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13) 아귀(왕구렁이) 뻬따 이야기>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왕구렁이 뻬따와 관련하여 게송 136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마하 목갈라나(목련) 존자가
락카나 비구와 함께 영취산 언덕에서 내려오다가
왕구렁이 뻬따(아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락카나 비구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락카나 비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얼마 뒤 두 분의 존자는 부처님이 계신
죽림정사에 도착하여 부처님께 인사를 올렸다.
그 다음 마하 목갈라나(목련) 존자는 부처님께
왕구렁이 뻬따의 긴 몸이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당신께서도 깨달음을 성취한 직후
그 왕구렁이를 보았으나
그 때에는 이에 대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해도
일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중생들이 부처님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점을 생각하시고
중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침묵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설명하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마하 목갈라나가 그 구렁이를 보았으니
여래는 그에 대해 말하리라.
그 왕구렁이 뻬따는 카사빠 부처님 당시에 도적이었느니라.
그는 아주 잔인하여
어느 부잣집에 일곱 번이나 불을 질렀고,
그러고도 모자라 그 부자가 헌납하여
부처님이 머무셨던 도량까지도 불을 질러 태워 버렸느니라.
이때 부처님께서는 탁발을 나가시어 화를 당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이같은 악행을 저지른 과보로 그 도적은
오랜 세월을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였고,
지금도 배고픈 귀신이 되어 나머지 과보를 받고 있느니라.
그는 길고 굵은 몸에 불이 붙어
머리로부터 꼬리까지 항상 번쩍거리면서 태워지는 고통을 당하는데,
한 번 타고 나면 다시 생겨 불태워지기 때문에 그 고통에는 끝이 없느니라.
비구들이여, 어리석은 자가 악행을 저지를 때
그는 그것이 자기를 해치는 일인 줄 알지 못하느니라.
그렇지만 그가 저지른 악행의 결과는 어김이 없나니
그는 결코 그것을 피할 수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어리석은 자가 악행을 저지른 때
그는 그것이 악행임을 모른다.
그러다가 그가 범한 악행의 고통은
몸을 불에 태우는 것과 같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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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악도와 아귀
목련존자는 부처님 제자 중에 '신통 제일'로 불립니다.
목련 존자가 동료 비구와 함께 왕사성의 영취산을 내려오다가
긴 몸이 불에 활활 타고 있는 아귀인 왕구렁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신통력이 없었던 동료 비구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으신 직후 불타는 왕구렁이의 모습을 보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생들이 믿지 않고 오히려 부처님을 비방할까 침묵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왕구렁이는 전생에 잔인한 도적으로
부잣집을 7번이나 불 지르고 부처님이 계시던 수도원까지 불질렀습니다.
그 악업의 과보로
오랫동안 지옥에서 고통받다가
현재는 아귀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옥, 아귀, 축생.
불교에서는 '3악도(三惡道)'라고 합니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으로
악업을 저지른 중생이 가는 세계입니다.
그 중 아귀는 전생에 탐욕으로 인해
악행을 저지른 존재들이 가는 세계입니다.
목은 가는데 배는 남산만하며,
음식을 삼켜도 음식이 불로 변해 몸을 태웁니다.
음식에 대한 갈망만 가득할 뿐
음식을 구해도 구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겪습니다.
신통력이 있는 목련 존자의 눈에는
이러한 아귀의 모습이
마치 온몸이 불타고 있는 왕구렁이의 모습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방을 볼 때가 있습니다.
불에 타서 자기 몸이 타들어감에도
모닥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을 봅니다.
탐욕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도
불나방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여름밤에 불빛의 유혹을 따라
숙명처럼 달아드는 불나방처럼
탐욕의 유혹이 달콤하기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탐욕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2. 갈애
이러한 달콤한 탐욕의 유혹을
왜 불교에서는 "갈애"라고 표현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달콤한 탐욕의 유혹으로
목이 타는 듯한 갈애에 빠져서
선악시비에 대한 개념을 상실하고
불나방처럼 불을 향해 달려드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저지른 악업의 인과법은 준엄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리석은 자가 악행을 저지를 때에는
그는 그것이 자신을 해치는 악행임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달콤한 탐욕의 유혹은
사람을 눈멀게 만들고 어리석게 만듭니다.
그 어리석음으로 악행을 저지르지만,
자신이 범한 악행의 고통은 몸에 불이 타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귀가 먹은 음식은
자신의 몸을 활활 타오르게 합니다.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이
결국 불에 타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5계는
악업으로 인한 고통의 인과를 막는
가장 좋은 방패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이지 않고,
훔치지 않고,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
남을 속이지 않고,
중독되지(취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악업으로 인해 고통받을 일은 대폭 감소할 것입니다.
갈애는 달콤한 탐욕의 유혹입니다.
분노는 갈애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심리 상태입니다.
죽이고 싶고, 훔치고 싶고, 불륜을 저지르고 싶고,
남을 속이고 싶고, 취하고 싶은 그 마음을 제어할수 있다면
갈애(탐욕)와 분노에서 벗어나
지옥의 문, 아귀의 문, 축생의 문을 차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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