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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근대사

5. 만해 한용운과 조선 불교 유신론(17) - 사원 주지의 선거법

by 아미타온 2026. 1. 6.

< 5. 만해 한용운과 조선 불교 유신론(17) - 사원 주지의 선거법 >

 

<오대산 월정사>

 

1. 사찰 주지의 중요성

 

만해 스님은 절의 사무와 관리를 담당하는

중요한 직책인 주지 선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선거를 통한 주지 임명과 주지에게 봉급을 주자는 제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만해 스님은 절의 서무를 담당하는 주지를

잘 만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한 절의 성쇠가 결정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주지를 적절한 선거법으로 뽑지 못한 조선 불교계를 비판하였습니다.

 

 

2. 주지 선출의 비민주성 비판

 

예로부터 선거에 의해 주지 선출을 하지 않고

비민주적인 형태로 주지직을 선출하는 조선 불교계의 주지 선출 관행을

윤회 주직, 의뢰 주직, 무단 주직 이라는 3가지 용어로 이름 붙이며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무엇을 윤회 주지(輪回住職)이라고 하는가?

 

한 절에 살고 있는 중들이 지혜롭거나 어리석거나

현명하거나 모자라거나를 논하지 않고

혹은 나이 차례를 가지고 혹은 법납을 가지고

해를 따라 차례를 배열하여 빠집없이 감행하여

직책을 다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조금 큰 사찰에서 시행되고 있다.

 

또 무엇을 의뢰 주직(依賴住職)이라고 하는가?

 

혹은 행정관에게 부탁하고

혹은 토호나 권세있는 자들에게 뇌물을 바친 다음

그 위세를 보여 남보다 낫게 보여

그 자리를 강제로 빼앗아서는

그 절에 이익이 될만한 것을 골라서 착복하고

착복한 만한 것이 없어지면 그 자리를 내팽개쳐 버리는 것이다.

이 방식은 외따른 암자나 절에서 시행되고 있다.

 

또 무엇을 무단 주직(武斷住職)이라고 하는가?

 

중론에 따라 되는 것도 아니고

의뢰하여 남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스스로 주지의 직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만두기도 하는 것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오로지 완력과 폭력으로

약육강식하는 것을 이르는 것인데,

이 방식은 역시 외따른 암자나 절에서 시행되고 있다.

 

만해 스님은 주지의 직책은 한 절을 대표하는 것인데,

이처럼 사리에 어긋나게 되어 불교가 쇠퇴한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3. 주지 선출의 통일성과 봉급 지급

 

그리고, 이러한 주지 직책을 둘러싼 폐단이 생기는 것은

통일성이 없고 봉급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통일성이 없고 보면 이 절과 저 절이 조금도 관계가 없어서

다른 절의 흥망을 소가 닭보듯 서로 관심이 없어서

나쁜 욕심을 품은 무리들이 절의 재산에 군침을 흘리면서

욕심의 불꽃으로 절을 망하게 하는 의뢰, 무단주지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력의 댓가인 봉급이 없는데,

누가 몇 년 동안 아무 이익 없는 사무에 심력을 허비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만해는 주지직을 선거에 의해 선출하고

월급을 주자는 개혁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절의 크고 작음과

처리하는 방법의 간소함에 따라

각기 월급을 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주지의 선거법은 투표로 하되

3분의 2를 얻어 당선시키게끔 하고

외따른 암자나 절은 관할하는 절로부터 투표를 시행하게 하면

하나하나 모두 적절한 사람이 뽑혀 유감없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그 절 안에서 비교적 괜찮은 사람이 선택될 것은 의심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날을 뒤돌아볼 때 그 득실의 차이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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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90년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뿐 아니라,

본사급 주지 선출을 둘러싸고 많은 잡음과 문제가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지만,

그 본질은  만해 스님이 이야기하는

주지 선출의 비민주성과 공정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해 스님이 말씀하신

윤회 주지, 의뢰 주지, 무단 주지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옵니다.

 

만해 스님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필요한 사람이 주지가 되는 대표 선출 방법과

주지에게 봉급을 지급하여 일한 댓가를 지불받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오늘날 한국 불교의 총무원장이나

주지직 선출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난국상을 본다면 만해 스님은 무엇을 지적할까요?

 

문중, 문도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는 선거 관행,

지지를 얻기 위해 금품이 난무하는 금권선거,

무슨 일만 생기면 세속법에 의지하는 못난 관행,

주지의 독단적 사찰 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주지의 부패를 막기 위한 재무 회계의 투명화 방안 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회사 조직도 공정한 능력 위주의 인사가 근본입니다.

 

승가 또한 만해 스님 말씀처럼

능력 있는 주지에 대한 민주적 선출과

주지직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여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1910년대 벌써 이와 같은 민주적인 사찰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한 만해 스님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