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16) 인욕바라밀

by 아미타온 2023. 12. 4.

<불교의 역사(16)   인욕바라밀>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1. 욕된 것을 참는 바라밀

 

대승보살의 세번째 바라밀은 인욕 바라밀입니다. 

 

인욕(忍辱)은 문자 그대로

욕된 것을 참는다’는 뜻입니다.

 

힘들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를 성취하는 지혜로운 인내를 말합니다.

 

인간은 늙고 병들고 죽는 육체적 괴로움과

관계 속의 여러 가지 정신적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순경계의 유혹과

역경계의 시련을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실상을 불교에서는

 ‘참고 견디어야 하는 세계(忍土)’라는 뜻의 ‘사바세계’라고 부릅니다.

 

이렇듯 범부중생들도 끝없이 밀려오는 순경의 유혹과

역경의 시련을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데,

하물며 중생의 구제를 서원한 보살로서는

인욕하지 않고 어떻게 그 뜻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순경과 역경의 상황 속에서도 분노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를 성취하는 인욕 바라밀은

사바세계에서 중생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승 보살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수행 덕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바 세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수행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보살은 보리심 속에서 어려움을 뚫고

반드시 성취를 이루어야 하므로

인욕은 참으로 중요한 바라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

 

2. 분노의 장애

 

인욕 바라밀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분노의 장애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아함경을 비롯한 초기 경전과 금강경을 비롯한

대승 경전은 분노를 벗어난 인욕행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아함경>에는 다른 사람에게 분노심을 갖거나

거친 말과 폭력으로 분노를 터트리는 것은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에 피를 뿜기 위해

자신의 입안에 피를 가득 담고 있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즉, 자기 입 속에 피를 가득 담고 있으면서 남을 향해

피를 뿜으려는 모습을 상상하면 분노의 해악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모두 해치는 장애가 바로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승 경전인 <금강경>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에 보살로서

인욕바라밀행을 수행하실 때의 일화가 나옵니다.

 

당시 부처님은 숲 속에서 수행하고 있었는데,

궁녀들이 수행하는 부처님께 공양하자 질투로 인해

분노한 가리왕이 부처님의 몸을 찢고 폭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그 상황 속에서도 난폭한 가리왕에게

분노와 원한의 마음을 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수행력과 바라밀행이

어떠한 분노와 원한의 악심(惡心)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인욕의 마음 상태에 머무셨다고 하는 것입니다.

 

<금강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전생의 인욕 바라밀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위대한 인욕의 경지지만,

우리들도 부처님의 인욕 바라밀을 조금이라도 본받아서

내 삶 속에서 생기는 작은 역경의 상황에서

분노를 쉽게 터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 ‘분노는 내가 쌓은 모든 공덕을 파괴하고,

백만가지 장애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의 분노로 나와 주변의 좋은 관계와 인연이

일순간에 파괴되는 섬뜩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내 생활 속에서 작은 분노의 상황에서 마음을 잘 다스려 인욕하며

인욕 바라밀을 닦아 나가는 것이 그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마강>

 

3. 인과법과 연기법

 

특히, 보살이 분노를 떠난 인욕바라밀을 닦아야 하는 이유는

분노하는 그 배경에는 잠시 잠깐이라도 

인과법 연기법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노는 반드시 화를 낸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때로는 작은 분노 하나로 많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과보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인과법과 연기법에 밝다면 함부로 화를 내지 않을 것이므로

인욕행도 지혜의 밝은 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승보살의 인욕바라밀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백마강>

 

4. 인욕과 정진

 

그리고, 인욕 바라밀은 6바라밀 중에서 

정진 바라밀 바로 앞에 위치합니다.

 

인욕 바라밀을 이루어야만 바른 정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쉽게 굴복하면

바른 정진을 통해 성취를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상황에서도 자만하지 않고,

나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인연을 밝게 보고 참고 견뎌낼 것은 인욕하며

보살이 이루고자 하는 성취를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중생들을 교화하는 보살의 자비의 길에도

순경과 역경의 상황에서 인욕 바라밀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바 세계는 인욕해야 하는 세계라는 것을 잘 알고,

인과법과 연기법을 통찰하여 분노라는 감정에 놀아나지 말고

바른 정진을 통한 성취를 위해 인욕 바라밀을 잘 닦아 나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