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07) 세 무리 비구들의 인과법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세 무리의 비구들과 관계된 세 가지 사건과 관련하여
게송 127번을 설법하셨다.
1. 첫 번째 무리
일단의 비구들이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서
기원정사으로 오던 중에 한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자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리려고
마을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었다.
그 때 마을의 한 집에서 불이 나
불꽃이 둥그런 모양을 그리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러는 가운데 사람들은 한 마리의 까마귀가
동그라미 불 속으로 날아가 날개에 불이 붙어 타다가
결국은 땅에 떨어져 죽고 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비구들은 그 같은 까마귀의 죽음이
어떤 악행의 결과였는지는 다만 부처님만이 아시리라 생각하며,
공양을 끝낸 다음 여행을 계속하여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로 부지런히 걸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여행 중에 본 까마귀의 죽음에 대해 여쭙기로 했다.
2. 두 번째 무리
또 다른 일단의 비구들도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
배를 타고 부처님이 계시는 기원정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탄 배는 바다 한 가운데서 우뚝 서더니
웬일인지 더 이상 음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승객 가운데 누가 저주를 받아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두들 제비를 뽑아 보았다.
그 결과 선장의 아내가 저주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러자 선장은 굳은 표정으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저주받은 여자 하나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이 죽을 수는 없지.”
이렇게 말한 선장은 모래가 든 단지를
자기 아내의 목에 매달아 그녀를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자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여
그들은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구들은 그 뒤로 여행을 계속하여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에 이르렀다.
이 비구들도 그 불운한 여인에 대해 부처님께 말씀드리고
그 여인이 전생에 어떤 악업을 지었기에
그런 불행한 죽음을 당해야만 하였는지 질문하기로 했다.
3. 세 번째 무리
또 다른 일단의 비구들도 역시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서
기원정사로 가던 중 날이 저물어
지나던 마을 근처에 있는 조그만 수도원에 들러 하룻밤 쉬어 가기를 청했다.
그러자 수도원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동굴로 안내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곱 명의 비구들이 그 동굴에서 그날 밤을 새게 되었다.
그런데 한밤중이 되었을 때 아주 큰 바위가 내려와 굴의 출입문을 막아 버렸다.
다음날이 되어 수도원 사람들이 여행하는 비구들을 찾아
굴에 가보니 굴의 입구가 꽉 막혀 버렸는지라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그 돌을 치우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바위는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같이 하여 그 비구 일곱 명은 꼼짝없이 그 굴속에 갇혀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이레 동안을 보냈다.
이레째 되는 날 바위는 기적적으로 스스로 움직여 굴 문이 열렸고,
마침내 비구들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일곱 명의 비구들은 수도원에서 굶주리고 지친 몸을 쉰 뒤
사왓티를 향해 여행을 계속하여 마침내 제따와나 수도원에 도착했다.
이들 역시 부처님께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을 모두 보고하고,
자기네들이 전생에 어떤 악업을 지었기에
그런 고생을 해야 했는지 질문하기로 했다.
이들 세 무리의 비구들은 각기 수도원에서
서로 만나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각기 자기들이 여행 중에 겪었던 일들을
보고 드리고 부처님의 대답을 청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나서 이렇게 대답해 주시었다.
4. 첫 번째 무리에 대한 답변
어느 때 황소 한 마리를 가진 농부가 있었다.
그런데 이 황소는 아주 게으르고 고집이 세서
농부는 황소를 잘 부릴 수가 없었다.
황소는 아무데나 앉아 새김질을 하거나 잠만 자는 것이었다.
농부는 이 게으르고 고집 센 황소 때문에 여러 번 화를 냈다.
어느 날 농부는 황소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도 없을 만큼 화가 나서
황소의 목에 볏짚을 감아 묶고는 그 볏짚에 불을 질러 버렸다.
그러자 황소는 목이 뜨거워서 펄쩍펄쩍 뛰다가 죽고 말았다.
이런 악행 때문에 농부는 지옥에서 오랜 동안 고통을 겪었으며
지금까지 그 과보가 남아 여러 형태의 몸으로 태어나 불에 타죽게 된 것이었다.
5. 두 번째 무리에 대한 답변
어느 때 애완 동물로 개를 기르는 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어디를 가든지 늘 개를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그 도시의 젊은이들이
이 여인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비웃으면서
개를 쿡쿡 찌르며 웃어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인을 쿡쿡 찔러 대며 놀리기도 했으므로
여인은 창피하여 개를 미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인은 개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단지에 모래를 잔뜩 채워 넣고 줄로 단지와 개의 목을 묶은 뒤 물에 던졌다.
그래서 개는 물속에서 죽고 말았다.
이 같은 악행 때문에 그녀는 여러 생을 통하여
지옥에 나서 고통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그 과보가 남아 물에 빠뜨려지게 된 것이었다.
6. 세 번째 무리에 대한 답변
어느 때 목동 일곱 명이 채식을 하는 도마뱀이
언덕의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곳에 뱀의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통로를 나뭇가지와 덤불 등으로 꼭꼭 막아놓고 떠나 버렸다.
이들은 집에 가서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이레를 보냈다.
그동안 도마뱀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다가 그 일곱 목동들은 이레째 되는 날 자
기들이 한 일을 기억해 내어
굴에 가서 구멍을 열고 도마뱀들을 풀어 주었다.
이 같은 악행 때문에 그들은 함께 비구가 되었다가
굴속에 갇혀 이레 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지내야 했던 것이며,
그들은 이런 과보를 지난 14생을 거쳐서 받아온 것이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한 비구가 탄식했다.
“아, 진실로 나쁜 행동을 범하고서는
그 과보를 도저히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가 비록 하늘에 있거나 바다에 있거나
혹은 동굴 속에 있거나 간에 말입니다!”
비구의 탄식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비구여, 실로 그러하니라.
실로 너의 말이 옳으니라.
비록 하늘에 있거나 바다에 있거나 혹은 동굴 속에 있거나 간에
악행의 결과가 미치지 않는 곳을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하늘 위도 아니요, 바다 속도 아니며,
산속의 동굴도 아니요, 그 어느 곳도 아니다.
악행의 결과를 피할 곳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세 무리의 비구들은 모두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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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과법
게으르고 고집센 황소 때문에
화가 나서 황소를 볏짚에 불태워 죽인 과보로
다음 생에 까마귀로 태어나서 불에 타 죽는 괴보를 받는 첫번째 이야기.
애완 동물로 키우던 개로 인해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화가 나서 개를 모래주머니에 묶어 물에 빠뜨려 죽여 버린 과보로
다음 생에 여인으로 태어나 바다 한 가운데서 저주를 받아
선장인 남편에 의해 물에 빠뜨려 강제로 수장당해야 했던 두번째 이야기
장난으로 굴 속으로 들어가는 도마뱀이 나오는 통로를 막아
도마뱀을 7일 동안 물 한모금 못 마시게 고통을 가했던 과보로
다음 생에 수행자로 태어났슴에도
7일 동안 동굴에 갇혀 물 한모금 못먹고 공포 속에 지내야 했던 세번째 이야기.
이번 이야기들은 모두 인과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분노든 장난이든 남을 해치려는 의도로 해치는 행위를 하면
그 과보로 자신도 똑같은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인과의 법칙은 준엄하여 악행의 결과를 피할 곳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세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거짓말을 한 환자에 대한 분노로 일부러 눈을 멀게 만든 의사가
몇 생을 장님으로 살아야 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법구경 제 1장부터
법구경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과법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배우고 지니고 믿어야 할 불법의 다르마(法)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다르마가
바로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과법이라는 다르마입니다.
이 인과법을 거부하지 않고 저항감 없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법구경에서는 참 다양하고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선인선과 악인악과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과법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불교 공부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이를 해치려고 하지 말고,
자비심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보호하라."
이 가르침이 불교의 알파요 오메가이고,
시작이자 끝을 관통하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의를 가지고 말이든 행동이든 남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도 고통을 받는 인과가 따르므로
제발 누군가를 해치는 짓을 그만두어라.
남을 해치려는 마음은 주로 분노심 때문에 생기므로
분노의 상황에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절제력을 기르고,
더 나아가 자비심을 함양하여 고통받는 중생들을 보호하라.
법구경의 여러 편에서 나타나는
가장 요체가 되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이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많이 외칩니다.
우리 불교인들은 '자비천당 살생지옥'이라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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