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19) 안동 봉정사>
1. 천등산 봉정사
안동 봉정사를 다녀왔습니다.
10월 가을 단풍의 풍경이 멋진 봉정사였습니다.
사찰 내부는 국화꽃 향기가 가득해서
극락에 온 듯 참 좋았습니다.
봉정사 들어가는 만세루에는
'천등산 봉정사'라는 현판이 있습니다.
의상 대사의 제자인 능인 화상이 이 산에서 수행할 때
수행하는 모습에 감동한 천녀가 하늘의 등불을 밝혀 줬다고 해서
'천등산(天燈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상 대사가 부석사에서 던진
종이 봉황이 이곳에 떨어져 머물렀다고 해서
'봉황(봉)'자에 '멈출(정)'자를 써서 '봉정사(鳳停寺)'입니다.
의상 대사는 당신의 제자 중의 봉황인 능인 화상이
이 곳에 머물면서 화엄종의 가르침을 널리 펼치기를
바랬을 것이니다.
'천등산 봉정사' 뒤로는 너무나 눈에 익은 6자 현판인
<나무아미타불> 이 붙어 있습니다.
동아시아 불교의 최종 승자는 극락왕생을 향한
'나무아미타불'의 정토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상대사의 법을 이은 화엄종 도량으로 출발했지만,
극락세계를 염원하며 극락도량으로 장엄했던 것입니다.
2. 세계문화유산, 봉정사
안동 봉정사는 의성 고운사의 말사입니다.
규모로 보면 작은 절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 극락전이 있어서
작지만 만만치 않은 절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봉정사는 세계문화유산 '산지승원' 7개 사찰 중의 하나입니다.
7 개 사찰은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양산 통도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입니다.
안동 봉정사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
한국적인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도량으로
봉정사를 방문해서 더욱 유명합니다.
3. 극락전
불국사가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대웅전과
아미타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는 극락전을 나란히 옆으로 지었듯이,
여기 봉정사도 대웅전과 극락전을 나란히 지었습니다.
다만, 불국사 극락전이 대웅전보다 확연히 낮게 위치하는 것에 비해
봉정사는 극락전과 대웅전이 크기만 다를뿐
위치는 거의 수평으로 맞췄다는 것이 다릅니다.
그러면서도 화엄강당을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 지어
두 분 부처님의 불국토를 명확히 구획한 것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극락전의 아미타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닷집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담백한 상호이고,
닷집은 섬세하고 정갈한 것이 그냥 예술입니다.
극락전은 건물에 쓰여진 건축 기법에
고구려양식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고 합니다.
단정하고 단단한 모양새가 고구려인의 기상입니다.
봉정사가 창건된 연대가 672년 문무왕 때이고,
의상 대사의 제자인 능인 대사이 지었다 합니다.
삼국을 통일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고구려 출신의 기술자를 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고구려 기술자는 망국의 설음과 비탄을
이 극락전을 지으면서 승화시켰는지도 모릅니다.
극락전은 고려 공민왕 때 중수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13년 앞서 중수한 기록이 남아 있는 극락전으로
극락전의 원형은 그보다 최소 100년은 더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으로 국보 15호입니다.
삼층석탑과 함께 서 있어 간결하고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그 간결함과 단정함이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대웅전
대웅전입니다.
대웅전은 앞을 이렇게 마루로 했습니다.
우리 나라 사찰중에 대웅전을 이렇게 마루로 한 절이 또 있나요?
저는 봉정사에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마루가 있어 안과 밖을 함께 보면서
부처님도 보고 자연도 보니 금상첨화입니다.
특히, 이 날은 하늘이 예술이었습니다.
대웅전 내부는 세 분 불보살님 상호도 부드럽고 그윽하지만,
벽과 기둥 천장에 칠해진 고풍스런 채색이 끝장입니다.
이보다 더 고색창연한 내부를 가진 건물은 본 적 없습니다.
대웅전의 옆면입니다.
햇빛에 약간 옥빛이 나는 연한색 칠이 대웅전의 품격을 살려줍니다.
팔작지붕의 처마도 멋지고,
가운데 칸을 제외한 양쪽 칸에 문을 낸 특이한 형태도 눈을 끕니다.
완전 멋지구리입니다.
5. 만세루
만세루입니다.
국보나 보물은 아니지만,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과 자연풍경과 어우러져 멋집니다.
크고 시원합니다.
이번에 가니 만세루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만세루에 올라 봉정사 도량의 풍광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가을가을한 풍경이 아주 곱고 예뻤습니다.
6. 화엄강당
화엄강당입니다.
능인 대사는 의상의 화엄철학을 배웠기에
이곳에서 제자들에게 화엄을 강의했다고 합니다.
부엌과 공부방이 딸린 화엄강당은
역시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볼만합니다.
7. 무량해회와 입지게
무량해회입니다.
무량해회는 요사체와 종무소 공양간 등등으로 사용되는 건물입니다.
마루로 뒷편의 요사체와 연결되어 있어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량해회는 건물도 멋지지만, 주련의 내용이 일품입니다.
주련의 내용은 공부의 뜻을 세우는 '입지게'입니다.
자종금신지불신(自從今身至佛身)
견지금계불훼범(堅持禁戒不毁犯)
유원제불작증명(唯願諸佛作證明)
영사신명종불퇴(寧捨身命終不退)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시작하여 성불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계율 굳게 지켜 함부로 범하지 않겠나이다.
오직 바라옵나니 모든 부처님께서 증명하여 주옵소서.
차라리 신명을 버릴지언정 죽어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수행에 임하는 굳건한 결의와
마음 자세를 나타낸 멋진 게송입니다.
입지게를 가슴에 새겨
단단한 마음 자세로 수행해야겠습니다.
가을의 안동 봉정사!
좋습니다.
그리고, 세계 문화 유산답게 전각과 지세가 멋져서 좋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 안동 봉정사에서
부처님의 극락같은 세계를 넉넉히 느껴보니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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