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소요산 자재암>
1. 소요산과 소유유
경기도 동두천에는
‘경기도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소요산(逍遙山)이 있습니다.
‘소요’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에서 나온 말입니다.
‘소’는 ‘소풍간다’는 뜻이고,
‘요’는 ‘멀리 간다’는 뜻이며,
‘유’는 ‘노닐다’는 뜻입니다.
큰 봉황이 구만리 창천을 날아
저 먼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자유자재와 유유자적의 세계를 ‘소요유(逍遙遊)’라고 합니다.
소요산은 그 멋진 이름처럼
매월당 김시습, 화담 서경덕, 봉래 양사언 등의 기인들이
소유유의 세계 속에서 거닐었던 산이라고 합니다.
소요산 최고봉인 의상대는 해발 587m이지만,
여섯 개의 봉우리가 마치 은행잎처럼 이어지며
가을 단풍과 기암으로 수려한 아름다운 산입니다.
2. 자재암과 무애자재
소요산 입구에 있는 자재암(自在庵).
자재암은 자유자재, 무애자재한 경지를
상징하는 멋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불교의 자유자재, 무애자재는
노는 것을 즐기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지극한 수행의 경지와 깨달음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재암은 무애자재의 경지를 증득한
원효 대사의 수행 전설로 유명한 도량입니다.
3. 원효 대사의 회향과 무애자재한 보살의 길
불교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원효 대사의 해골물 이야기는 알고 계실 것입니다.
원효 대사는 해골물의 깨달음을 얻은 후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다시 신라의 수도인 경주로 돌아왔습니다.
경주로 돌아온 원효 대사는 여러 경전들을 읽으며
자신의 해골물의 깨달음을 점검하고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화엄경의 <십회향품(十回向品)>을 읽게 됩니다.
<십회향품>은 중생 교화를 위한 보살의 10가지 회향의 세계를 설하는 가르침인데,
원효는 <십회향품>의 가르침을 통해 보살로서
중생들을 향해 자신의 깨달음을 어떻게 되돌려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뇌하게 됩니다.
어떻게 중생들 곁으로 다가가
보살의 회향(回向)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그 때 원효가 선택한 회향의 방편은
승속(僧俗)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의 무애의 삶을 살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먼저 원효는 요석 공주와의 사랑을 통해
고승의 자리를 박차고 스스로를 ‘소성(小姓) 거사’라고 칭하며
민중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즉, 승려의 자리에도, 속인의 세계에도
걸림없는 무애자재한 보살의 길을 걸어간 것입니다.
때로는 심산유곡에서 열심히 수행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절에서 경전에 대한 수백권의 논서를 쓰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표주박을 들고 무애가를 부르며 민중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을 가르치며 극락왕생의 길을 설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원효는 승속에 걸림 없는
무애자재한 보살의 길을 통해 중생들을 향한 회향의 길을 갔던 것입니다.
4. 요석 공주의 사랑
소요산과 자재암에는
이와 같은 원효의 스토리가 남아 있습니다.
원효는 요석 공주와의 사랑으로 파계하고
승려의 지위를 버리고 소성 거사가 되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중들을 교화했습니다.
원효 대사가 동두천 소요산에 와서
중생들을 교화할 때 요석 공주는 소요산 앞에 별궁을 짓고
아들 설총을 키우면서 원효를 공양하였다고 합니다.
원효 대사를 깊이 공경하며
수행 성취와 중생 교화를 간절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소요산 입구에는 요석 공주의 별궁터가 남아 있고,
사진을 찍기 위한 원효 대사와 요석 공주의 그림판이 있습니다.
한편, 원효 대사는 대중들을 교화하면서도
소요산에서 수행의 성취를 위해 열심히 정진했습니다.
5. 원효굴과 발심수행장
자재암 앞에는 폭포가 흐르는 작은 굴이 있는데,
원효굴이라고 합니다.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원효굴에 들어앉아 수행의 성취를 위해 노력했던 것입니다.
지금 원효굴 안에는 아미타 부처님과 대세지 보살님,
관세음 보살님의 아미타 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원효 대사가 지은 <발심수행장>에는
“메아리가 울리는 바윗굴을 염불하는 불당으로 여기고,
애처로이 우는 기러기 새소리를 기쁜 마음의 벗으로 삼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원효굴에서 아미타 부처님을 보니 대중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을 포교하던 원효 대사의 염불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원효굴에서 조금 올라가면
원효 대사가 수행하다 휴식을 취했다는 원효대가 있고,
더 올라가면 극락교가 나옵니다.
6. 원효 대사와 관세음 보살님 전설
극락교를 건너면 자재암이 나옵니다.
자재암은 대웅전과 나한굴로 이루어진 작은 암자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암자에서 원효 대사는 치열한 수행 끝에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무애자재’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원효 대사는 자재암에서 반드시
깨달음을 얻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정진했는데,
어느날 밤에 아리따운 여인이 찾아 와서 원효 대사를 유혹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효 대사는 그 유혹에 넘어 가지 않고
그 여인에게 불법의 가르침을 펼치며 교화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인이 바로 관세음보살님의 변화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종교 체험을 통해 원효 대사는 애욕에 얽매이지 않는
큰 깨달음을 얻어 걸림없는 무애의 중생 교화의 길을 갈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재암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스토리입니다.
7. 석간수
한편, 자재암에서 수행하며 원효 대사가 마셨다는 석간수는
차를 달여 마시면 단맛이 난다는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수(名水)라고 합니다.
자재암은 작은 도량이지만,
원효 대사의 치열한 수행의 향기와
요석 공주의 바위 같은 사랑이 어우러진 멋진 도량입니다.
소요산에서 자유자재의 세계를 꿈꾸며
선인들이 거닐었던 산길을 걸어보시고,
원효 대사와 요석공주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남아 있는 자재암을 함께 참배하면 참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amitaon8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