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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25) 질그릇을 깬 당나귀를 데려온 제자

by 아미타온 2023. 11. 17.

<백유경(25) 질그릇을 깬 당나귀를 데려온 제자>

 

옛날 어떤 스승이 큰 잔치를 베풀기 위해 제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나는 잔치에 쓰려고 좋은 질그릇을 구하려고 한다.

너는 지금 시장으로 가서 질그릇을 만들 옹기장이를 데리고 오너라.”

제자는 옹기장이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옹기장이는 슬피 울면서 괴로와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만든 질그릇을 나귀에 싣고

시장에 팔러 가다가 잠깐 사이에 당나귀가 날뛰다가

질그릇을 떨어뜨려 모두 부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 옹기장이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리 슬퍼하고 괴로워하십니까?”


옹기장이는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온갖 방법으로 여러 해 동안 고생한 끝에
비로소 질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멍청한 당나귀가 갑자기 날뛰어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렸습니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그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습니다.


“이 당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합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만든 것을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리다니...
제가 이 당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면서 당나귀를 팔았습니다.
제자는 그 당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옹기장이 대신 당나귀를 데리고 돌아온 제자를 보고 스승은 물었습니다.


“너는 옹기장이는 데려오지 않고

당나귀만 데리고 와서 무엇에 쓰려고 하느냐?”

제자는 대답하였습니다.


“이 당나귀는 그 옹기장이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랫동안 만든 질그릇을

이 당나귀는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렸습니다.”

그 때 스승은 말하였습니다.


“이 멍청한 놈아!
너는 참으로 미련하여 아무 지혜도 없구나.
지금 이 당나귀는 부수는데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백 년을 두어도 질그릇 하나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 제자를 쫒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문경 대승사>

1. 어리석음

 

주인공의 어리석음은 무엇일까요?


스승이 원한 것은

잔치에 쓸 질그릇을 만들 옹기장이였습니다.


그런데, 제자가 구해온 것은

질그릇을 깬 멍청한 당나귀였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요리에

간을 맞출 소금을 사 오라고 시켰는데,
가게에 가보니 쵸코렛이 맜있어 보여 

쵸코렛을 사온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어리석음입니다.

왜 이러한 어리석음을 저질렀을까요?

첫째는 제자가 자신이 밖으로 나간

목적을 중간에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밖으로 나간 목적은 스승의 명령인

옹기장이를 데리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는 옹기장이를 데려올 때까지는

이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중간에 자기 생각에만 빠진

그 목적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물음과는 다르게 동문서답하는 사람처럼, 

스승이 원하는 목적과는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제자를 보며 그 스승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둘째는 멍청한 당나귀를

훌륭하다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애써 만든 질그릇을

한순간의 부주의와 날뜀으로 모두 떨어뜨려
깨어버린 멍청한 당나귀를 보고 

오히려 훌륭하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입니다.


마치 사람을 함부로 해치는 살인마를 보고

 용기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경 대승사>

2. 지혜

 

지혜롭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착한지, 무엇이 악한지,

무엇이 훌륭한지, 무엇이 못났는지를

볼 줄 아는 눈을 갖추는 것입니다.


스승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이 시킨 일을 하지 않은 제자도 답답했겠지만,
무엇이 훌륭한지 분간을 못하는 어리석은 눈을 가진

제자가 더 한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은 그 제자를 

쫓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2가지 지혜를

갖추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려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들어야하고 잘 기억해야 합니다.


이렇게 잘 듣고 잘 기억해서 목적을 잊지 않아야

그 목적에 맞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둘째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착한지,

무엇이 훌륭한지를 보는 지혜로운 눈의 중요함입니다.


이러한 지혜로운 눈을 갖추어야지

무엇이 옳고 착하고 훌륭한지를 알게 됩니다.


그것을 알아야 옳고 착하고 훌륭한 길을 가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존경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것을 모르면 마치 질그릇을 깬 당나귀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으면서도
가르침을 베푸는 스승의 은혜를 갚을 줄 모르고
오히려 손해만 끼치고 스승에게 조그마한 이익됨도 주지 못하는 
어리석은 제자와 같은 꼴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