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30) - 아미타불 18원의 진정성>
1. 고란사 벽화와 계백 장군
얼마전 부여 고란사에 갔습니다.
고란사에는 백제가 패망할 때
삼천궁녀가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는 벽화가 있었습니다.
계백 장군 생각이 났습니다.
5천 결사대를 이끌고 신라의 5만 대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계백 장군!
계백 장군 전기를 처음 읽었을 때
제일 강렬하게 남았던 장면이
전장에 나서기 전에 처자식을 죽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너희들은 살아서 적들의 노예와 놀이개가 될 것이냐?
아니면 깨끗하게 나의 칼에 죽을 것이냐?"
계백 장군의 부인과 자식은
아버지 손에 죽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이고,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처자식입니다.
그렇지만, 계백의 가족은 아버지 앞에 목숨을 내 놓았고,
계백은 사랑스런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베고 전장으로 나갔습니다.
목숨과 가족보다 소중하고 지켜야할
'무엇'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소중하고 지켜야할 '무엇'을 위해
장군의 가족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장군은 자신의 사랑스런 가족을 먼저 베고
무인이 죽을 장소인 황산벌로 나아갔습니다.
군입대하여 논산 훈련소로 입소한 날,
논산 훈련소장이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훈련받을 이 곳이
바로 계백 장군과 5천 결사대가 싸우다 죽은 황산벌입니다.
계백 장군과 5천 결사대가 목숨을 걸고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곳에서 끝까지 싸웠듯이
여러분은 내 손으로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훈련해서 대한민국의 정예병으로 태어나기 바랍니다."
그 때 논산 훈련소 자리가 계백 장군 전기에서 읽었던
황산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계백의 전기에서 황산벌은 계
백과 관창의 충성이 불꽃튀는 멋진 곳이었지만,
내가 겪은 논산 훈련소, 황산벌은 춥고 힘들고
가족이 보고 싶어 눈물 나는 곳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 제일 힘들다는 행군을 마치고
며칠 후 퇴소식을 할 때 부모님이 면회를 오셨습니다.
보고 싶던 부모님을 만나서 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고란사 벽화를 보니 계백 장군과 논산 훈련소 생각이 났습니다.
논산 훈련소에서 나는 힘들어서 부모님께 눈물을 흘렸는데,
계백 장군은 처자식을 죽이고 5천 결사대와 함께 끝까지 싸웠습니다.
계백 장군의 백제에 대한 진정한 충성의 마음 세계가 존경스럽습니다.
2. 진정성
계백 장군은 무인입니다.
계백 장군의 가족에 대한 사랑의 진정성은
자신이 무인으로서 잡고 있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계백 장군은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이 쉽지 않은 전쟁임을 이미 알았습니다.
백제 충신 흥수는 탄현과 같은
요충지를 반드시 지키라고 했지만,
이미 적들의 대군은 그 요충지를 넘어
양 쪽으로 협공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종과부족이었습니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 싸우겠지만
쉽지 않은 싸움임을 이미 안 것입니다.
그래도 계백 장군은 무인이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전장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5천 결사대에게 "중국 월나라 왕 구천은
5천 병력으로 오나라 부차의 70만 대군을 물리쳤다"고
용기를 독려하며 군인으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싸우자고 연설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사랑하는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이 죽은 후
적의 포로가 되어 노예와 놀이개로
비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무인 계백은 원치 않았습니다.
병사들과 결사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전장에 나서면서
자신의 가족을 멀리 도주시키는 것은 무인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칼로 베는 것이
무인의 아내,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무인의 충성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충돌 상황에서
계백의 진정성이 행위로서 나타난 것이
바로 자신의 가족을 칼로 베고 황산벌로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충심(忠心)
백제 왕성이 있던 부여 부소산에서
낙화암 가는 길에 '삼충사'가 있습니다.
백제 의자왕 때의 세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을 모신 사당입니다.
'충(忠)'은 '가운데 중(中)'에 '마음(心)'자로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 가운데
중심으로 삼을 '무엇'이 있을 때,
즉, 그 '무엇'에 대한 진정성을 '충(忠)'이라고 합니다.
그 중심에 나라가 있든, 가족이 있든, 불심이 있든,
'무엇'을 마음에 품고 최선을 다해 행위할 때
'충심'의 진정성이 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제18대원을
'진정성'의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제18대원은
중생 구제에 대한 진정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 서원을 이루지 않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서원을 세우고 그 서원을 성취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미타 부처님과 극락 세계를 좋아해서
10번만이라도 염불하면
누구라도 극락 세계에 왕생하게 하겠다는
중생 사랑에 대한 서원을 발하신 아미타 부처님입니다.
그 서원을 충심으로 가슴의 중앙에 새겨서
바라밀행을 통해 그 서원을 성취하신
아미타 부처님의 제18원의 진정성은 불가사의합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성불은
'중생 사랑'의 진정성의 성취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제18원의 배 위에 타면
고해 바다를 건너 극락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염불은 아미타 부처님의 진정성에 대한
중생의 응답이자 메아리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진정성의 배 위에 올라 타는 것입니다.
아미타 부처님께서 '중생 사랑'의 진정성을 갖고
18원을 성취해 내셨듯이
중생들 또한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충심의 염불로서 응답해야 합니다.
염불의 진정성 속에 왕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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