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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27) - 반야부 경전(6) / 반야심경(3) - 불생불멸 불구부정

by 아미타온 2023. 12. 26.

<불교의 역사(27) - 반야부 경전(6) / 반야심경(3) - 불생불멸 불구부정>

 

<국립 공주 박물관 - 관세음보살님>

 

1.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반야심경>은 260여자의 짧고 간결한 가르침입니다.

 

간결한만큼 어렵지만,

고정불변한 실체가 있다고 믿는

인간의 관념(생각)을 바로잡기 위한 경전으로

<반야심경>만큼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반야심경>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密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괴로움과 재앙을 건너느니라.

사리자여,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상행식도 그러하니라.

사리자여, 모든 법은 공하여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느니라.

 

지난 두 시간 동안 ‘오온개공’과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가르침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생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고,

늘어나는 것도 없고 줄어드는 것도 없다는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의 가르침을 살펴보겠습니다.

 

<원효의 해골물 깨달음 벽화>

 

2. 원효 대사와 해골물 이야기

 

유명한 <원효 대사와 해골물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효 대사는 의상 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불법을 배우러 가기 위해

길을 가다가 밤이 되어 토굴 속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한밤중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물을 찾다가

손에 바가지가 잡혀서 무심코 그 물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갈증이 심했기 때문에 물 맛은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그 물은 해골 바가지에 담겨진 물이었습니다.

 

순간 갑자기 역겨움이 밀려오며 구역질이 나왔습니다.

구역질 속에서 원효 대사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갈증을 느낄 때는 달고 맛있는 물이

아침에 일어나니 더럽고 역겨운 물이라니!’

 

원효 대사는 깨달음을 얻어 크게 각성하고

자신이 구해야 할 법은 마음에 있는 것이지,

당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신라로 돌아와 대중들을 교화하였다고 합니다.

 

<뽕나무 잎과 누에>

 

 

비슷한 이야기가 <장자>에도 나옵니다.

 

여자들은 보통 벌레를 징그럽다고 싫어합니다.

 

그러나, 명주(비단)실을 뽑기 위해 뽕나무 잎에

누에를 칠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작업한다고 합니다.

 

우리들도 일상을 살면서 원효 대사나

누에 이야기와 같은 경험을 가끔씩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효 대사는 이 체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3. 연기적인 가상(假相)

 

과연 원효 대사가 얻은 깨달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는 원효 대사 해골 물 이야기를 <반야심경>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원효 대사는 ‘오온개공’을 밝게 비추어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색), 감정(수), 생각(상), 의지(행), 인식(식)의

5가지 정신적, 물질적 현상(오온)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공)는 것입니다.

 

즉, 존재는 본래부터 처음부터 더럽고, 깨끗하고,

좋고, 싫고, 많고, 적다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실체가 없이 조건과 조건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연기적인 가상(假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깨끗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효 대사가 목이 마를 때

그 물은 목마름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따라서, 그 물은 자신이 생각하는

깨끗하고 좋은 물에 상응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해골 물은

자신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감정에 상응하는 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러운 물로 인식되고 구역질이 나왔던 것입니다.

 

원효 대사는 이와 같이 '생겼다 사라졌다', '깨끗하다 더럽다'는

눈에 보여지고 감각(또는 감정)으로 잡혀지는 모든 생멸의 현상이

어떠한 실체가 없이 다만 조건과 조건이 만나 일어나는

'연기적인 가상(假相)'이라는 것을 밝게 비추어보는

인식의 변화를 이루어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생각합니다.

 

존재의 실상인 오온개공을 깨닫고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을 체득한 보살을

<반야심경>에서는 반야바라밀을 증득한다고 합니다.

 

<반야심경>에서는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느니라”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원효 대사는 해골물의 깨달음 이후에

요석 공주와의 사랑을 통해 출가 승려에서 벗어나

승속에도 걸림 없고, 교화에도 걸림 없는 무애(無碍)의 대보살의 삶을 사셨다고 합니다.

 

오온개공을 밝게 비추어보아 반야바라밀을 증득하여

그 어디에도 걸림 없는 대자유의 경지를 얻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