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43) 거친 베옷을 불 속에 던진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곤궁하여
남의 집에 품을 팔아 거친 베옷 한 벌을 얻어 입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어쩌다가 이렇게 다 낡은 거친 베옷을 입었소?
내가 이제 당장 그대에게 가장 아름다운 옷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소.
내 말을 잘 따르시오. 나는 결코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오.”
가난한 사람은 기뻐하면서 그 말에 순종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 앞에 불을 피워 놓고 가난한 사람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그 거친 베옷을 벗어 이 불 속으로 던지시오.
그것을 태운 이 자리에서 꼭 그대가 가장 아름다운 옷을 얻도록 하겠소.”
가난한 사람은 입었던 옷을 벗어 불 속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 거친 베옷이 다 타버린 뒤에
그것을 태운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옷을 찾아보았으나
도무지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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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행주의자의 사견(邪見)
옛날부터 인도에는 많은 수행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수행자 중에는 몸을 괴롭히는 고행을 주로 하는 수행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고행을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간에게는 고귀한 영혼이라는 실체가 우리 몸 속에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죄업 때문에 몸을 받아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몸이 있기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고 고귀한 영혼이 발현되는 것을 억제하므로
인간이 자신의 고귀한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몸에 고통을 가하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지은 죄업이 소멸되고 욕망이 줄어들어 고귀한 영혼이 힘을 발휘한다.
살아 생전에는 이렇게 몸을 괴롭히는 고행을 하여 죄업을 소멸하게 하고,
죽어서 마침내 몸을 버리게 되면 너희들은 천상계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고행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은
극단적으로 높은 바위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거나,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몸을 던져 용감하게 육체를 버리고
목숨을 끊는 것이 최고의 수행의 경지라고까지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치 불 속에 거친 베옷을 던져
육체를 버려서 목숨을 끊으면
가장 아름다운 옷인 고귀한 영혼이
새롭게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견해를 삿된 견해(邪見)이라 하셨습니다.
이러한 삿된 견해를 따르는 사람은 소중한 목숨만 잃어버리고
삿된 견해를 버리지 않는 한 계속 고통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베옷을 불 속에 던지지만
베옷만 불에 타서 재가 될 뿐
새 옷은 생기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2. 제사주의자의 사견(邪見)
한편, 인도에서는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제사만 잘 지내면
신의 도움으로 죽어서 행복과 부귀가 보장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스러운 강에서 신에게 제사지내고 목욕을 하는 것으로
모든 죄가 소멸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일상은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사람도 어리석다고 하셨습니다.
신에 대한 제사만 중요하고
일상적 삶은 남을 괴롭히고 추악하게 산다면
아무리 성스러운 강에 목욕을 하고 신에 제사지낸다고 해도 공덕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수행과 인생에 대한 바른 견해(正見)를 가지고
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깨달음을 이루는데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고행으로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죄악시하면서
몸이 죽어야만 고귀한 영혼이 드러난다는 잘못된 견해나,
신에 대한 제사나 숭배만 하면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견해나,
기적이나 요행을 바라는 견해를 가지게 되면 바른 삶과는 180도 다른 길을 걷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삿된 견해를 가진 종교인들에게 속으면 안 됩니다.
자신의 깨어 있는 머리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삶의 견해를 확립하고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바른 삶입니다.
고행과 신의 가피와 기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허황된 가르침에 속으면 안됩니다.
마치 불속에 베옷을 던지면
새 옷이 생긴다고 하는 삿된 가르침에 속아
자신의 베옷을 불 속에 던지지만 그 결과는
재 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을 잘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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