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직지사>
1. 직지(直指)의 의미
김천 직지사(直指寺).
서울에서 부산가는 경부 고속도로의 가운데쯤 자리한
김천IC를 나와 12km쯤 올라가면 황악산 자락에 직지사가 있습니다.
직지사는 조계종 제8교구 본사로서 큰 절입니다.
국토의 중앙에 자리하여 많은 고승들이 주석하여
절 입구에는 <동국제일가람>이라는 큰 일주문이 있습니다.
직지사의 ‘직지(直指)’는
‘곧바로 마음을 돌이켜 성품(불성)을 깨달아 성불한다’는
선종(禪宗)의 ‘직지인심 견성성불’에서 나온 말입니다.
직지사는 벽송 정심을 비롯해 조선 시대의
유명한 선승들이 주석하며 수행했던 도량입니다.
그런데, ‘직지’라는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의미가 더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 화상이 선산 도리사에서
김천 직지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곳은 큰 도량이 들어설 만한 명당이다.’라고 해서
직지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아도 화상이 좋은 도량터로 점지할 정도로
직지사가 자리한 황악산이 공부하기 좋은 터전이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고려 초에 직지사를
중창한 능여 스님이 절을 중창하며
자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모든 길이를 재어
건축하여 직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능여 스님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의 팔공산 전투에서 패해 달아날때
왕건을 도운 스님으로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후
도량을 크게 중창했다고 합니다.
2. 대웅전
직지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쌍탑으로 둘러싸인 대웅전이 들어옵니다.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여래불의
세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대웅전은 후불탱화로 유명합니다.
대웅전은 세 부처님의 불국토인
영산회상, 극락세계, 약사유리광세계에서 설법하는
법회 장면을 그린 큰 변상도로 장엄되어 있습니다.
세 변상도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불화로도 유명한데,
멋진 후불탱화가 있는 대웅전에서 기도드리면 참 좋습니다.
3. 비로전(천불전)
대웅전을 나와 단풍길을 걸어가면
보물로 지정된 탑 하나가 있고 비로전이 있습니다.
비로전은 천분의 부처님을 모신 천불전입니다.
천불전은 1600년데 경주의 옥돌로 조성한
하얀 천분의 부처님으로 유명한데,
천불 부처님은 각기 다른 얼굴 모습과 표정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절에 천불전을 모시고 있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직지사는 대흥사, 마곡사와 더불어
천불의 부처님을 모신 도량으로 유명했습니다.
흰 옥빛에 금색 가사를 입으신 천 분의 부처님이
한 분 한 분 상호가 다 다르면서도 부드럽고 인자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수많은 부처님들 앞에서
기도드리면 환희심이 절로 납니다.
그리고, 천불전에는 천불의 부처님들 속에
어린 아기 부처님이 계시는데,
이 아기 부처님을 보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설이 있어
할머니들이 유심히 살피고 있는 재미있는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4. 관음전과 명부전
직지사에는 관음전과 명부전이 있습니다.
관음전에는 한쪽 다리를 들어올린 반가상을 한
관세음보살님이 자비로운 모습으로 중생들을 굽어보고 계십니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들이 10대명왕들과 함께
지옥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비행을 펼치시고 계십니다.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을 보면서 보살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5. 보살도
보살이 되는 길인 보살도의 정신은 무엇일까요?
바로 동체대비(同體大悲)입니다.
동체대비(同體大悲)란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고,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라는 마음 세계입니다.
전각마다 앉거나 서 계시는 불보살님들은
그 분이 아미타불이시든, 지장보살이시든,
약사여래이시든, 관세음 보살이시든,
모두 중생의 고통을 당신의 고통처럼 아파하시고
중생의 행복을 당신의 행복처럼 기뻐하시는 분들이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보살님들 앞에서
내 고통을 털어 놓고, 내 행복을 말씀드리는 것은
불보살님들께서 기꺼이 함께 아파하시고 함께 기뻐해 주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이 클수록
우리의 기도와 아룀은 절실할 것이고,
우리의 행복이 충만할수록
우리의 예배와 공경도 충만하고 환희로울 것입니다.
6. 사명대사
마지막으로 직지사에는
사명대사를 모신 사명각이 있습니다.
밀양 태생의 사명대사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큰 상실감에 빠져 유람하였는데,
직지사에서 은사 스님을 만나 마음을 다잡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승려의 몸으로 임진왜란 때 나라와 백성이 도륙당할 때,
임진왜란이 끝나고 포로로 간 동포들을 구해내기 위해
많은 이들의 어려움과 수고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감당하며 보살의 길을 가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지사의 여러 전각에서 자신의 고통과 기쁨을
불보살님과 솔직하게 드러내고 함께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통받는 백성들의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보살도를 향해 직지(直指)하신
사명 대사의 고뇌를 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