한 조수가 살육되었는데,

이제부터는 하루에 3마리로 제한하고 

앞으로는 이것도 못 죽이게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물병원을 세우고,

동물에 대한 희생 의례를 없애게 할 정도로

아쇼카 대왕의 다르마는 생명에 대한 자비에 근거하고 있다.

 

인도 영화 <슬림독 밀레니에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집없이 떠도는 소년, 소녀 부랑자들을 모아 구걸하기 위해

노래를 가르치는 등의 전문 거지로 만들어

이들이 구걸 받아온 돈을 탈취하는 사기꾼 집단이 나옵니다.

 

이들은 아이의 눈에 독약을 넣어 실명을 시켜

장님으로 만들어 구걸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잔악한 모습을 보고 아주 끔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원전 10세기부터 마우리아왕조에 의한

인도 반도의 통일에 이르기까지

7세기 동안의 인도는 전쟁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전란이 계속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것이

<슬림독 밀레니에어>의 영화 장면처럼

인도 사회에서 얼마나 횡행했던 모습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와 같은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 계율의 첫번째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라."였습니다.

 

자신의 탐욕이나 전쟁, 잘못된 종교적 교리를 이용하여 

함부로 생명을 살상하는 것을 아쇼카 대왕은 혐오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평화와 국가의 안녕을 위한 통치의 출발은

전쟁을 피하고, 함부로 생명을 살상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아쇼카왕의 생명에 대한 자비심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바른 인간 관계

 

둘째는, 바람직한 인간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으로서

부모나 스승에 대한 유순, 연장자에 대한 예절,

친구나 아는 사람, 바라문, 가난한 사람,

하인이나 노예에 대한 바른 대우를 반복해서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려나 바라문,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보시를 적극적으로 권장했습니다.

 

<싱할라경>이라는 초기 불교 경전을 보면

바른 관계성에 대한 법문이 나옵니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재가자들이 세속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자비에 입각하여

상호간에 올바른 인간 관계를 맺어 나가고

진리의 추구와 각성을 위해 노력하는 

승가의 한 축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아쇼카 대왕도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백성들이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다르마로서는

자비에 입각하여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바른 관계성의 중요성을 자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자식과의 바른 관계를 통해

아버지로서 존경을 받는 사회가

번뇌없고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아쇼카왕의 다르마는

"선(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와의 관계에서

상호간의 존중, 애정, 자비, 진실, 부드러움이란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선을 상호간에 행하는 관계성 속에서 

세상에 진실된 평화가 오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4.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

 

셋째는 개개인의 삶에서

자비, 온화, 자제, 보은, 분수에 맞는 생활,

진리를 존중하는 삶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왕은 불교에 귀의하였지만

바라문교를 포함한 다른 모든 종교도

똑같이 인정하고 존중하라고 하였습니다.

 

승려나 바라문, 가난한 사람에 대한 보시를 권장하고,

왕 자신도 법의 순행(성지 순례)를 실천하였습니다.

 

사원을 방문하고 종교인과 대화하고

법에 대한 보시를 강조하며

법보시보다 더 훌륭한 보시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쇼카 대왕의 다르마는 왕 자신의 불교 신앙에서 연유했습니다.

 

아쇼카왕의 다르마는 불교에 근거하고 있지만, 

특정 종파의 틀을 넘어선 보편적인 이념이었습니다.

 

따라서,만인에게 보편타당한 절대적인 진실과

인간의 도리가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도뿐만 아니라 바라문교도나 자이나교도, 

또 그밖의 다른 교도들도 쉽게 따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쇼카왕은 진리를 존중하고 다르마(법)을 전하는 삶을

참으로 고귀한 삶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진리를 전하는 태도의 관대함과 유연함입니다.

 

인도에 가면 이슬람의 전도 과정에서

불교 파괴의 현장을 볼 수 있습니다.

 

종교의 전도 과정에서 타종교에 대한

강권, 폭력, 파괴 행위는 참으로 많습니다.

 

역사를 보면 종교 박해와 종교 전쟁으로

많은 피를 흘렸던 예는 많이 볼 수 있지만,

아쇼카 대왕의 법을 전하는 태도는 권력을 이용한 강압 없이

타종교를 존중하는 관대함과 유연성의 예는 보기 힘듭니다.

 

아쇼카 대왕은 진리 그 자체를 사랑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