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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7) 마하 깔라 테라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 16.

<법구경(7)  마하 깔라 테라 이야기>

 

<여주 신륵사 남한강>

 

부처님께서 사왓티의 근교 도시 세따브야에 계시던 어느때,

마하 깔라와 쫄라 깔라 형제와 관련하여 게송 7번과 8번을 설법하셨다.

 

마하 깔라와 쫄라 깔라는 형제인데 함께 장사를 하며 다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때 두 사람은 많은 물건을 싣고 여러지방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다가

어느 곳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꽃과 향을 들고 일정한 방향으로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상하게 여긴 형 마하 깔라가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사람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서 부처님께서 계신 수도원으로 가는 겁니다."

 

신비스럽게도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마하 깔라는

몸과 마음에 크나큰 환희심이 일어나 그 기쁨에 온몸이 떨릴 정도였다.

 

그는 곧 나도 저들을 따라가 부처님의 설법회에 참석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뒷일을 아우에게 맡기고 미련없이 일행을 따라 나섰다.

 

그렇게 해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마하깔라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설법이 끝나자 부처님께 나아가 제자로 받아 주시길 청했다.

 

부처님께서는 마하 깔라에게

부모님과 가까운 어른들께 승락을 받아오도록 이르시었고,

그 절차가 끝나자 그를 비구로 받아들이시었다.

 

한편, 형인 마하 깔라가 비구가 된 것을 보고 동생인 쫄라 깔라는 큰 걱정이 되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념이 없었다.

 

그에게는 세속의 일이 더 중요했고

형이 출가함으로써 생기게 된 사업상의 어려움만이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 끝에 쫄라 깔라는 단지 형을 세속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출가했다.

 

마하 깔라는 열심히 수행했다.

그는 수행 장소로 공동 묘지를 선택하여 마음을 집중시켜 나갔다.

 

마하 깔라는 그곳에서 시체가 변해가는 과정을 예리하게 관찰함으로써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은 항상 하지 않는다는 것(제행무상,諸行無常)과

그것은  일체가 둑카(괴로움,苦)라는것(일체개고一切皆苦)

그리고, 모든 법(法)에는 자아가 존재 하지 않는다(제법무아諸法無我)라는

진리를 깨달아 마침내 아라한 과를 성취하고 일체의 고통과 번뇌로 해탈하게 되었다.

 

<신륵사 남한강>

 

얼마 후 부처님과 비구 일행은 세따브야 도시 근처 싱사빠 숲속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이때 마하 깔라와 아직 수행력이 부족한 쫄라 깔라가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쫄라 깔라의 출가 전 부인이 부처님을 초대하여 공양을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쫄라깔라가 일행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니

부인이 가사를 벗겨버리고 세속 옷을 입고 준비를 도우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다시 세속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다음날 마하 깔라 부인은 시동생이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부러워하며

자기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을 먹고 부처님과 비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마하 깔라는  쫄라 깔라와는 다르게 일행보다 먼저 집에 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마하 깔라의 아내는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부처님께 마하 깔라 비구를 남겨 두고 가시어

불법에 대한 자기의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답해 주도록 해달라고 청했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허락하셨으므로 결국 마하 깔라는 일단 뒤에 남겨지게 되엇다.

 

마하깔라만  남겨놓고 비구 일행이 마을을 벗어나게 되었을 때

다른 비구들 중 일부가 불만을 제기했다.

 

그들은 마하 깔라도 쫄라 깔라처럼 다시 세속으로 돌아갈 것을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그들의 두 형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너희는 알지 못하는구나.

쫄라 깔라는 감각적인  쾌락을 찾는 평범한 사람으로써

비구로서의 합당한 수행이 없었고 게으르고 약하여

마치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와 같았느니라.

 

그렇지만 마하 깔라 비구는 그와는 다르게 부지런히 수행했고,

모든 점에서 성실했으며, 부처님와 진리와 승가에 대한 신심이 매우 깊었느니라.

그는 마치 큰 바위와도 같이 굳건한 사람으로 그는 아라한이니라."

 

<여주 신륵사 5층 석탑>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그의 마음이 쾌락의 대상을 추구하고

오관(五觀)은 잘 다스려지지 않아 바쁘며

음식의 때와 양을 모르고

게을러 노력이 없는 수행자를

마라(죽음의 왕)는 쉽게 쓰러뜨린다

마치 뿌리 약한 나무를 바람이 쓰러뜨리듯이

 

몸이 더럽고 허무하다는 진실에 마음을 집중하여

오관을 다스리고 음식을 절제하며

신심이 충만하여

밤낮으로 정진하는 수행자는

마라도 어찌하지 못한다

마치 폭풍이 큰 바위를 흔들지 못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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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륵사 600년 은행나무>

 

1. 뿌리 깊은 나무와 5력의 토대

 

<용비어천가>를 보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꽃이 좋고 열매도 많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법구경 7,8게송과 관련된 이야기는 두 형제를 대비해가면서

수행자와 비수행자, 성자와 범부 의 삶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탄탄한 토대 하에서

흔들림없는 수행자의 길을 가는 형과

뿌리가 약하여 허약한 토대 하에서 흔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범부인 동생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탄탄한 토대를 갖출수 있을까요?

 

형인 마하 깔라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초기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5가지 능력이자 힘인 

"오력(五力)"이야말로 탄탄한 토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주 신륵사 극락보전>

 

2. 믿음의 힘

 

오력 중에 첫번째는 신력(信力,믿음의 힘)입니다.

불,법, 승 삼보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믿음의 힘을 말합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간다는 사실에 대해서 한없는 기쁨을 느끼고

부처님의 설법에 큰 감동을 느끼며 부처님께 귀의하여 수행자의 길에 들어서는

마하 깔라의 모습을 보면 수행자의 출발에서

믿음의 힘이 갖추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드러냅니다.

 

반면, 이와 같은 법에 대한 환희, 부처님에 대한 귀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몸만 출가한 동생 쫄라 깔라의 믿음의 토대가 나약한 모습에서는

언제나 흔들리며 살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여주 신륵사 지장 보살님>

 

3. 정진의 힘

 

두번째는 정진력입니다.

 

악함은 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선함은 증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깨달음을 향한 수행에 대한 의지를 갖고 바르게 노력하는 것을 정진력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정진의 힘이 갖추어진 형은 공동묘지에서 부정관을 행하며

제행무상, 일체고, 제법무아의 불법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정진의 탄탄한 기반이 갖추어져 있었기에 형은 아라한이 될 수 있었고,

동생은 세속이 그리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여주 신륵사 나옹 화상 부도탑>

 

4. 집중의 힘

 

세번째가 염력(念力)입니다.

 

염력이란 집중의 힘입니다.

 

젓가락을 구부리는 것과 같은 초능력이 아니라,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차분히 관찰하는 힘을 말합니다.

 

형인 마하 깔라가 공동묘지에서 시체가 변해가는 모습에

집중하며 관찰하는 힘이 염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관찰할 수 있는 힘이

또한 수행자에서 탄탄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강 유람선>

 

5. 선정의 힘

 

네번째는 선정의 힘인 정력(定力)입니다.

 

선정의 힘은 단순한 집중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탐욕과 분노와 같이 선하지 않은 마음을 버림으로써 오는 마음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법구경 게송에 오관을 다스리고 음식을 절제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욕망과 감각적 쾌락을 떠남으로써 오는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형인 마하 깔라가 옛 아내를 만나도

세속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면에는

이러한 욕망과 감각적 쾌락에 동요하지 않는 탄탄한 정력을 갖춘

제자의 마음상태를 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주 신륵사 나옹 화상 석등의 천녀상>

 

6. 지혜의 힘

 

다섯번째는 지혜의 힘인 혜력(慧力)입니다.

 

지혜는 사성제와 삼법인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통찰력을 말합니다.

 

이러한 이해와 통찰이 기반되어 있기에 

비법(非法)에 동요하거나 흔들림이 없는 탄탄한 토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인 마하 깔라는 사성제와 삼법인에 대한

확고한 이해인 혜력의 기반 위에서 수행을 했습니다.

 

법구경의 위의 두 게송은 두 형제의 모습을 예로 드시면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수행자의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믿음, 정진, 관찰, 선정, 지혜의 5가지 힘이

뿌리깊은 나무의 뿌리와도 같은 탄탄한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