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38) - 화엄경(6) - <십지품>의 보살10지 중 환희지>
1. 십지품
오늘은 화엄경 <십지품>을 통해
화엄경의 보살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십지(十地)란 성불을 목표로 나아가는
보살의 경지를 10가지로 나눈 것입니다.
제1 환희지, 제2 이구지, 제3 발광지, 제4 염혜지, 제5 난승지,
제6 현전지, 제7 원행지, 제8 부동지, 제9 선혜지, 제 10 법운지
의 10단계가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살의 10가지 경지를 공부하면서
<화엄경>에서 설하는 보살도의 체계를 잘 이해하고
보살도의 길을 바르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2. 환희지
<십지품>에서 설하는 보살의 제1지(초지)는 환희지입니다.
환희지는 문자 그대로 ‘큰 기쁨으로 넘쳐나는 경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환희가 자신의 욕망의 충족이나
세속적 즐거움에서 오는 환희가 아니라,
보리심을 일으키고 불법의 진리에 눈을 뜨고
보살로서의 존재적 변화 속에서 오는 환희심으로 충만한 경지입니다.
이러한 환희지에 들어간 보살은
범부 중생에서 부처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환희를 자각합니다.
<십지품>에서는 환희지에 들어간
보살의 환희 상태를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살이 무엇으로 환희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하고 있습니다.
"어떤 중생이 선근을 깊이 심고, 모든 행을 잘 닦고,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으고, 여러 부처님께 잘 공양하고,
청정한 법을 잘 닦고, 선지식의 거두어 주심이 되고,
깊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광대한 뜻을 세우고
광대한 지혜를 내면 큰 자비가 앞에 나타나느니라.
보살이 큰 자비의 마음을 내고는,
곧 범부 중생의 처지를 뛰어나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집에 태어나니,
세간의 모든 갈래를 떠나서 출세간의 도에 들어가며,
보살의 법을 얻고 보살의 자리에 머물며,
부처님과 같은 위없는 보리를 얻으려고 하니,
보살이 이런 법에 머물면 보살의 환희지에 머물렀다고 한다.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면 여러가지 환희와
여러가지 청정한 신심과 여러가지 즐거움과
여러가지 희열과 여러가지 기쁜 경사와 여러가지 뛰놀음과
여러가지 용맹과 여러가지 성내지 않음 등을 성취하느니라.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고는 부처님을 생각함으로 환희하고,
부처님 법을 생각함으로 환희하고,
보살의 행을 생각함으로 환희하고,
보살의 바라밀행을 생각함으로 환희하고,
능히 중생들에 이익을 얻게 함을 환희하고,
여래의 일체 지혜와 방편에 들어감을 생각함으로 환희하느니라.”
<화엄경 십지품>
3. 보살의 환희심
환희지는 보살로서의 삶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과 전환이 있습니다.
그 자각과 전환을 통해 보살의 온 몸과 마음이 큰 환희로 넘쳐있는 상태입니다.
더 이상 범부중생이 아니라,
보살이 되어 부처님 땅에 뿌리를 박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여
큰 자비를 내고 보시를 비롯한 이타행을 기쁜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환희지에서는 큰 자비가 그 앞에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환희지의 보살은 괴로움에 헤매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이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큰 자비심을 냅니다.
이러한 큰 자비심이 근본이 되어 환희지의 보살은
중생을 위한 보시 바라밀행을 아까움이나 고달픔 없이 환희롭게 행합니다.
그렇다면 환희지 보살은 어떻게 큰 자비를 일으켜
보시 바라밀행을 환희롭게 행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환희지의 보살은 ‘나’라는 고집과 집착을 떠났으므로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4. 5가지 환희의 길
<십지품>에는 환희지의 보살이 ‘나’라는 고집과 집착을 떠난,
즉 무아(無我)를 증득함으로써 어떤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
환희로운 보살로서 살아가는지를 5가지로 설하고 있습니다.
첫째, 환희지의 보살은 살아가는 공포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즉, ‘뭘 먹고 살까, 내가 이 일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잘 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불안, 공포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나’라고 하는 잘못된 생각,
‘나’라고 하는 고집이 떠났기 때문에
‘내 몸’이라고 하는 잘못된 집착도 벗어버렸는데,
하물며 재물에 대한 집착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둘째, 환희지의 보살들에게는 나쁜 이름, 나쁜 소문,
나쁜 명성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내 이름이 나쁘게 날까, 내 소문이 어떻게 날까,
남들이 나를 몰라주면 어쩌나, 내 진심을 몰라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셋째,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없다고 합니다.
오온 무아에 대한 각성이 이뤄져서 ‘나’라고 하는
잘못된 소견이 없어졌으니 죽는다는 현상에 대한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넷째, 환희지의 보살은 나쁜 갈래에 윤회할까,
삼악도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설령 삼악도에 떨어진다 해도
결정코 부처님과 보살님 곁에 함께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환희지의 보살은 ‘대중의 위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면, 자신이 좋아하고 귀의한 부처님과 대승 불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자신이 왜 대중들을 두려워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나’에 대한 그릇된 고집과 집착에서 벗어나
무아를 증득하여 어떤 공포와 두려움 없이 보살로서의 각성과
보시바라밀행을 환희롭게 해 나가는 보살의 경지가 바로 환희지입니다.
보살은 이와 같은 밝은 환희 속에서 살기를 발원하며
그 밝은 환희를 증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교의 역사(40) - 화엄경(8) - 발광지(제3지) (0) | 2024.01.21 |
---|---|
불교의 역사(39) - 화엄경(7) - 이구지(제2지) (0) | 2024.01.19 |
불교의 역사(37) - 화엄경(5) <현수보살품>의 보리심 (1) | 2024.01.15 |
불교의 역사(36) - 화엄경(4) - 보살의 보리심 (4) | 2024.01.13 |
불교의 역사(35) - 화엄경(3) / 비로자나 부처님의 세계 (1) | 2024.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