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곡부 태산 여행 후기(12) - 맹자를 만나다, 추성 맹묘(孟廟)>

1. 맹자의 고향, 산동성 추성
셋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유학의 또 다른 거장, 맹자 선생을 만나는 날입니다.
일반적인 곡부·태산 여행에서는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이번 여행 일정에는 포함되었습니다.
공자 선생을 만난 뒤 곧이어 맹자 선생을 찾아갈 수 있었기에,
중국 유학의 두 거장을 보다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자께서 유학의 문을 여신 성인이라면,
맹자는 그 가르침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더욱 깊게 발전시킨 계승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맹자가 태어난 곳은 산둥성 추성(鄒城)입니다.
곡부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 달리자 맹자의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가이드가 입장권을 준비하는 동안 근처
다리 위에서 잠시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맑은 수로가 흐르고,
양옆에는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었으며,
뒤로는 낮은 산이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어린 맹자도 이 냇가를 뛰어다니며
산을 바라보고 자연 속에서 성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석수상과 호연지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리 위에 세워진 석수상이었습니다.
맹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이 바로 호연지기(浩然之氣)입니다.
석수는 사자 같기도 하고 호랑이 같기도 했는데,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의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굳건한 모습에서 대장부의 기상이 느껴졌고,
마치 맹자 선생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시는 듯한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공맹지도 (孔孟之道)
유학의 가르침을 흔히 공맹지도(孔孟之道)라고 합니다.
그만큼 공자와 맹자는 함께 유학을 대표하는 두 성인입니다.
하지만 실제 유적지를 둘러보면 분위기는 많이 달랐습니다.
공자의 곡부 유적지는 중국을 대표하는 성지답게
웅장하고 방문객도 많았지만,
맹묘는 훨씬 아담하고 조용했습니다.
추성에도 공자의 삼공(공묘·공부·공림)에 대응하는
맹묘·맹부·맹림이 있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맹묘와 맹부만 둘러보았습니다.

공묘 입구가 황제들의 존숭을 보여주는 거대한 규모였다면,
맹묘의 입구인 유성문(儒聖門)은 소박하고 단정했습니다.
덕분에 이름난 관광지를 찾는 마음보다
조용한 서원이나 산사의 암자를 찾는 듯한
차분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4. 성선설(性善說)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하다고 보았습니다.
바로 유명한 성선설(性善說)입니다.
그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면
누구나 달려가 구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사람에게 본래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불의를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
서로 양보하고 공경하는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시비지심
이 함께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네 가지 마음은 각각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씨앗이며,
유학에서는 이를 사단(四端)이라고 부릅니다.
맹자가 말한 수양은 새로운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선한 본성을 잘 기르고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저 역시 맹자가 말하는 대장부란
자신의 선한 마음을 끝까지 갈고닦아
진실로 바르고 올곧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맑고 당당한 기운이 바로 호연지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5. 태산기상문
경내에는 '태산기상문(泰山氣象門)'이라는 현판도 보였습니다.
직접 태산을 오르고 난 뒤에 보니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호연지기는 단순히 태산 정상에서 느끼는 웅장한 기분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마음을 끝까지 다하여 바른 길을 실천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기운입니다.
불교 수행하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곧고 정갈한 마음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다하는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묘에는 황제들이 세운 거대한 비석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반면 맹묘에는 청나라 건륭제가 세운 큰 비석 하나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함은 덜했지만
오히려 맹자의 성품처럼 담백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맹모 정신
맹묘에는 맹자 못지않게 유명한 비석들이 있습니다.
바로 맹모삼천지교와 맹모단기를 기리는 비석입니다.
맹모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고,
공부를 포기하고 돌아온 아들에게는 짜던 베를 끊어 학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예전에 KBS 다큐멘터리 **〈유교〉**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의(義)'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엿장수에게 이익을 따지며
흥정하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회초리를 들며,
선비는 이익보다 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맹모도 그러했고, 다큐 속 어머니도 그러했습니다.
결국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느냐였습니다.
이익보다 바른 의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맹모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이익을 탐내는 탐욕에서 벗어나,
브르고 곧게 수행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불교 수행도 맹자의 가르침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승성문
승성문(承聖門).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한다는 뜻을 가진 문입니다.
성인이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바름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훌륭한 어머니의 가르침과
공자의 학통을 이은 자사의 교육을 통해,
끝까지 인과 의를 실천하며 성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8. 아성전
승성문을 지나 드디어 맹자를 모신
아성전(亞聖殿)에 들어섰습니다.
맹자는 공자에 버금가는 성인이라는 뜻의
'아성'으로 공경을 받습니다.
공묘의 대성전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맹자의 마음처럼 맑고 정갈한 분위기가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푸른 기와를 얹은 단정한 전각은
화려함보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습니다.
큰 측백나무 사이로 아성전이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모두들 그 맑은 기운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마음도 차분해졌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아성전 앞마당에 한동안 머물렀습니다.
가이드에게 잠시 시간을 부탁드리고
조용히 그 공간의 기운을 느껴 보았습니다.
참으로 평화롭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맹묘와의 인연을 계기로 저 또한
조금 더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습니다.

9. 배례
마침 중국의 젊은 학생들이 아성전 앞에서
전통 유교식 배례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바르게 배우고 성인의 가르침을 존중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일행도 맹자 선생께 예를 올렸습니다.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중국식 유교 예법에 따라
큰 성인께 정성스럽게 삼배를 올렸습니다.
공자를 만난 감동과는 또 다른 울림이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맹자는 사람 안에 이미 선한 마음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번 맹묘 순례를 통해 저 역시
그 선한 마음을 더욱 갈고닦으며,
작은 이익보다 바름을 먼저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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