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36) - 화엄경(4) - 보살의 보리심>
1. 화엄경과 보살도
<화엄경>은 보살이 성불(成佛)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각 단계별로 어떻게 마음을 기르고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살도를 설하는 경전입니다.
<화엄경>에서는 십신(十信),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의 5개의 계위와
각 계위마다 10단계의 보살 수행을 통해
부처님 세계로 들어서는 50단계의 수행 체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십신 -> 십주 -> 십행 -> 십회향 -> 십지의 계위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가는 긴 보살도의 여정을 거쳐야
비로소 부처님의 세계(성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화엄경>의 보살도에 대해 가장 잘 설해져 있는 장이 <십지품(十地品)>입니다.
<십지품>은 각 보살 지위에서 닦아야 할 마음 세계와 수행 항목을 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십지품>을 중심으로 <화엄경>의 보살도의 체계와 함께
우리들이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나갈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2. 보장엄 소년의 보리심
이번 시간에는 <십지품>의 각 계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보리심’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보리심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구도의 열정을 의미합니다.
보살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인데,
보리심은 바로 보살의 근본 토대라고 할수 있습니다.
<화엄경>에서는 여러 장에서 보리심을
‘여래의 바다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칭송할 정도로 중시하고 있습니다.
<화엄경>에서 보리심을 어떻게 설하고 있는지를
경전의 몇 대목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화엄경>의 2번째 품인 <노사나품>은
보현 보살님이 비로자나불의 세계의 특징에 대해 설하고 있습니다.
보현 보살님은 <노사나품>에서 보살들의 실천에 의해
비로자나 부처님의 불국토가 청정하게 정화된다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보현보살님은 <노사나품> 마지막에
'보장엄’이라는 소년을 등장시켜 보리심에 대해 설합니다.
보장엄 소년은 아득한 옛날에 부처님의 위신력에 힘입어
부처님께서 보살행을 하시던 모습을 보았고, 무수한 삼매를 얻었습니다.
보장엄은 다음과 같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보리심을 발합니다.
천개의 해가 함께 나타나 허공을 두루 비추는 듯
여기 보리도량에 앉아 계신 부처님으로부터의 무량한 광명,
오 무량한 광명!
무량만억 겁에도 좀처럼 만나 뵙기 힘든 부처님께서
분명 여기 와 계시니 모두들 우러러 뵈옵네.
해처럼, 해처럼
........................(중략)
눈을 뜨니 오묘한 법 듣고 지혜의 눈을 뜨니 이는 바다,
우주를 가득 메워 푸른 물결 출렁이는 우리 부처님의 공덕 바다!
그리고 알았노니 부처님께서 생사의 바다에서
무수히 목숨을 버리시고 보살행을 닦고 불국토를 장엄한 일!
귀도 버리고 눈도 머리도 손발도 버려 궁전도 왕위도 모두 버려서
불국토를 장엄하던 일!
햇빛에 의해 해를 보듯이
나는 부처님의 광명이 아니었으면 어찌 뵐 수 있었으랴!
부처님께서 닦으신 길을
..........................(중략)
부처님의 나라에는 논에 봇물 넘치듯이 더 없는 깨달음의 이 기쁨,
이제 출렁이고 있거니 부처님의 크나큰 힘을 받자와 나도 나아가리!
동터 올 그날까지.”
<화엄경 제2 노사나품>
보장엄은 이와 같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부처님께서 가신 길을 자신이 가고자 원하는 강한 보리심을 발심하자
감동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장엄과 함께 보리심을 발하였습니다.
3. 보리심과 정진의 힘
부처님은 보장엄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착하다! 소년아!
너는 용감하게 깨달음을 구했다.
너는 중생들의 의지하는 바가 될 것이다.
또, 너는 언젠가 부처님의 다함 없는 활동의 세계에 들어가리라.
나태한 사람은 깊은 방편의 바다를 이해하지 못한다.
노력, 정진의 힘이 성취됨으로써 부처님의 바다는 정화되는 것이다.”
<화엄경 제2노사나품>
보장엄 소년은 부처님께서 무수한 생 동안 보살행을 하고
불국토를 장엄하는 모습을 보고 순수한 감동으로
부처님에 대한 깊은 믿음과 공경과 찬탄의 마음을 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부처님이 걸으신 그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을 발합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구하고,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용감한 마음이 바로 보리심입니다.
부처님은 용감하게 보리심을 발하는 보장엄을 칭찬하시며
보리심을 발하는 것으로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고
다함없는 부처님의 활동의 바다에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보리심은 노력과 정진의 힘이라고 하셨습니다.
게으른 사람은 결코 부처님의 깊은 방편의 바다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는 힘이 성취됨으로써 부처님의 바다는 정화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 최후의 유훈과도 일치합니다.
“세상 모든 것은 모두 덧없이 파괴되어 간다.
그대들은 방일하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 정진해라."
<노사나품>의 말씀을 살펴보면 보살의 보리심은
깨달음과 각성을 얻기를 용감하게 갈구함과 함께
이를 위해 게으르지 않고 노력 정진하는 마음과 자세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보리심을 통해 보살은 부처님이 활동하는 넓은 바다에 들어설 수 있고,
부처님의 아들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현보살님은 <노사나품>에서 비로자나 부처님의 불세계에 대해 설하며
마지막으로 보장엄 소년을 등장시켜 보리심에 대해 설합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마치 화가가 마지막에
용의 눈에 점을 찍어야 용이 완성되는 것처럼
보살의 보리심이야말로 비로자나 부처님의 불세계를 장엄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다는 가르침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화엄경 제8품 <현수보살품>에서
현수보살님이 설하는 보리심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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