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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12) 여자 신자들이 계행을 지키는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2. 6.

<법구경(112) 여자 신자들이 계행을 지키는 이야기>

 

<영월 법흥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오백 명의 여자 신자들과 관련하여 게송 135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오백 명의 여자 신자들이

사왓티 성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뿝빠라마 비구니 수도원에 와서 재일(齋日)의 8계를 받고 있었다.

 

이때 이 수도원을 건립한 유명한 여자 신자인 위사카는

연령과 계층에 따라 분류된 사람들 각각에게

그들이 왜 수도원에 와서 8계를 받고 재일을 지키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 결과 그녀는 여자 신자들이

각각 다른 희망을 갖고 8계와 재일을 지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많은 여인들은 이 세상을 떠난 다음

천상에 태어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고,

중년 여인들은 자기 남편이 둘째 아내와

하룻밤이라도 함께 잠자지 못하게 하고 싶어서였다.

 

갓 결혼한 젊은 여자들은 첫 아기가 아들이기를 소원해서였고,

처녀들은 인물 좋고 인정 많으며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어서

수도원에 와서 8계를 받고 재일을 지키며 소원을 빈다는 것이었다.

여러 그룹으로 이런 각각의 대답을 들은 위사카는

그녀들을 모두 데리고 부처님께 갔다.

 

그리고, 자신이 여러 그룹으로부터 들은

각기 다른 대답에 대해 부처님께 보고드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위사카여!

태어나고 늙고 죽는 것은

중생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대사(一大事)이니라.

 

태어났기 때문에

늙고, 시들고, 마침내 죽게 되는 것이 아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생들은

이 고통스러운 생사윤회에서

해탈하려고 발원하여 힘써 노력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생사윤회의 밧줄로 자신을 꽁꽁 묶고자 애쓰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목동이 채찍으로 소 떼를 몰아
목장 안으로 들어가듯
늙음과 죽음은
중생들의 생명을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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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1. 팔재계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는 음력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초하루와 보름날 행사는

브라만 교에서도 오래 전부터 지켜 왔습니다.

 

타 종교에서도 매달 정해진 날마다

종교 행사가 성행했고 종교 집회가 있었습니다.

 

초하루와 보름날에 재가 신자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의 사원에 모여 수행승으로부터 설법을 들었습니다.

 

또, 이런 날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출가자와 재가자들이 자리를 같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날은 성스러운 날이면서

또한 즐거운 축제날이기도 했습니다.

 

일찍부터 불교 교단에 귀의한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께 불교 교단도 

이렇게 재가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종교 행사를 건의했습니다.

 

부처님도 찬성하시고,

불교 교단에서도 재일을 정해

재가자들을 수도원에 맞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재일은 정기적으로 재가자들이

설법을 들을 수도 있고 수행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늘날 초하루나 보름 법회의 원형인 셈이고,

고려 시대 때에는 8관회와 같은

국가적 불교 행사의 원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날은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하는 자리로써

참석하는 재가자는 5계 외에 다음의 3가지 계율을 추가하여 

8재계를 지키며 수행했습니다. 

 

첫째, 정오가 지난 다음 먹지 않는다.

둘째, 춤추고 노래하고 몸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신구를 쓰지 않는다.

셋째, 높고 넓은 사치스런 좌구나 침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재일은 먹고 입고 꾸미는 것을

검약하게 하는 소욕지족의 계율을 지키며

재가자들이 일상적 삶의 틀에서 벗어나

수행을 하고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입니다.

 

<적멸보궁>

    

2. 세속적 복락

 

부처님에 대한 깊은 공경심 속에서

외도를 믿는 시댁 가족들을 불교로 귀의시키고

불교 교단에 많은 보시를 한 위사까 부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코살라국의 수도인 사밧티에 기원정사와 비견되는

"뿝빠라마 수도원" 또는 "녹자모 강당"이라는 큰 수도원을 세웠습니다.

 

녹자모 강당은 많은 경전에 이름이 전해지고 있는데,

기녀 암파발리가 승단에 보시한 바이샬리 ‘암파발리 망고동산’과 함께

부처님 교단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공간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위사카 부인은 승가에 보시하는

철저한 보시행의 실천으로 수행을 삼았습니다.

 

특히, 비구니 수행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공간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많은 여성 재가 불자들을

불법 수행의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건립한 수도원에서

팔재계를 받고 수행하는 여인들의 기원이 제각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여인들은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팔계를 지키려 했습니다.

 

중년의 여인들은

남편의 애정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으로 팔계의 공덕을 얻고자 했습니다.

 

갓 결혼한 젊은 여인들은

인도 전통 사회의 요청인 아들을 낳기를 갈구했습니다.

 

미혼인 여인들은 집안 좋은 남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팔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여인들의 기원은 제각각이지만,

그 추구하는 근본은 세속적 복락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여인들이나

오늘날 한국의 많은 여성 불자들이나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세속적 복락을 구하는 

기원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8재계를 지키며 수행을 하면서

여인들이 추구하는 것이 세속적 복락임을 보고

위사카 부인은 부처님께 여인들의 기원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입니다.

 

세속적 복락은 우리에게 행복을 줍니다.

그러나, 세속적 복락은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천상에 태어남이든,

남편의 사랑이든,

사랑스런 자식이든,

생활의 안정이든, 

명성이든 성취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머물렀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영월 법흥사>

 

3. 해탈

 

부처님은 영원하지 않은

세속적 복락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마치 목동이 채찍으로 소떼를 목장 안에

집어 넣어 가두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갇혀진 목장 안에서 소가 풀을 뜯어먹고

배부르고 즐거울 수는 있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현재 풀을 뜯어먹고 배부른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에만 만족하여 머무르거나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세속적 복락이 영원한 것인양

목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그 갈망이 지나치면 구해도 구할 수 없는

8가지 괴로움의 하나에 빠지게 합니다.

 

곧 죽음의 그림자는 닥쳐오고 

생사 윤회의 밧줄로 자신을 꽁꽁 묶습니다. 

 

결국 불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해탈입니다.

즉,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으로부터의 벗어남입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탐진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므로

구하는 것이 지나쳐 갈망이 오고 힘든 중생에게는

세속적 복락이라는 당근을 통해 천천히 인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인도하시려는 최종 목적지는 

세속적 복락을 추구하는 것에 있지 않고

고통스러운 생사 윤회에서의 벗어남,

탐진치로부터의 벗어남에 있다는 것입니다.

 

목장 속에서의 배부름에 만족하여 소떼로 남아 있지 말고,

탐진치에서 벗어난 해탈의 길을 향해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참다운 자유와 행복인 해탈이

불법의 근본임을 잘 자각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