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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량

양양 낙산사

by 아미타온 2023. 11. 18.

<양양 낙산사>

 

<의상 대사가 기도한 의상대>

 

1. 우리 나라 3대 관음 도량, 낙산사

 

양양 낙산사.

 

낙산사는 푸르고 시원한 동해 바다에 자리한 도량입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낙산사는 동해안 절벽 오봉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봉산은 ‘낙산(落山)’이라고도 합니다.

 

낙산은 인도어 ‘보타락가(補陀落伽, Potalaka)’의 준말로서

‘관세음보살이 항상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2. 의상대사와 홍련암

 

낙산사는 671년(문무왕 11) 의상 대사가 창건했습니다.

 

중국에서 배워온 화엄의 가르침을 널리 펼쳤던 의상 대사는

당나라에서 귀국하자 관세음보살님의 진신(眞身)이

낙산 동쪽 바닷가 굴 속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친견하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동해안 굴 입구에서 7일 동안 재계하고 기도했는데,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지 못하자 동해로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 때 동해 용왕이 나타나 의상 대사를 건져 올렸고,

굴 속으로 인도하여 관세음보살님의 진신(眞身)을 친견했다고 합니다.

 

<홍련암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는 불자들>

 

의상 대사는 관세음보살님에게 수정염주 한 꾸러미를 받았고,

동해용왕으로부터 여의보주(如意寶珠) 한 알을 받았다고 합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의상대사에게

“오봉산 산꼭대기에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날 것이니,

그 땅에 불전을 짓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였습니다.

 

의상 대사는 그곳에 법당을 짓고

관음상을 만들어 모신 뒤 절 이름을 낙산사라 하고,

수정염주와 여의보주를 법당 앞 탑에 모셨습니다.

 

그 곳이 바로 지금의 낙산사 원통보전입니다.

 

<홍련암>

 

한편, 의상대사는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바다 절벽 굴 위에 작은 암자를 세웠는데,

그 곳이 바로 홍련암(紅蓮庵)입니다.

 

‘붉은 연꽃’이라는 홍련은

관세음보살님의 덕성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아무튼 의상 대사가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낙산사 홍련암과 원통보전은

우리나라 관음신앙의 성지이자 기도터로 제일 유명합니다.

 

<낙산사 원통보전 관세음보살님>

 

3. 낙산사와 조신의 꿈 이야기

 

그리고,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의 꿈(調信之夢)>이라는

불교 설화가 낙산사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 설화는 춘원 이광수의 <꿈>이라는 소설로 각색되었고,

안성기, 황신혜 주연의 <꿈>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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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대 때 조신이라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조신은 강릉 지방의 어느 절에 살았는데,

그 곳 지방관의 딸을 보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스님이었지만 그 여자를 연모하는 마음을 끊지 못하고,

신통하다는 낙산사 관세음보살님 앞에서

‘저 여인이랑 어떻게 좀 인연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에겐 이미 정혼한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과 결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조신은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크게 울면서 낙산사 관세음보살님 앞에서 원망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정성들여 기도를 했는데,

중생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시겠다고 하는

관세음보살님이 이까짓 소원도 못 들어주십니까?”

 

그러다가 조신은 울다 지쳐서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깥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일어나보니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여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당신을 보고 나서 당신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을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정한 혼처가 있어서

어쩔수 없이 결혼을 하라고 해서 도망왔습니다.

우리 함께 백년해로 합시다.”

 

<원통보전>

 

조신은 너무 기뻐서 함께

야반 도주를 해서 알콩달콩 살았고,

자식을 다섯이나 낳고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야반도주했으니 패물만 싸가지고 왔는데 다 써버린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스님이니 특별히 가진 기술도 없고 궁핍하니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잠을 자고 빌어먹는 거지 신세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힘겹게 늙어가자 부부간의 정도 식어가고,

세월은 점점 흘러 자식 중 하나가 병이 들었는데,

약도 제대로 못 써 보고 죽었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묻고서는 슬피 울며

다 떨어져가는 초가집에 들어가 누웠는데,

막내딸이 동냥해온 걸 나눠먹는 팔자가 참 기구했습니다.

 

여인이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지금까지 살았지만,

허구헌 날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마땅치 못하고

거지 생활과 다름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는 건지, 애정이라곤 생각할 새도 없습니다.

 

우리 때문에 태어난 애들이 저리 고생하며

살아가는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니 여기서 헤어져서 당신이

두 아이를 데리고 당신 절로 돌아가고,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가게 되면,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면 세월이 지났으니 날 용서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떠돌며 죽는 것보다도 못한

고생스러운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겠소?”

 

조신이 생각해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자기도 그러고 싶었는데,

아내가 먼저 말을 해 준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라고

두 사람은 헤어져 각각 아이 둘을 데리고

각기 살던 곳으로 떠났습니다.

 

조신은 길을 가는데, 40년의 세월이 일장춘몽 같기도 하고,

억겁 같기도 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문득 깼는데,

자신은 낙산사 법당에 있고 자기가 겪은 일은 꿈이었습니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홍련암>

 

그런데, 얼마나 생생하게 고생하는 꿈을 꾸었는지,

조신의 수염과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뭔 꿈인가 놀라서 죽은

첫 아이 묻었던 곳에 가서

그 곳을 파보니 돌부처가 나왔습니다.

 

조신은 다시 낙산사로 와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관세음보살님께 엎드렸습니다.

 

그 지독한 꿈을 꾸고 나니

더 이상 여인에 대한 연정이라든지, 갈망이라든지,

세상사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이런 것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조신은 낙산사 관세음보살님께

깊은 참회를 하고 자신이 캤던 돌부처를 모시고

고향에 돌아와 절을 짓고 ‘정토사’라 이름했습니다.

 

조신은 정토사에서 아미타 부처님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홍련암 관세음보살님>

 

4. 조신의 꿈 이야기와 관음 신앙

 

‘조신의 꿈’ 이야기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첫째는 인간의 오욕칠정을 누리는

삶에 대한 덧없음, 무상함을 말하고 있고,

두 번째는 구고구난 대자대비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을 말하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두 가지 역할을 하십니다.

 

첫째는 아미타부처님의 협시보살로서

사람이 죽었을 때 아미타 부처님께 이끌어주시는 역할을 합니다.

 

또 하나는 33응신의 갖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시는 역할을 하십니다.

 

우리가 관음정근을 할 때

‘나무 보문시현 원력홍심 대자대비 구고구난 관세음보살’이라고 시작합니다.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커다란 원력을 가지시고,

갖가지의 고통과 괴로움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시는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며 그 분의 큰 원력으로

나의 고통과 괴로움을 없애기를 기원합니다.’는 뜻입니다.

 

<의상대 절벽>

 

그런데, 조신설화는 진정한 구고구난,

진정한 대자대비는 현세의 이익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세의 이익의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어서 중생으로 하여금

해탈에 대한 열망을 더 강력하게 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현세이익적인 원력과 대자대비가

지금 고통을 당하고 있는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현세의 무상함을 통찰함으로써

해탈, 극락, 또는 열반에 대한 깊은 열정과 보리심을 내게 하는데

관세음보살님의 대자대비와 구고구난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로 꿈을 통해

애욕과 집착의 무상함을 선명히 경험한 조신이

고향에 정토사를 짓고 아미타 부처님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새로운 존재로 전변한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낙산사의 원통보전과 홍련암에서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시면  <조신의 꿈> 설화를 생각하시고,

관세음보살님이 우리의 소원을 성취시켜 주시는 가피가

우리가 생각하는 현세이익적 소원성취와는

다른 방향으로 올수 있다는 것도 잘 통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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