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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23) - 작은 아미타불

by 아미타온 2025. 1. 24.

<나무아미타불(23) - 작은 아미타불>

 

<유행을 떠나는 잇펜 스님>

 

1. 잇펜 스님과 진교 스님

 

옛날 일본 교토에 여행 갔을 때

국립 교토 박물관을 갔었습니다.

 

국립 교토 박물관에는

일본의 정토 조사인

<잇펜 스님 그림전 및 시종 보물 특별전>을 했습니다.

 

잇펜(一遍) 스님은 일본 정토종파인 시종(時宗)의

조사 스님으로 일본 전역을 떠돌면서

대중들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포교했습니다.

 

그 때 아주 감동적인 목상을 보았습니다.

 

잇펜 스님의 뒤를 이어 시종의 2대 조사가 된 

타아미타 진교(眞敎, 1237-1319)상인의 목상이었습니다.

 

<진교 스님 목상>

 

바로 이 목상입니다.

 

나이가 80이 넘은 노스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말년에 구안와사 병을 앓아

눈과 입이 약간 돌아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와병 중에도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꼿꼿히 앉아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리얼리티한 사실감을 나타낸 스님의 좌상으로

우리 나라의 '보물'에 해당하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눈과 입이 돌아간 병든 모습 속에서도 합장하고 앉아 

오롯이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시는 듯했습니다.

 

육신의 무상함 속에서도 스승 잇펜의 가르침인 구원의 길,

<나무아미타불>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본에는 리얼리티한 스님 좌상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깨달음을 회향하여

그 시대 법을 구하는 후학들에게 남겨준

스승에 대한 깊은 공경심과 그 배움을 계승하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조사들의 삶과 행적을 표현하고 남겨두는 문화 전통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시종의 조사 스님인 잇펜 스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아미타 부처님의 이름을 법명으로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O아미타'하는 식으로 말이다.

 

시종의 2대 조사인 진교 스님에게

잇펜 스님 지어준 이름은 '타(他) 아미타'입니다.

 

줄여서 '타 아미', 또는 '타아'라고도 부릅니다.

 

잇펜 스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우리는 범부중생이 아닙니다.

 

우리는 또 다른 아미타이며,

이 생을 살고 있는 작은 아미타입니다.

 

한편으로는 무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황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과감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교 스님과 시종>

 

2. 작은 아미타불

 

왜 잇펜 스님은 제자들의 이름에

'아미타불'의 이름을 주었을까요?

 

<나무아미타불>은 '귀명무량수불',

'귀명아미타불'이라는 뜻입니다.

 

'목숨 바쳐 귀의한다'는 뜻의

'귀명(歸命)'은 무슨 의미일까요?

 

내 목숨을 아미타 부처님께 바친다는 뜻도 됩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목숨바쳐 따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잇펜 스님은 '나무아미타불'의 귀명을

'아미타 부처님의 명근(命根)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잇펜 스님은 명근, 즉 '생명의 뿌리'로 돌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이 때 '생명의 뿌리'는

아버지, 어머니. 그 윗대의 조상들이 아닙니다.

 

아미타 부처님이 태어난 그 곳,

아미타 부처님을 낳았던 그 곳.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잇펜 스님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보았습니다.

 

<대승기신론>의 가르침에 의하면

그 자리는 진여이며 법성이며 불성의 자리입니다.

 

그 진여, 법성, 불성에서

묘한 상(相)과 용(用)이 나와서

법장 보살과 아미타 부처님께서

방편법신(보신)의 모습으로 출현하셨습니다.

 

잇펜 스님은 아미타 부처님이 태어난 그 자리,

아미타 부처님을 낳았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진정한 '귀명'의 의미로 보았던 것입니다.

 

즉, 나와 아미타 부처님이 

하나의 방향을 향해 함께 하나되어 서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미타불"의 세계인 것입니다.

 

잇펜의 가르침은 나와 아미타불의 간격이 사라진

불이(不二)의 세계입니다.

 

진정한 귀명은 함께 명근의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는 둘이 아닌 관계라는 것입니다.

 

나와 아미타 부처님이 함께 향하고 있는

그 명근은 우리 모두가 함께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명근을 통해 나와 아미타 부처님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너의 이름이 '아미타'라고 불리더라도

신성 모독이나 무한 황송함으로 바라보지 말고

너 속의 아미타를 불러 보고,

너 속의 아미타를 깨어나게 하고

너 속의 아미타를 향해 있으라는 뜻에서

잇펜 스님은 제자의 이름을 'O아미타'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래서 너의 삶을

범부 중생의 삶이라고 비하하지 말고,

하나의 또 다른 아미타로서 멋지게 살아보라는

스승의 깊은 자비심이 깃든 법명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잇펜 스님의 열반>

 

3. 원효 스님의 귀명

 

우리 나라의 원효 스님 또한

'귀명'을 생명의 근원, 진여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원효 스님은 천촌만락을 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라고 했습니다.

 

원효 스님은 <나무아미타불>을 가르쳐 준 사람들을

범부 중생으로서가 아니라

깨닫지 못한 보살로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이 못배운 하근기의

사람들에게 준 단순한 방편이 아니라,

원효 대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불법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원효 대사의 <나무아미타불>과

잇펜 스님의 <나무아미타불>은 이런 측면에서는 닿아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