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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23) - 반야부 경전(2) / 금강경(2) - 4가지 상에서 벗어나라

by 아미타온 2023. 12. 18.

<불교의 역사(23) - 반야부 경전(2) / 금강경(2) - 4가지 상에서 벗어나라>

 

<충남 서천 성북리 석탑>

 

1. 금강심

 

지난 시간에 이어 금강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금강경은 "위없는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킨 보살은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합니까?"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즉, 보살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마음가짐과 실천으로 살아가야할 것인가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보살로서 일체 모든 생명(중생)을 다 제도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라.”

 

즉, 대승보살로서의 중생에 대한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굳건한 서원을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먼저 보살로서의 중생 구제의 서원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일체 모든 중생들을 다 제도했다고 하더라도

단 한 중생도 제도했다는 마음을 내지 말라”

 

이 말씀은 무슨 의미일까요?

 

일체의 모든 생명을 다 제도하여 깨닫게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들을 제도하여 깨닫게 했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언제나 청정하고 집착없는 마음으로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보살의 마음이 바로 금강경의 이름과 같은 금강심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와 같은 청정하고 집착없는 금강심을 위해서는

4가지의 그릇된 생각의 습관인 상(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2. 그릇된 관념과 생각인 상(相)

 

상(相)은 무엇일까요?

 

상(相)은 생각을 말합니다.

실제가 아니라 생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밤길을 가다가 무언가 밟았을 때

물컹하는 느낌이 들면 뱀이라고 매우 놀랄 것입니다.

 

그러나,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밧줄이었다는 것을 본다면 안도의 숨을 내쉴 것입니다.

 

이처럼 밧줄을 뱀이라고 보는 잘못된 지각이나 생각을

불교에서는 ‘상(相)’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합니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4가지 상(相)은

아(我)가 있고, 인(人)이 있고,

중생(衆生)이 있고, 수자(壽者)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보살은 이 잘못된 4가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청정하고 집착없는 마음으로 보살행을 하려면 4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3. 교리적으로 바라본 4가지 상

 

그러면, 4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교리적으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我)아트만(atman)’으로

인도 브라만교에서 모든 존재의 변하지 않는 실체로서

윤회로부터 벗어난 해탈의 주체로 설정한 것입니다.

 

둘째, 인(人)지바(Jiva)

불교와 동시대에 발생한 자이나교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모든 생명에게는 순수 영혼인 지바가 실체로서 존재하며,

우리가 업을 짓게 되면 미세한 물질형태로 순수 영혼인

지바(Jiva)에 때가 끼고 속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업의 때를 순수영혼인 지바로부터 떼어내게 하려면

몸을 괴롭히는 고행을 해서 순수영혼인 지바가 순수한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것을 자이나교에서는 해탈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중생(衆生) ‘사트바(sattva)’

초기 대승 불교시대에 나온 중생을 의미합니다.

 

즉, 보살과 중생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때,

열등하다는 ‘중생’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넷째, 수자(壽者)는 ‘수명’, ‘생명’을 뜻하는

‘뿌드갈라(Pudgala)’의 번역입니다.

 

부파 불교의 한 유파에서 윤회와 무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윤회의 주체로서 설정한 뿌드갈라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아, 인, 중생, 수자의 4가지는

브라만교, 자이나교, 초기 대승불교, 부파 불교에서

주장했던 윤회의 주체라고 하는 4가지 대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나’라고 하는 것, ‘내 것’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이에 집착하는 수행자들의 생각과 의식을 말합니다.

 

즉, 4상에서 떠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고정된 실체로서의

‘나’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는 무아(無我)를 체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인간의 마음을 통해 바라본 4가지 상

 

한편, 이와 같은 4상을 다른 각도에서 파악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첫째, 아상(我相)은 매사를 자기 본위로 생각해서

자기 생각과 자기 것만 좋다고 하는 고집과 자존심입니다.

 

선악시비의 바른 기준 없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는 것이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며느리는 며느리의 상을 갖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의 상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다투면서 살아가는 고부갈등의 원인이 되는 상입니다.

 

둘째, 인상(人相)은 집단적인 패거리(人)로 나누어

상대편을 미워하고 분리하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히틀러의 게르만족은 위대하고 유색 인종들은 형편없다는 생각이나,

흑인과 백인을 나누어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하거나,

인간과 자연을 나누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야한다는 환경파괴적인 생각 등이 해당됩니다.

 

셋째, 중생상(衆生相)은 열등하고 못났다는 열등감으로

자기 발전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거나,

잘 났다는 자만심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못된 생각을 말합니다.

 

넷째, 수자상(壽者相)은 나이, 경험,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권위를 내세우려는 아만심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과 집착인 상(相)에 사로잡히면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행을 하면서도 진정한 보살행을 세세생생해 나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강경에서 말하는 ‘금강반야바라밀’

이러한 4가지 상(집착)에서 벗어난 무주상(無住相)

무집착의 보살행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부처님과 수보리 존자의 대화에 나타난

이러한 무주상과 무집착의 보살행의 가르침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