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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34) 부처님의 아버지 숫도다나 왕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5. 3. 4.

<법구경(134) 부처님의 아버지 숫도다나 왕 이야기>

 

<양산 통도사>

 

부처님께서 니그로다라마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부처님의 아버지이신 카필라성의 숫도다나 왕과 관련하여

게송 168번과 169번을 설법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부왕인 숫도다나 왕(정반왕)의

요청에 따라 카필라성을 방문하셨다.

 

석가족이 세운 니그로다라마 수도원에 머무시면서

당신의 출가 전의 가족과 친척 형제들에게 설법하셨다.

 

이때 숫도다나 왕은 부처님이

당신의 친아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초청을 하지 않아도 내일 아침 공양은

당신의 왕궁에서 하시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어

새삼스럽게 부처님을 초청하지 않았다.

 

왕은 당연히 부처님이 오시리라 생각하여

약 2만 명의 비구들이 먹을 분량의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날 아침

다른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이 해오신 전통에 따라

비구들을 거느리고 시내로 탁발을 나가셨다.

 

부처님께서 시내로 탁발을 나가시는 것을 본

야소다라 태자비는 황급히 숫도다나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통도사 영산전 석가모니 부처님>

 

그러자 소식을 전해들은 숫도다나 왕은 급히 부처님께 달려왔다.

 

왕은 부처님께 크샤트라야 계급(왕족 계급) 출신인

부처님이 남의 집으로 돌아다니며 음식을 빈다는 것은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왕궁 안에는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으니

어서 궁으로 들어가자고 청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부왕에게

수행자가 탁발을 나가는 것은

과거 모든 부처님들로부터 끊어짐 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고귀한 전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거고, 미래의 부처님도 또한

이 전통을 지킬 것이므로

당신도 현재의 부처로서

이 전통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셨다.


탁발하는 의무를 게을리 하지 말고
올바른 다르마를 바르게 실천하라.
올바른 다르마를 바르게 실천하면
이 세상과 다음 세상에서 모두 행복하리라.

 

탁발하는 의무를 바르게 실천하라.

옳지 않은 수행을 하지 않고

올바른 다르마를 바르게 실천하면

이 세상과 다음 세상에서 모두 행복하리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숫도다나 왕은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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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봉발탑>

 

1. 걸식

 

부처님께서 고향인 카필라 성을 방문하신 것은

깨달음을 얻으시고 전법의 길로 나선지 6년 후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한 시점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카필라 성에서 출가를 감행하시고 

12년 후에 카필라 성을 방문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헤어진 후 12년만의 만남이니

아버지 정반왕은 얼마나 아들이 그리웠을까요?

 

석가족 출신의 왕자로 부처님이 되셔서

마가다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붓다'로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하니

아버지가 원래 원했던 전륜성왕이 되지는 못했지만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붓다로서의 아들이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카필라 성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왕궁으로 와서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자신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아버지와 아들로서의 부자간의 회포를 풀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이집 저집 돌아다니시며 걸식을 하신 것입니다.

 

석가족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민족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정반왕의 입장에서는

왕자 출신인 부처님께서 거지처럼

빌어 먹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왜 그러셨을까요?

 

당신이 예전의 석가족의 싯다르타 태자가 아니라

이제는 만중생을 교화하는 부처님이라는 것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가한 사문의 공양법인 걸식을 통해

당신이 이제 불가의 전통을 따르는

'붓다'라는 존재임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신 것입니다.

 

<토도사 8정도탑>

 

2. 걸식의 바른 의미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대승 경전인

<금강경>의 제일 첫 장이 부처님의 걸식 장면이 나옵니다.

 

일곱 집을 차례로 돌아다니시며 걸식하시고

기원정사로 돌아오셔서 손과 발을 씻으시고

식사를 드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시고

조용히 명상에 드시거나,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펼치시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걸식은 출가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생산적인 일을 해서 벌어 먹고 사는 일상, 세속을 벗어나

빌어먹으며 오직 깨달음과 하화중생을 위한 정진을 위한

삶의 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벌어 먹고 사느라고 소모되는 시간을

온전히 정진과 수행과 자비의 삶을

더욱 전적으로 살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재가자들에게는

출가 수행자에게 공양 올리는 행위를 통해

수행자를 존경하고 공덕을 쌓는 기회를 가져

선업을 쌓고 보시의 기쁨을 얻게 하려는 자비심의 발로입니다.

 

아울러 재가자들이 출가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재가자들이 신심을 갖게 하고 

불법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걸식의 전통이 사라졌습니다.

 

재가자들의 보시에 의해 살아가는

간접적인 걸식의 전통은 남아 있습니다.

 

출가 수행자나 재가자나

걸식과 공양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출가 수행자는

출가 사문의 전통을 바르게 이어나갈 수 있고

재가 수행자는 공양을 통해 복덕을 기르고

자비심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탁발하는 의무를 바르게 실천하라.

옳지 않은 수행을 하지 않고

올바른 다르마를 바르게 실천하면

이 세상과 다음 세상에서 모두 행복하리라."

 

이 게송은 걸식과 공양의 참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더 좋은 공양과 명예를 얻는 물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재가 수행자는 공양과 보시를 통해

출가 수행의 전통을 지켜주고

공덕을 쌓고 자비심을 함양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