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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08) 도반을 구타한 여섯 비구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1. 23.

<법구경(108) 도반을 구타한 여섯 비구 이야기>

 

<부여 무량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여섯 비구가 열일곱 비구와 싸운 일과 관련하여

게송 129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때 비구 열일곱 명이 기원정사에서

자기들의 처소를 청소하고 있었다.

 

그때에 다른 데서 머무는 여섯 비구들이 다가와

열일곱 명의 비구들에게 위협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비구 법랍(비구 생활을 한 기간)이 너희보다 훨씬 높다.

그러니 깨끗하게 청소된 이 장소는 우리에게 내놓아라.

우리가 이곳을 차지하겠다.”

그러나, 열일곱 명의 비구들은 쉽게 양보하지 않았고,

마침내 여섯 비구들은 그 후배 비구들을 두들겨 패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에 얻어 맞은 비구들은 울고불고 야단이었다.

수도원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다른 비구들이 나와서 진상을 알아 본 다음

부처님께 나아가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여섯 비구와 열일곱 비구 모두를 부르시어 매우 크게 꾸짖고

이에 관한 계율을 정하시어

비구가 언성을 높여 가며 서로 다투거나 주먹질하는 것을 금지시키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누구나 매를 두려워하고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자기의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면
어찌 남을 때리고 죽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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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무량사 극락전>

 

1. 계율 제정의 배경

 

불교 교단 성립 초기에 불교는 마가다국,

특히 마가다 국의 수도인 왕사성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녹야원의 5비구나 배화교도인 가섭 3형제,

그리고 사리불, 목련 존자, 마하가섭존자가

교단에 들어올 때는 부처님의 직접적인 한마디로 충분했습니다.

 

"오라, 벗이여"

 

그리고, 부처님의 초기 제자들이

여러 곳에서 포교 활동을 하고 있을 당시에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또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라는 삼귀의에 대한 신앙 고백을 하는 것으로 비구가 되는 것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비구들의 수가 많아짐으로 인해

여러가지 시끄러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비구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자.

 

수행자로서의 예절이나 품위를 갖추지 못하는 자.

 

교단 내부에서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 싸우는 자.

 

교단이 커지고 이런 비구들이 출현함에 따라

골치 아픈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원에서 비구들끼리의 폭력 사태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부처님은 어떤 조치를 취하셨나요?

 

면접 시험처럼 부처님은 비구들이 입교하기 전에

미리 비구로서의 자질을 심사해서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은 삼보에 귀의하여 비구가 되고자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입교를 허락하셨습니다.

 

대신 2가지의 안전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첫째는 멘토제.

 

법랍이 높고 덕이 있는 비구를 멘토로 두고

신참 비구를 멘티로 하여 신참 비구들을 지도하는 방식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을 다 통솔하시기 힘든 상황에서 채택한 

이러한 멘토제 방식은 오늘날에도 '사자전승'이라는 불교 전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번째는 계율.

 

승가 내부에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정하여

승가의 품위 유지와 화합을 위한 조치를 취하셨던 것입니다.

 

<부여 무량사 5층석탑>

 

2. 때리지 말고, 맞지도 말자

 

오늘날 '구족계'라고 해서 승려들이 출가할 때

비구 스님은 250개의 계율을 받고, 

비구니 스님은 350개의 계율을 받습니다.

 

이와 같은 많은 계율은

부처님이 승가가 만들어지고 일괄적으로  제정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교단을 운영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제정한 것입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주먹질로 남(특히 법납이 낮은 비구)을 때리지 말라"는

승가의 계율이 만들어지게 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스토리를 읽으니 군대 생각이 납니다.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은 잘 알겠지만,

군대에서 제일 근절되지 않는 것이 구타 문화입니다.

 

군대 구호 중에 생각나는 것이

"때리지 말고 맞지도 말자."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구호지만,

그 당시 군대의 실상을 알수 있는 구호입니다.

 

구타를 당하면 몸의 아픔과 상처도 상처지만

인간적 모멸감, 수치심, 분노심 등

뒤따르는 마음의 상처가 만만치 않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승가에서도

주먹이 앞서는 비구들로 인해

세속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구타가 수행자 집단에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역지사지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나 얻어 맞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자신이 얻어 맞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듯이 

다른 사람도 때리지 말라."

 

불교 계율의 근본 정신인 "불해와 자비"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얻어 맞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역지사지한다면

법랍이 높고 계급이 높다고 제 멋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출가 사회든 세속 사회든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나쁜 악업인 것입니다.

 

"때리지도 말고, 맞지도 말라"는 군대 구호가 생각나는

이번 법구경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