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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22) - 반야부 경전(1) / 금강경의 문제의식

by 아미타온 2023. 12. 16.

<불교의 역사(22) - 반야부 경전(1) / 금강경의 문제의식>

 

<불교 중앙 박물관 석가모니 부처님>

 

1. 교판 작업

 

이번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대승 경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읽고 있는 대승 경전은

대부분 중국에서 번역된 한문으로 된 대승 경전입니다.

 

중국에 본격적으로 불교가 전파되고 대중화된 시기는

AD 300~500년경의 남북조 시대였습니다.

 

남북조 시대는 북방의 유목 민족이 중국을 쳐들어온 혼란기였습니다.

 

남북조 시대 때 1,000년의 긴 역사 속에서

인도에서 형성된 수많은 불교 경전과 논서들이 중국에 들어왔습니다.

 

대승불교의 성립 과정과 역사성을 잘 몰랐던 중국 사람들은

같은 부처님의 말씀이라도 서로 다른 사상적 특징을 갖는

수많은 경전들에 대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경전들을 번역하면서 경전들을

사상적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이 요구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작업을 ‘교판(敎判) 작업’이라고 합니다.

 

교판 작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 수나라 시대

법화경을 중심으로 한 종파인 천태종의 천태 지자 대사의 분류입니다.

 

천태 지자 대사는 수많은 불교 경전들을

49년간의 부처님의 교화 내용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각 경전들을 순서대로 분류하였습니다.

 

<화엄경 변상도 (리움 미술관)>

 

2. 천태 지의 대사의 교판

 

천태 지의 대사는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후

21일간 깨달음의 진수를 설하신 경전이 <화엄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화엄경의 심오한 가르침을 중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12년간 <아함경>을 통해 불법의 기본을 가르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8년간은 유마경, 승만경, 아미타경 등과 같은

초기 대승 경전인 <방등경>을 가르치시고,

중생들의 근기가 높아지자 21년간 금강경을 비롯한 <반야부> 경전을 설하시고,

열반하시기 전 마지막 8년간을 <법화경>과 <열반경>을 가르치셨다고 분류했습니다.

 

즉, 1) 화엄경 - 2) 아함경 - 3) 방등(대승)경 - 4) 반야경 - 5) 법화/열반경 의 순서대로

중생의 근기에 따라 시기별로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설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교판 작업을 통해 각 종파들은 소의(중심) 경전을 정하고,

종파적 성향의 불교가 중국에서 확립된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중국 불교의 영향을 받아

종파적 성향의 대승 불교 경전들이 전래되었습니다.

 

<하남 선법사 마애 부처님>

 

3. 반야부 경전

 

우리는 이 순서와는 다르게 제일 먼저 반야부 경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반야부 경전은 <반야바라밀>이라는 이름을 갖는 대승 경전류의 약칭입니다.

 

한국 불자들이 많이 독송하는 <금강반야바라밀경(금강경)>,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반야심경>>이 대표적인 반야부 경전이고,

유마 거사가 등장하는 <유마경>도 반야의 지혜를 담고 있다 해서 반야부 경전에 포함합니다.

 

‘반야바라밀’은 보살의 6바라밀 중 하나지만,

반야부 경전은 ‘반야바라밀’의 가치를 특별히 중시하여

다른 바라밀은 반야바라밀 안에 포섭되고

반야바라밀에 기초하여 성립한다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즉, 반야바라밀은 6바라밀을 포섭하는 것으로

보살이 실천해야 할 모든 보살행이 반야바라밀로 통일된다는 것입니다.

 

반야부 경전은 대승 불교를 확립한 중요한 경전으로 큰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야부 경전 전체의 분량이 600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으로

기독교 신구약 성경을 합한 것보다 25배가 넘는 긴 분량이라고 합니다.

 

밀교부 경전을 제외하고 모든 대승 경전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경전이 반야부 경전입니다.

 

이와 같은 방대한 반야부 경전 중에서

우리는 불자들이 많이 독송하는

<금강경>, <반야심경>, <유마경>의 세 경전을 통해

반야부 경전의 사상을 살펴보겠습니다.

 

< 부처님 (인도) >

 

4. 금강경

 

오늘은 먼저 <금강경>을 통해 <반야바라밀>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금강경>은 반야부 경전 중 비교적 초기에 성립된 경전입니다.

 

<반야경>에서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일체의 모든 법이 공(空)하다"는 의미의

"공(空)"의 용어가 사용되지 않으면서도

반야의 지혜에 대해 설한 경전이 <금강경>입니다.

 

따라서, "공"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성립된 초기 반야부 경전인 것입니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부처님 10대 제자 중

공(空)의 이치를 가장 잘 이해했다고 하여

해공제일(解空第一)로 불렸던 수보리 존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무아(無我)와 연기(緣起)의 이치에 통달하여

모든 다툼과 분노가 사라진 "무쟁(無爭) 삼매"를 이룬

최고의 성자라는 칭송을 받았던 수보리 존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대승 보살 사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금강경의 문제 의식은 대승 보살의 길을 끝없이 가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과 실천으로 살아가야할 것인가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국립 중앙 박물관)>

 

5. 금강경의 질문

 

<금강경> 첫 대목에서 수보리 존자는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위없는 깨달음의 마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보살은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보살로서 일체 모든 생명(중생)을 다 제도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라.

그렇지만, 단 한 사람도 내가 제도했다는 마음을 내지 말라”

 

이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