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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량

군위 인각사

by 아미타온 2023. 10. 9.

<군위 인각사>

 

<인각사를 흐르는 위천과 학소대>

1. 기린의 뿔, 인각사

 

경북 군위 인각사(麟角寺).

 

인각사는 삼국유사를 쓰신 일연 스님이

말년을 보내며 삼국유사를 완성한 절입니다.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뿌리 없는 불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불교 설화, 고승 이야기는

대부분 삼국유사에서 나온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삼국유사를 통해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불교의

역사와 전설과 구도의 열정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각사는 643년 원효 대사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인각(麟角)'은 '기린의 뿔'이라는 뜻입니다.

 

봉황과 함께 길상(吉祥)의 동물인 기린의 뿔이 난

형상의 길지에 조성된 도량이라서 인각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인각사 앞을 흐르는 강이 위천(渭川)이고,

강건너 편에 강을 병풍처럼 막아선 수직의 절벽은 학소대입니다.

 

학이 집을 짓고 사는 곳이라는 뜻인데,

기린이 학소대 벼랑바위에 뿔은 건 적이 있다는

전설 때문에 ‘인각사’라고 했습니다.

 

일연 스님은 고려 충렬왕 때

‘보각(普覺)국사’로 존경받았던 고려 불교계의 수장이었습니다.

 

보통 국사를 늙어 은퇴하고

머무는 절을 '하안소(下安所)'라고 합니다.

 

인각사는 바로 보각국사 일연 스님의 하안소였습니다.

 

일연 스님은 고향이 경북 경산입니다.

원효 대사와 같은 고향 출신이죠.

 

고향인 경산과 가까운 군위 인각사를

하안소로 하여 제자들과 머물며

당시 95세가 넘은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삼국유사를 완성했습니다.

 

인각사는 도량 앞으로 위천이 흐르고,

네 방위가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을 주는 지세입니다.

 

지금의 인각사는 삼층석탑이 있는 극락전을 본전으로 하여,

지장전과 국사전이 있는 작은 도량입니다.

 

<인각사 전경과 극락전>

2. 극락전

 

단정한 3층 석탑과 함께 서 있는 극락전입니다.

 

인각사의 아미타 삼존 부처님은 작지만,

자비로운 상호입니다.

 

아미타 부처님, 대세지 보살님,

관세음보살님께 예배를 올리고

<나무아미타불> 염불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인각사 참배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 국사전 일연 스님 진영 >

3. 국사전

 

국사전(國師殿)에 있는

보각 국사 일연 스님 진영입니다.

 

삼국유사를 완성해서 후대에 우리 나라

불교 역사의 자랑스러움을 자각하게 해 주신

일연 스님께 깊이 감사하며 인사를 올렸습니다.

 

보각 국사 일연 스님의 행적과

추모의 마음을 담은 탑비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 파괴되어

탑신에 새겨진 일부 글씨만 남아 있지만,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 일연 스님 탑비 >

4. 일연 스님

 

일연 스님은 84세에 입적할 때까지

5년간 말년을 인각사에서 보내셨습니다.

 

일연 스님은 어떤 분이셨고,

왜 삼국유사를 만드셨을까요?

 

일연 스님은 선교 양종의 다툼이 극심하던 고려 중기,

최씨 무신 정권 혼란기에 청장년기를 보냈고,

몽고의 침입으로 고려가 쑥대밭이 되는 전란 속에서

살았던 승려였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일연 스님은 14살 때

9산 선문 중 가장 큰 분파인

가지산문의 설악산 진전사로 출가했습니다.

 

즉, 가지산파의 선승으로 출발했습니다.

 

진전사는 신라 말 우리나라에 선불교를 처음 전한

도의 선사가 숨어 지냈던 도량으로 일연 스님 출가지입니다.

 

일연 스님은 가지산문의 선승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습니다.

 

22살 때 승과에 장원 급제했고,

선사, 대선사를 거쳐 국사까지 되었습니다.

 

그래서, 왕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엘리트 승려였습니다.

 

<진달래로 유명한 달성 비슬산 대견사>

 

일연 스님은 22살 때 승과 장원 급제 후

고향 근처인 경북 달성군 비슬산의 대견사(大見寺)에 상주했습니다.

 

스님이 비슬산 대견사로 내려온 후

10여년이 지난후 몽고가 이땅을 침입하였습니다.

 

40년간의 몽고 침입으로 고려는

그야말로 파괴와 살육의 생지옥이었습니다.

 

몽고 침입 때 대구 부인사 대장경과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이 불탄 것을 보면

일연 스님이 살았던 경북 달성 비슬산도

전란의 포화가 밀려 들었을 것입니다.

 

일연 스님도 전란의 고통 속에서 도량이 파괴되고

민중이 고통받는 현실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일연 스님은 비슬산에서 선에 대한 주석서를 썼고,

선과 교에 모두 능통하여 법의 토론 자리에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래서, 고려 시대 몽고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물리치기 위한 대장경 사업에 동참하게 됩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원판은

경남 남해 정림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스님은 대장경판 편찬 사업에 10여년간 참여했고,

판각을 마친 후 왕의 총애를 받아

임시 수도인 강화도 선원사에서 주석하기도 했습니다.

 

몽고와 화친 후 원나라의 반식민지가 된 현실에서

당시 국왕인 충렬왕이 일연 스님을 공경하는 시를

하사하기도 했을 정도로 온 나라의 공경을 받는 스님이 되었습니다.

 

< 삼국유사 >

5. 삼국유사

 

그러면 일연 스님이 쓰신

삼국유사가 어떤 역사서일까요?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국가에서 편찬한 국정화 역사서입니다.

 

반면 삼국유사는 왕과 호족의 후원이 있었지만,

일연 스님을 비롯한 불교 승려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역사서입니다.

 

삼국유사에는 삼국사기에는 없는

‘단군신화’를 비롯해 가야의 역사까지 다루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 한국 고대 불교의 많은 스토리를 통해

불법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즉, 한국 역사, 한국 불교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가치를 가진 역사서입니다.

 

삼국유사는 136권의 해외 참고 서적을 참고하고,

만어산, 황룡사 등 수많은 절을 직접 답사하면서

공을 들여 만들어졌습니다.

 

삼국유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삼국의 창건의 신화,

흥망성쇠의 스토리와 전설을 통해

후대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하고

민족의 기상을 일깨우기 위한 부분입니다.

 

둘째는 불교의 전래와 고승의 행적,

선행의 과보에 대한 편으로 불자들에게

우리 불교의 뿌리를 알게 하고,

고승들과 올바른 불교 신앙인들의 삶과 수행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수행하고 신앙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기 위한 부분입니다.

 

가지산파의 선승이자 국사로서

왕의 총애를 받던 일연이 말년에 고향인 경상도로 내려가

제자들과 함께 <삼국유사>라는 역사서를 편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사를 모르고 자긍심이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뿌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 민족이 불교를 통해 얼마나 진화하고 향상해 왔는지를 통찰해서

몽고와의 전란을 통해 심신이 피폐하고 고난을 겪고 있는

민초들이 새롭게 일어나 꿈과 열정으로

불법에 입각해 바른 삶을 살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70이 넘은 노구에 제자들을 독려해서 <삼국유사>를 편찬했던 것입니다.

 

삼국유사는 삼국시대 불교의

고승, 신앙, 설화, 전설, 향가 등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멋진 정토 신앙인이 있었슴을 알려주는

<원왕생가>도 삼국유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달을 보며 원왕생가>

6. 원왕생가

 

달아! 이제 서방(西方)으로 가시려는가?

서방으로 가서 무량수불(아미타불) 전에 빠짐없이 사뢰소서.

서원이 깊으신 부처님을 우러러 바라보며,

두 손 모아 원왕생 원왕생(願往生) 그리는 이가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 남겨 두고 어떻게 48대원(四十八大願)을 이루실까.

 

달을 바라보며 매일 염불하며

서방 극락 정토의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사랑과 공경으로 수행하며 극락 왕생에 대한

확신을 얻은 치열하고 행복했던 정토행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일연 스님은 “뒷날 돌아오면 다시 여러분과 더불어

거듭 한바탕 흥겹게 놀리라.”는 열반송을 남겼습니다.

 

전란의 와중에 자신을 지켜준 제자들,

<삼국유사>를 편찬하며 동고동락한 제자들에게

다음 생에는 우리 한번 즐겁게 한바탕 놀아 보자는

그 진심이 담겨 있는 게송인 것입니다.

 

<고은 시인-일연찬가비>

 

전란의 와중에 <삼국유사>라는 책을 통해

이 땅의 후세의 불자들에게

우리 나라 불교의 찬연한 역사와 구도 열정을 알게 해 준

위대한 보살이 바로 일연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군위 인각사 극락전에서

염불 기도와 함께 원왕생가를 불러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군위 인각사>

https://youtu.be/oolg2nWBaxw?si=VMf_Zi83KldnMn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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