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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35) 아지랑이와 비를 보고 깨달은 오백 비구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5. 3. 8.

<법구경(135) 아지랑이와 비를 보고 깨달은 오백 비구 이야기>

 

<일본 교토 오하라 산젠인 이끼 정원>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오백 명의 비구들과 관련하여 게송 170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때 비구 오백 명이

부처님으로부터 수행에 관한 설법을 듣고

수행 주제를 받아 좌선을 하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갔다.

 

이들 오백명의 비구들은 그날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열심히 수행했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부처님께 돌아가 자기들의 적성에 맞는

수행 주제를 다시 받으려고 기원정사를 향해 떠났다.


그들은 길을 가던 중에 길 위에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보게 되었다.

 

아지랑이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아른아른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그것에 마음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곧 기원정사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억수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비구들이 빗줄기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

굵은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면서

땅바닥에 이미 고여 있는 물과 함께 거품을 만들더니

그 거품은 이내 사라지는 것이었다.

 

비구들은 그 같은 물거품 현상을 보고

'우리의 몸도 저 물거품과 같이

잠시 머물다가 곧 사라지게 된다.'고 느꼈다.

 

오온의 무상함과 자아가 아지랑이 같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간다꾸띠(부처님 처소)에 계시면서

비구들이 이같이 반조하는 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광명을 놓으시며 나투시어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만일 누구든지간에 세상을 보기를

물거품같이 보고 아지랑이같이 본다면
그의 발자취,

마라도 그 주인을 찾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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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법인

 

무상, 고, 무아를 '삼법인(三法印)'이라고 합니다.

 

'법인(法印)' 은 진리의 인감 도장이라는 뜻입니다.

 

완전한 진리라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이 확언하시는 진리입니다.

 

무상, 고, 무아의 특징을

한가지로 말한다면 "변한다"입니다.

 

변하기 때문에 무상하고,

변하기 때문에 고이고,

변하는 것은 무아라는 의미입니다.

 

즉, 변한다는 것이 삼법인의 키 포인트입니다.

 

조건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고 변한다는 연기법은

무상, 고, 무아의 삼법인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무상, 고, 무아라는 삼법인의 명제를

자신의 삶에 실천적으로 적용하셨을 때는

고정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인연지어진 것은 변한다는 것을 통찰하여

고정된 실체나 고정 관념에 집착함으써 생기는

괴로움을 벗어나거나 줄일 때 삼법인은 가치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이사를 한다고 합시다.

 

예전 집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게 강해서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와 같은

새로운 삶의 조건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공포, 두려움, 불안, 분노 등등과 같은 괴로움이 엄습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한다고 합시다.

 

그런데,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아깝게 패하는 것을 보고

'이제 다시는 야구 안 볼테야!' 라고 야구만 나오면 TV를 꺼버리고 

야구만 보면 배개를 던지고 그 기억으로 열받는다면 큰 괴로움입니다.

 

 

2. 고정관념과 집착

 

그 괴로움의 원인은 고정 관념이고 집착입니다.

 

그런데, 고정 관념과 집착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찰을 하고, 명상을 하고, 훈련을 합니다.

 

이를 통해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함으로써

이러한 고정 관념과 집착에서 오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입니다.

 

초기 불교에서 몸을 관찰하고

오온을 분석적으로 통찰하는 것도 이러한 의미입니다.

 

이 세상(오온)이 물거품같고 아지랭이같다고 통찰하는 것은

이 세상이 허망하고 허무하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다르마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나 고정 관념에 대한 

갈애와 집착으로 괴로움에 빠지지 말고

변하는 조건의 원인과 결과를 잘 통찰하고 사유하고 수용해서

행복하고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금강경>에는

보살이 보시를 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보시를 할 때도 보시를 한다는 허세와 자랑 없이

때에 맞게 기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보시한다면

마치 하늘을 날으는 새가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만일 누구든지간에 세상을 보기를

물거품같이 보고 아지랑이같이 본다면
그의 발자취,

마라도 그 주인을 찾지 못하리."

 

이 <법구경>의 게송은

금강경의 가르침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