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23) 안동 임청각>
1. 99칸 양반 주택, 임청각
안동 임청각에 들렀습니다.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시구를 빌려 그 이름을 지은 임청각(臨淸閣).
예전에 왔을 때는 공사 중이라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온전한 임청각과 마주할수 있어 좋았습니다.
임청각은 1515년(중종 10년)에 형조좌랑을 지낸
고성 이씨 이명 선생이 처음 만들었습니다.
영남산과 낙동강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는 길지에 세워진 집이라서
세 명의 정승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고택입니다.
두 분은 나왔고,
마지막 한분이 안 나와서
정승 자식을 만들고픈 사람들이 고택 숙박을 하기도 한답니다.
2. 석주 이상룡 선생
임청각은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한
10분의 독립운동가가 살았던 독립 운동의 성지입니다.
임청각의 주인인 석주 이상룡 선생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재산을 팔아
일가를 이끌고 만주로 망명한 후 독립 운동에 전 생애를 바쳤습니다.
만주로 건너가 서간도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투사들을 키우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맡아
독립 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우다 1932년 만주 땅에서 순국하셨습니다.
임청각에는
안동에서 일가를 이끌고 만주로 건너간
32일간의 망명 여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홀로 가도 힘든 길을
일가와 함께 옮겨 가면서
풍토가 다른 중국 땅에 터전을 개간하며
극악한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이상룡 선생은 독립이 되기 전에는
내 시신을 고국에 가져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며
치열하게 만주 벌판에서 독립을 위해 싸우셨다고 합니다.
고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싸우신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한 임청각 분들의
꿋꿋한 독립 정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3. 고려 주택 양식의 임청각
임청각의 관리인인 김호태 선생이
특별히 안채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임청각 곳곳을 보면서
몰랐던 임청각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임청각은 우리 나라 고려 시대 때
집 양식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돌을 높게 쌓아 누각처럼 집을 만들고,
각각의 집들이 서로 통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집이면서도 마치 성(城)의 요새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사무라이 저택의 요새같은
견고한 고려 시대 주택 양식이
우리나라 임청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습니다.
거란, 몽고의 침략에도 꿋꿋히 싸운 고려인의 기운이
임청각에 전해져 그 후손들이 노예의 삶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자유를 위해 싸우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룡 선생을 비롯한
임청각의 선각들은 깨어나서
일제의 노예가 아닌 자유와 독립의 투사가 되어 사셨습니다.
우리 불자들도 윤회의 노예의 삶에서 화들짝 깨어나
참된 자유와 평화인 해탈을 향해 분투하는
올곧은 수행자로 바로 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군자정(君子亭)
예전에 왔을 때는 공사 중이었던 군자정입니다.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내신
임청각의 주인 석주 이상룡 선생이 주로 머무셨던 정자입니다.
이상룡 선생의 의연한 결기처럼
의연한 결기가 느껴지는 군자정이었습니다.
이상룡 선생은 군자의 입명의 삶을
고난 속에서도 일제의 노예가 아닌
대한의 자유인으로서 살고자 하셨습니다.
99칸의 저택에 살던 부호였지만,
자유인의 실천을 위해 안락을 포기하고
스스로 만주벌판에서 독립의 고난의 길을 걸으신
진정한 군자의 삶을 사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5. 독립 운동의 도시, 안동
양반의 도시인 안동은
우리나라 독립 운동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300여명이 넘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립 운동 유공자를 배출한 도시입니다.
임청각은 안동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국권을 빼앗긴 고난의 시대에
진정한 정의의 투사의 삶을 사셨던
석주 이상룡 선생과 그 가족분들의
고귀한 삶을 돌아보니
이 난세를 바르게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중앙선 철도가
임청각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습니다.
일제가 안동 독립투쟁의 맥을 끊으려
임청각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도를 부설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참으로 독한 놈들입니다.
이제 중앙선 철도도 임청각을 우회하여
새롭게 운행한다고 하니
올곧은 임청각의 의로운 기운이
안동을 넘어 우리나라에 가득하기를 기원해 보았습니다.
'풍류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류 기행(25) - 안동 법흥사지 7층전탑 (2) | 2024.12.27 |
---|---|
풍류 기행(24) 안동 만휴정 (4) | 2024.12.18 |
풍류 기행(22) 안동 이육사 문학관 (5) | 2024.12.10 |
풍류 기행(21) - 퇴계 태실 (6) | 2024.12.07 |
풍류기행(21) - 안동 도산서원 (5) | 2024.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