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24) 안동 만휴정>
1. 미스터 썬샤인 촬영지, 만휴정
안동은 우리 나라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시 중 하나입니다.
서울 특별시의 2.5배 면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동은 넓습니다.
만휴정은 안동에서 제일 남쪽인 길안면 쪽에 있습니다.
안동 도심이나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안동 여행을 오더라도 만휴정을 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휴정을 안 갔으면 많이 아쉬웠을 것입니다.
만휴정은 제가 갔던 정자 중 역대급 정자였습니다.
계곡 속으로 들어와 물이 흐르고
산수가 아름다운 정말 멋진 곳이었습니다.
만휴정은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 중 하나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이 고애신에게
"합시다, 러브. 나랑. 나랑 같이."라고 말한
외나무 다리가 있습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손을 잡고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멋집니다.
아름다운 정원에 스토리가 함께 하니 더 재미있습니다.
2. 만휴정과 보백당 김계행 선생
만휴정은 조선 전기에 건축된 원림(정원, 園林)입니다.
자연의 계곡을 정원으로 차경하여
자연과 어우러져 하나된 아름다운 원림 정자입니다.
조선 성종, 연산군 때의 문신
보백당 김계행 선생(1431∼1517)이
1498년에 벼슬을 그만 두고 낙향한 후
독서와 사색을 하기 위해 1501년에 지었습니다.
김계행 선생은 49세의 늦은 나이에 문과에 급제하여
50세부터 관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나이 많은 과거 급제자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벼슬길이 잘 풀려 사헌부 감찰, 성균관 대사성,
홍문관 부제학, 이조참판, 대사헌, 대사간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1498년(연산군 4년) 대사간 재임 중
연산군의 실정을 지적하는 의견이 수용되지 않자
곧바로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어찌보면 그때 그만 두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당시의 왕이 바로 연산군이었으니까요.
연산군의 그 이후 행태를 보면 어떤 화를 입을 줄 몰랐을 것입니다.
3. 나의 보물은 맑고 깨끗함(淸白)
만휴정에는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이라는 현판이 있습니다.
'우리 가문에 보물은 없으나,
보물이 있다면 오직 맑고 깨끗함이다'는 뜻입니다.
맑고 깨끗한 청백을 진정한 보물로 삼은 분이니
이 분의 마음 세계가 얼마나 맑고 깨끗했는가 싶습니다.
김계행 선생의 호이자 집의 이름인
'보백당(寶白堂)'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우리 불교에서도 불법승 삼보를
'진정한 세가지 보물'이라고 합니다.
김계행 선생이 '청백'을 진정한 보물로 삼고
자신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수양했듯이
우리도 불법승 삼보를 진정한 보물로 삼고
바른 귀의의 마음과 실천을 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4. 자연과 하나된 정자, 만휴정
만휴정은 산과 물과 하늘의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곳에 있었습니다.
특히, 푸른 물과 폭포가 장관이었습니다.
'만휴정 (晩休亭) '은 ‘만년(晩年)에 쉬는 정자’라는 의미입니다.
김계행 선생은 마치 인도 브라만이 말년에 은퇴하여 유행하듯이
말년의 자신의 삶을 세속적 욕망과 번잡함을 떠난 진정한 휴식을 하며
학문을 닦으며 도를 궁구하며 몸과 마음을 청정히 닦고자 했던 것입니다.
역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지만,
이 분이 추구하는 마음 세계가 구현된
만휴정을 직접 보니 우리나라에 훌륭하신 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동 여행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만휴정이었습니다.
만휴정이 있는 동네가 묵계리(默溪里)입니다.
6. 침묵의 계곡, 묵계
이 계곡이 '묵계'인 것인데,
세속적 번뇌와 번거로움에서 벗어난
'침묵의 계곡'이라는 뜻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물빛에 비친 하늘과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묵계의 계곡에서
만휴정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자연과 하나된,
도반과 하나된
평화와 행복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백당 김계행 선생의 청백의 가치를
새겨 놓은 바위에 누워 자유로움을 맛보았습니다.
'저 바위에 누워 외로운 산새될까' 하는
노래가 생각나는 바위였습니다.
다음에 봄이나 여름, 눈내린 겨울에도
한번 와서 만휴정의 풍취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년이 가도 언제나 사람들이 진정한 휴식처로 좋은 원림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좋은 곳을 후대인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보백당 김계행 선생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7. 묵계서원
만휴정에서 좀 떨어진 곳에
보백당 김계행 선생을 모신 <묵계서원>이 있습니다.
서원 입구에 카페가 있고,
서원도 커피와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즐길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습니다.
보백당 김계행 선생 후예들의 생각이 많이 깨어 있고
자유롭게 개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자 누각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셨습니다.
서원에 앉아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여유로운 휴식을 나누기는 처음입니다.
안동 서원의 변신입니다.
이런 서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가면 볼수 있는
정원 다실과 카페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안동 오면 또 한번 오고 싶은
보석같은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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