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33) 다툼을 벌이다 깨달음을 얻은 한 젊은 비구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한 젊은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167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젊은 비구 하나가 나이 많은 비구를 따라서
유명한 여자 재가 신자인 위사카 부인의 집에 탁발을 나갔다.
거기에서 아침 죽 공양을 받고 난 뒤
나이 많은 비구는 젊은 비구에게
잠시 여기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한 다음
개인적인 일을 보기 위해 그곳을 떠났다.
잠시 후 위사카 부인의 손녀는
젊은 비구를 위해 물을 길어 단지에 붓다가,
큰 물독에 고인 물에 자기 얼굴이 비치는 것이 신기하여
혼자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젊은 비구는 그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러자 위사카의 손녀는 자기 감정을 잃고
버럭 화를 내면서 그 비구에게 소리쳤다.
"이 까까머리야!
왜 나에게 추파를 던지는 거야?"
젊은 비구는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고
화가 나서 이렇게 응수했다.
"너야말로 까까머리다.
너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 어머니도 까까머리다.
이 바보 멍텅구리야."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결국 소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손녀가 울면서 들어오자
위사카 부인은 방에서 나와 젊은 비구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제 손녀에게 화를 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어쨌거나 비구께서는
머리를 깎으신 게 사실이고,
게다가 손발톱도 깎았고,
가사도 여러 조각을 맞추어 바느질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 다음 발우를 들고 다니면서
아침마다 밥을 탁발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 손녀가 한 말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자 젊은 비구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가 머리를 깎은 것을 두고
이러니 저러니하며 문제삼을 것은 없지 않습니까?"
이런 당당한 태도에 위사카 부인도 잠시 주춤했다.
그러는 동안에 일을 보러 나갔던 나이 많은 비구가 돌아와
두 사람을 서로 화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데,
마침 부처님께서 위사카 부인의 집에 오셨다.
부처님께서는 젊은 비구와 위사카 부인의 손녀 사이에 있은
다툼에 대해 다 들으신 뒤
젊은 비구가 수다원 과를 성취할 시기가 왔음을 아셨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짐짓 비구의 편을 들며
위사카 부인의 손녀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소녀여!
너는 무슨 이유로 여래의 아들을 까까머리라고 불렀느냐?
그가 단순히 머리를 깎았다는 그 이유만으로 그렇게 불렀느냐?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그처럼 머리를 깎음으로서
여래의 교단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니더냐?"
이렇게 부처님께서 자기를 두둔해 주시자
젊은 비구는 감동이 되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를 올리면서 말했다.
"위대하신 부처님이시여!
실로 부처님만이 저를 이해해 주십니다.
저의 스승도, 수도원의 대시주자인
저 위사카 부인도 저를 이해해 주지 않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제는 이 비구가 마음이 풀려서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일만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시어
이렇게 설법하셨다.
"비구여!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혀
여자에게 미소를 짓는 것은 저속한 일이니라.
그러므로 네가 위사카의 손녀에게 한 행위는 옳지 않으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비열한 길을 따르지 말고
게으르고 방심한 생활을 하지 말라.
삿된 견해를 갖지 말고
생사 윤회 속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젊은 비구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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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리의 단순함과 명백함
예전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화장실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누구의 명언인지는 모르는데,
인상적인 한 글귀를 보았습니다.
"진리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단순함과 명백함이다.
거짓은 항상 복잡하고 소란스러우며 말이 많다."
이 글귀를 듣는 순간 <법구경>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은 단순하면서도 명백합니다.
짐승의 왕인 사자의 외침(사자후)처럼
단순하고 시원하고 권위있고 명백하게 진리를 말씀하십니다.
이번 법구경 말씀도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분쟁을 종결시키는
단순하고 명백한 종결의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경전을 보면 출가 수행자가
재가자들, 특히 젊은 여인들을 만났을 때
마음 챙김을 유지하지 못하고
감각적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경계하시는 부처님 말씀이 많이 나옵니다.
그럴 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며
탁발시에 마음을 잘 챙기도 품위있는 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마음 챙김에 머물고,
감각 기관을 절제하며 마을에 탁발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법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들(재가자)과의 만남의 결과
그(출가 수행자)는 감각적 욕망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갈애에 휘말리고, 그들을 부러워하고,
다시 출가 전의 사치함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수행자의 재난이다."
세속적 욕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수행자의 재난"이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심지어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는 장면도 나옵니다.
"연상의 여인은 어머니처럼 여기고,
중년의 여인은 누이 동생처럼 여기고
젊은 여인은 딸처럼 여겨라."
심지어 여인을 어머니, 누이동생, 딸처럼
보라고 하실 정도로 출가 수행자가
여인에 대한 애욕에 빠져 허우적거림을 경계하십니다.
2. 세속적 욕망
그런데, 한 성질 하고
혈기 왕성한 젊은 비구가 탁발을 나갔는데,
탁발시에 세속 여인을 대하는 마음 챙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위사까 부인의 아름다운 손녀가
자신에게 물을 챙겨주다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약간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보내었습니다.
그런데, 위사까 부인의 아름다운 손녀도
한 성질 했던 모양입니다.
출가 수행자가 음흉한 눈길을 보내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쁘고 빈정 상해서
"까까머리 중"이라는 욕을 하고 대들었던 것입니다.
역시 한 성질 하는 비구가 맞받아침으로써
서로간에 분란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사까 부인이 이 소란을 듣고 나와서
자신의 손녀딸을 두둔하는듯한 말에 더 열이 받은
젊은 비구는 자신의 허물은 잊고 더 감정이 상해서 대응을 했습니다.
젊은 비구의 스승이 와서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자
부처님께서 직접 나서셨습니다.
부처님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참 재미있습니다.
부처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젊은 비구를 혼내지 않으십니다.
먼저 출가 수행자에게 욕을 하고
비방을 한 여인의 잘못을 일깨우고
젊은 비구의 권위를 세워줌으로써
젊은 비구의 마음을 풀어주셨습니다.
그래서 비구의 마음이 풀려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상태가 되자
불법의 진리(다르마)를 설하셨습니다.
마음 챙김을 수행하는 출가 수행자가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혀 여자에게
음흉한 미소를 보내고 이렇게 세속인과 다툼을 벌이는 것은
저속한 행동이므로 자신의 허물을 통찰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3. 바른 마음 챙김(正念)
수행자가 세속적 욕망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게으르고 방심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삶을
부처님은 저열한 삶, 비열한 삶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세속적 욕망에 빠져
저열하고 비열하게 사는 삶에서 벗어나
마음 챙김과 마음 집중을 통해
향상을 위한 정진의 길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이 가르침은 단순히 출가 수행자에게만
해당되는 가르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속 생활을 하는 재가 수행자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세속적 욕망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는 것입니다.
나를 게으르게 하고 방심하게 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악업으로 이끄는
세속적 욕망이 무엇인지를 통찰하여
세속적 욕망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재가 수행자는 재물, 명예, 사람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조심해야 합니다.
재물, 명예, 사람에 대한 지나친 욕망으로
정도에서 벗어나 욕망의 노예가 되어 허우적거리거나
나쁜 말,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세속화에 물들지 않는 삶.
재가 수행자가 수행의 길을
탄탄하게 걷기 위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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