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37) - 문경 대승사

<풍류 기행(37) - 문경 대승사>

 

 

1. 사불산과 사면석불

 

문경 대승사는 문경 사불산에 있는 도량입니다.

 

사불산(四佛山)은 ‘네 분의 부처님이 계시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4면석불>

 

사불산 정상인 공덕봉(912m)에

동서남북 사방에 부처님을 새긴

‘4면석불상(四面石佛像)’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불산’이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사불산 대승사>

 

<삼국유사>에는 이 ‘4면석불’과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합니다.

 

신라 진평왕 9년(587년) 붉은 비단으로 싸인

큰 4면석불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소문을 들은 진평왕이 직접 와서 예배하고

이 바위 옆에 절을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망명 비구(亡名 比丘)를 청하여

절의 주지로 삼아 사면석불께 공양을 올리게 하였습니다.

 

망명 비구는 대승 경전의 왕이라고 하는

<법화경>을 항상 독송하였으며,

열반하고 난 뒤 무덤에 한 쌍의 연꽃이 피었습니다.

 

‘대승사’라는 절 이름은

대승의 가르침을 설하는

<법화경>을 존숭하는 종풍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2. 유서깊은 수행 도량

 

대승사는  신라 시대 원효, 의상, 윤필이

수행한 유서 깊은 도량입니다.

 

4면석불 바로 아래 대승사의 암자인 윤필암은

의상 대사의 동생인 윤필이 수행하던 장소입니다.

 

현재 윤필암은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 도량으로 유명합니다.

 

 

 

대승사는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때 전소되고 말았습니다.

 

전란이 수습되고 조선 후기에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들을 새롭게 중건되었습니다.

 

<무량수각>

 

대승사는 구한말 고종 때 염불 도량으로 유명했습니다.

 

1899년 월파 스님이 중심이 되어

대웅전 앞에 염불 전용 공간인 ‘염불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염불 모임을 결성하여 7년 동안 염불 수행에 정진하였습니다.

 

염불 수행에 정진하던 도량인만큼

대승사는 언제 가도 조용하고 안온합니다.

 

<대승 선원>

 

 

3. 대승선원

 

대승사는 문경에서도 깊은 오지에 자리잡아

세속과 떨어져 조용하게 수행하기 좋은 도량입니다.

 

그래서, 1950년대 성철, 청담 스님이

대승사에서 참선 수행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승사 '대승선원'에서 성철스님이

3년 장좌불와를 하면서 화두를 참구했습니다.

 

<백련당>

 

 

대승선원도 잘 지은 조선시대 건물이지만,

솟을대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회랑 형식으로

방이 들어선 '백련당'도 용도 뿐만 아니라

미적으로도 멋진 건물이어서 볼 때마다 눈이 즐겁습니다.

 

<대웅전>

 

4. 대웅전과 국보 목각탱

 

행랑채 마루가 있는 백련당 문을 통과하여 들어가면

웅장한 대웅전이 서 있습니다.

 

대웅전에는 자비로운 상호의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 보현 보살님이 앉아 계십니다.

 

 

세 분의 불보살님 표정과 상호가 아주 평온해서

마음이 저절로 포근해집니다.

 

불보살님 뒤로는 벽화 대신 목각탱이 있다.

목각탱은 목각으로 새긴 불보살님 조각을 말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조선 후기에 조성된

총 7개의 목각탱이 남아 있는데,

그 중 대승사 목각탱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승사 목각탱의 정식명칭은

'목각 아미타여래 설법상' 입니다.

 

대승사 목각탱은

아미타 부처님께서 극락에서

설법하시는 ‘극락회상’의 모습을 조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극락 내영도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극락에 왕생하는 삼품삼생의 중생들을 맞이하시는

아미타부처님과 보살님들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승사 목각탱은 최근에 다시 개금 불사를 해서

더욱 찬란한 모습이었습니다.

 

환희로웠습니다.

 

 

 

원래 이 목각탱은 영주 부석사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승사 대웅전이 불이 나서 다시 지은 후

모실 부처님이 필요해서 당시 쇠락한 부석사에서

옮겨 오셨다고 합니다. 

 

아무튼 1875년인가 두 번에 걸쳐 목각탱을 두고 송사가 있었고,

대승사에서 영주 부석사 조사전 수리비용으로 250냥을 주는 조건으로

목각탱은 대승사의 소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대승사가 지금은 부석사에 비해 작은 절이지만,

예전에는 부석사 못지 않게 큰 절로 김용사와 함께

문경을 대표하는 절이었던 것입니다.

 

 

5월 대승사는 풍광이 참 좋았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신록의 푸른 산.

 

그리고, 바람에 일어나는 송화 가루까지.

 

 

 

잔잔하면서도 일렁이는 평화로움이 가득했습니다.

 

황금빛 찬란한 목각탱 부처님이 계시고,

이 곳이 지상 극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