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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28) - 반야부 경전(7) / 유마경(1) - 유마 거사

by 아미타온 2023. 12. 27.

<불교의 역사(28) - 반야부 경전(7) / 유마경(1) - 유마 거사>

 

<유마경의 무대인 바이샬리 암바팔리 동산 스투파와 사자상>

 

1. 재가 보살 유마 거사의 보살도

 

이번 시간부터 <유마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유마경>은 고대 인도의 상업 도시인 바이샬리에 살던

재가 보살인 유마 거사를 주인공으로 한 대승 경전입니다.

 

‘공성’에 입각한 반야의 지혜로

현실의 삶 속에서 보살도의 바른 실천에 대해

재가 수행자인 유마 거사의 설법을 담은 경전인 것입니다.

 

따라서 <유마경>은 <반야경>의 사상을 이어받아

한층 성숙한 공(空) 사상의 바탕 위에 성립한 경전입니다.

 

<유마경>은 흥미롭게도 출가 수행자가 아닌

재가 수행자인 유마 거사보살도를 설하고 있습니다.

 

유마 거사는 과연 어떤 분일까요?

 

<유마경>에는 다음과 같이 유마 거사의 인격을 설하고 있습니다.

 

유마거사는 바이샬리에 살던 재가 거사로서

불교의 깊은 뜻에 통달하였고,

삼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으며,

처자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청정한 범행을 닦는 일을 한시도 게으름 없이 하였습니다.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을 널리 베풀어 보시하였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라면 술집에도 들어갔으나

그 정기를 흩뜨리지 않았고,

궁중에 들어가면 궁인을 교화하는 등 이르는 곳마다

명쾌한 토론과 침묵의 법문,

"불이(不二) 법문"을 행하여 묘법을 전하는 일에 늘 힘썼습니다.

 

<중국 불화에 등장하는 유마 거사>

 

2.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운다

 

즉, 유마거사는 진리에 대한 통찰과

대승 보살의 실천행을 갖춘 재가 보살의 이상적인 모델이었던 것입니다.

 

반야의 지혜인 ‘공성’은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육바라밀의 실천으로 현실 생활 속에서 구체화해야 하며,

재가의 현실 생활 그 자체가 보살도의 진리를 구현할 토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재가 보살인 유마 거사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 출가교단의 권위와 무능과 부패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재가 보살 불교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현실의 삶 속에서 청정한 보살도의 실천,

즉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의 구현에 대해

재가 보살인 유마 거사가 사자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샬리 암바팔리 동산에서 기도하는 태국 불자들>

 

3. 유마경의 배경, 바이샬리

 

<유마경>은 총 3회 14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회는 경전을 설하는 장소입니다.

 

바이샬리의 암라팔리 사원, 유마 거사의 방,

다시 바이샬리의 암라팔리 사원으로 돌아와 세 차례의 설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마경>이 설해진 바이샬리는 어떤 곳일까요?

 

바이살리는 인도 북동부의 진보적인 상업 도시로서

부처님께서도 자주 방문하신 도시입니다.

 

바이샬리는 부처님 당시에 절대 왕정이 아닌

밧지족과 릿차비족의 여러 종족들이

협의체적 공화제의 선진적인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인도 민주 의회 개원식에도

바이샬리의 성수(聖水)를 떠놓는 의식을 할 정도입니다.

 

브라만교로부터 자유로웠고,

계급 제도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았으며,

서로 다른 종교와 사상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자유로운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민주적 공화정을 실시했고,

학문과 상업이 융성했고,

사회와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바이샬리를 자주 칭찬하셨습니다.

 

바이샬리는 불교 역사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장소입니다.

 

부처님께서 당신의 이모이신 마하파자파티를 비롯한

비구니 승단의 출가를 허락하신 곳이 바이샬리의 암바팔리 동산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후 100년이 지나

계율의 해석을 둘러싸고 "10가지 논쟁"이 벌어져

상좌부와 대중부로 나뉘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진보적인 불교 역사가 펼쳐진

특별한 도시인 바이샬리를 배경으로

이 도시에 살던 재가 보살인 유마 거사의 설법이 설해지는 것입니다.

 

<유마거사의 사자후를 상징하는 바이샬리 사자상>

 

4. 유마경의 줄거리

 

경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바이샬리의 암바팔리 동산에 머무시면서

‘보적’을 비롯한 500명의 젊은이에게 청정한 불국토,

즉 정토(淨土)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그런데, 바이샬리에 유마거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유마 거사는 편협한 소승적 사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불제자들을

대승적인 의식으로 눈뜨게 하기 위해 일부러 병을 앓았습니다.

 

부처님은 유마 거사가 병으로 앓아누웠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제자들에게 병문안을 가도록 하셨습니다.

 

먼저 10대제자 중 지혜제일인 사리불 존자에게

문병을 가라고 하셨지만,

사리불 존자는 예전에 유마 거사의 법문을 듣고

정신이 아득해져 자신은 문병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고 대답합니다.

 

목련, 가섭 등의 다른 십대제자들도 비슷한 이유로서

유마 거사의 법담을 감당해내기 어려워

문병가기를 꺼려하였습니다.

 

그래서, 보살님 중에서 지혜 제일인 문수 보살님이

유마 거사의 집으로 향하게 되고,

문수 보살님과 유마 거사의 호쾌한 법담을 들으러

십대 제자들과 많은 보살들이 유마 거사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유마 거사의 방에서 문수 보살이 불법에 대해 물으면

유마 거사가 답하는 방식으로 하여

대승의 보살행과 중도의 불이 법문을 전개하게 됩니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의 <유마경>은 깊은 사상성과 높은 문학성으로

불교 경전 중에 이름이 높습니다.

 

그러면 <유마경>에서 설하는 유마 거사의 가르침에 대해서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