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기행(21) - 안동 도산서원>
1. 한국 정신 문화 수도, 안동
안동은 경북도청이 있는 경북 도청 소재지이지만,
경북 북부의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안동을 소개할 때
'한국 정신문화 수도'라는 말을 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비들과 독립투사들의
정신 문화를 간직한 곳입니다.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학봉 김성일 등의 선비 정신과
이상룡, 이육사, 김동삼 등 독립 투사들의 독립 정신의 고향입니다.
그 뿌리는 도산서원의 퇴계 이황 선생입니다.
도산서원에서 제자를 가르친 퇴계 선생의 가르침이 후대에 전승되어
인간의 바른 도리와 정신을 탐구하고 세상에 펼친 학인들과 의인들이
배출된 고향이 바로 안동인 것입니다.
양반가의 종택과 선비들이 공부하던 서원들이 수두룩하고,
독립 유공자 수가 370여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2. 시사단
도산 서원 앞마당에 제일 먼저 눈을 끄는 것은
안동댐 건설로 호수가 된 낙동강 한 가운데
섬으로 솟아 있는 시사단입니다.
시사단은 과거 시험을 보았던 곳에 단을 세운 것입니다.
시사단은 수몰되기 전에는 백사장과 솔밭이 펼쳐진 강변이었습니다.
퇴계 선생을 공경한 정조는 도산서원에서 문과 별시를 보게 했습니다.
4000명이 넘는 선비들이 도산서원 앞마당에서는 다 시험을 못보고,
강변으로 옮겨 시험을 보게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단을 세운 것입니다.
시원한 낙동강 위에 떠 있는 고고한 섬과 같은 시사단이
'동방의 성인'으로 칭송받는 퇴계 선생 덕행처럼 고고하게 느껴집니다.
3. 도산 서원의 가을
도산서원은 가을 단풍이 남아 있었습니다.
울긋불긋 가을 정취 가득한
도산서원의 평화로움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쁜 가을 단풍과 함께 퇴계 선생의 선비 정신이 깃든
유서 깊은 도산서원을 다시 보니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자연 환경 속에 공부하기 좋은 터전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수백년의 세월을 자란 나무 한그루가
가지를 길게 뻗어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퇴계 선생의 가르침이 전승되는
안동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산서원의 퇴계 선생의 높은 학덕과 가르침이
안동의 올곧은 선비 정신으로 뻗어나가는 형상입니다.
유성룡, 유운룡, 이만적, 이육사, 이상룡 선생의
애민 정신과 독립 정신이 모두 퇴계 선생의 나무를 통해 뻗어나갔던 것입니다.
4. 농운정사
도산서원의 모태는 도산서원 초입에 있는 '도산서당'과 '농운정사'입니다.
도산서당은 퇴계 선생이 기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치신 공부방입니다.
농운정사는 제자들이 숙박하며 배움의 길을 갔던 기숙사입니다.
위에서 바라보면 공부할 '공(工)'자 모양으로
생겼다는 농운정사.
농운정사는 창문이 참 많은 기숙사였습니다.
답답하지 않게 창을 열어 자유롭게
자연을 보면서 자연을 느끼고 공부하라는 뜻입니다.
창문을 열어 낙동강을 바라보며
탁 트인 마음을 길렀을 도산서원 학생들이 생각납니다.
5. 도산서당
도산서원의 모태가 된 도산서당입니다.
관직에서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서당에서 몸과 마음을 수양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꿈을 가졌던 퇴계 선생의 소박한 서당입니다.
이 곳에서 퇴계 선생은 말년을 보내시며,
유성룡, 김성일 같은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6. 퇴계 마음 수양의 중심, '경(敬)'
퇴계 선생은 '경(敬)'을 몸과 마음 수양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퇴계 선생이 풍기 군수 시절 소수 서원을 사액 서원으로 조성한 후
냇가 바위에 '경(敬)'자를 붉게 새겨 놓았습니다.
퇴계 선생이 68세 되던 해에
17세로 왕이 된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가 있습니다.
성인(성군)이 되는 유학의 수양을
10개의 그림으로 간결하게 나타낸 글이 '성학십도'입니다.
퇴계 선생은 <성학십도>에서
"마음이 내 몸을 주관하는 것이고,
그 마음을 주재하는 것이 바로 '경(敬)'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을 '주일(主一)'이라 하고,
마음이 다른 곳에 가지 않는 것을 '무적(無敵)'이라 하는데,
이 둘을 모아 '주일무적'이라고 한다.
'주일무적'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다른 곳에 가지 않도록 하는 '경(敬)'의 다른 표현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공경'의 의미를 '경(敬)'으로 생각하는데,
퇴계 선생의 가르침에 의하면 '경(敬)'은 '집중'의 의미가 더 강합니다.
퇴계 선생은
"'경(敬)'을 수양하는 방법은 마음을 반드시
깨끗하고 엄숙하게 한 곳에 집중하여 보존하고,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이치를 궁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경우에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그 때 더욱 엄숙하고 더욱 '경(敬) '을 해야 하기 때문이며,
은밀하게 혼자 있는 곳에서 자신을 살펴야 하는 것은
그때 더욱 집중하고 고요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했습니다.
마음을 정갈하게 갖기 위해 노력하고,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자신의 '집중점'에 집중하고
'집중점'을 고요하게 잘 지켜나가는 것이 '경(敬)'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경(敬)'은 윗 사람을 공경하는 공경의 의미로 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퇴계 선생의 '경(敬)'은 혼자 있든 함께 있든
자신이 몸과 마음을 잘 삼가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집중해야 할 것에 잘 집중하는 마음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경의 '경(敬)보다
훨씬 깊은 마음 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7. 지행합일
도산서당 문을 열어보니 퇴계 선생이 사셨던 소박한 방이 있습니다.
혼자 계실 때도 '경'을 수행하고,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도 '경'에 바탕을 두고 가르치셨던
퇴계 선생의 정갈한 모습이 떠오르는 소박한 방이었습니다.
퇴계 선생은 인품이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모자란 둘째 부인에게 행했던 높은 인품과
단양 기생 두향이 퇴계 선생을 한마음으로 공경했던 바탕에는
퇴계 선생이 평생을 수양했던 '경(敬)'의 지행일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퇴계 선생의 '경'과 같은 수양의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8. 진도문
도를 향해 나아가는 진도문(進道門)을 올라가면
퇴계 선생 사후 조성한 도산서원 영역이 펼쳐집니다.
단풍이 예쁘게 들어서 더더욱 예쁜 도산서원입니다.
9. 광명실
도산서원의 책을 보관한 전각 이름이 '광명실'입니다.
책을 통한 배움을 통해 광명의 빛을 얻는다는 뜻일 것입니다.
불교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다르마)를 담은 경전을 통해
무명의 어둠에서 벗어나 지혜의 밝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 도산서원(전교당)
도산서원입니다.
퇴계 선생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세운 서원입니다.
오늘날 도산서원의 중심 건물입니다.
도산서원 현판은 한석봉 선생이 쓴 현판입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당인 전교당입니다.
그 옆으로는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도산서원의 근본 스승인
퇴계 선생의 독행을 늘 잊지 말고
공부를 하라는 의미에서 바로 옆에 사당을 조성한 것입니다.
도산서원에서 바라본 낙동강입니다.
참 좋은 자연 풍광과 함께 해서
공부하기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이 주는 가을 단풍의 선물이 어우러져
저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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