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6)> 코삼비 비구 이야기(2)
그러는 동안에 부처님께서 빨릴레이야까 코끼리의 시봉을 받으시며
우기 안거를 숲속에서 보내고 계신다는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사왓티의 재가 신자들, 특히 승단의 큰 조력가인
아나타삔디까(수잣타 장자)와 위사카 부인(녹자모) 등은
부처님의 시봉자인 아난 존자에게 편지를 보내어 여러가지 요청을 하였다.
그 내용은 주로 너무나 오랫동안 부처님을 뵙지 못하여 견딜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난 존자는 그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마침내 오백명의 비구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셔오기 위해서
빨릴레이야까숲에 도착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홀로 조용히 숲속에 계신지가 석달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갑자기 오백명이나 되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부처님 앞에 나타나면 번거로우실 것이다.
이 비구들을 여기에 남겨 두고 혼자 부처님께 가서
부처님의 뜻이 어떠하신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아난 존자는 나머지 비구들을
그 자리에 기다리게 하고 혼자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이때 코끼리는 다가오는 아난 존자를 보고 경계심을 내어
커다란 방망이 하나를 코로 감고 걸어 나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코끼리야, 그 비구를 경계하지 말아라.
그는 여래의 시자인 아난이니라."
그러자 코끼리는 곧 무기를 버리고
아난 존자의 가사와 발우를 받으려 하였다.
아난 존자는 그 친절을 거절하는 한편,
계율에 정해진 대로 자신의 소지품을
부처님께서 사용하시는 반석 위에 놓지 않고 흙바닥에 놓았으며
공손한 태도로 부처님께 존경의 예를 표했다.
코끼리는 이 비구가 계율을 잘 지키는지 어떤지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곧 이 비구는 계율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처님께서 아난 존자에게 물으셨다.
"너는 혼자서 왔느냐?
아니면 다른 동행자가 있느냐?"
"오백명의 비구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들과 함께 부처님께 인사드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저쪽에서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아난 존자는 잠시 그곳을 떠났다가
오백명의 비구들과 함께 다시 부처님 앞에 나타났다.
아난 존자는 비구들과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다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시기 전에
존귀한 신분의 태자이셨기 때문에
몸이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십니다.
이 외로운 숲속에서 홀로 계신 것이 무려 석달이신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으셨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시면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것은 잘못 안 것이니라.
여래는 아무런 불편도 없었느니라.
이 빨릴레이야까 코끼리가 모든 일을 잘 도와 주었기 때문이니라.
여래가 코끼리와 같은 동반자를 만난 것은 실로 다행한 일이니라.
그렇다면 비구들이여, 여래가 만일 빨릴레이야끼 코끼리와 같은
훌륭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했겠느냐?
비구들이여, 그럴 때는 차라리 화합하지 못하는 동반자를 버리고
홀로 고요하게 지내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세 편 읊으시었다
만일 진실하고 지혜로우며
덕 높은 벗을 만나거든
그와 함께 즐겁게 살며 마음 집중을 잘 수행하여
삶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라
그러나 만일 진실하고 지혜로우며
덕 높은 벗을 만나지 못하거든
마치 왕이 한 번 점령한 땅을 미련없이 포기하듯
홀로 자유로이 살아가라
마땅가 코끼리가 홀로 숲속을 거닐듯이,
그럴 때는 차라리 홀로 살아가라.
어리석은 자와는 벗이 될수 없느니라.
다만 홀로 살아갈지니,
악행을 범함이 없이 자유로이 숲속을 거니는
저 마땅가 코끼리처럼........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읊으셨을 때
오백명의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이 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사밧티의 많은 재가 신자들은
부처님께서 기원정사로 돌아오시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도 다시 비구들에게로 돌아가시기를 응락하시고
길 떠날 준비를 하도록 이르셨다.
이때 코끼리는 비구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비구들이 의아해하자 부처님께서는 그것은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일러주시었다,
코끼리는 숲으로 들어가 많은 과일을 등에 싣고 돌아왔다.
그리하여 비구들은 코끼리의 공양을 받았으며 곧 여행을 떠났다.
코끼리는 부처님과 제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배웅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코끼리에게 말씀 하시었다.
"빨릴레이야까야, 여래는 이제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여래는 다시는 이곳을 오지 않을 것이니라.
빠릴레이야까야, 너는 그동안 여래를 잘 시봉하였으나,
지금의 너의 몸으로서는 선정 삼매에 들수가 없고,
내적 관찰을 수행할 수도 없고, 도와 과를 성취 할수가 없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코끼리는 눈물을 흘렸다.
계속 따라오는 코끼리에게 부처님은 마을 사람들은
너를 해칠 수가 있으니 여기서 돌아가라고 하였다.
부처님과 비구들의 떠나는 모습을 보고
코끼리는 너무 가슴이 아파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코끼리는 부처님에 대한 정성스런 봉사, 존경, 애정, 신심이 공덕이 되어
그 즉시 33천상 세계에 빠랄레이야까라는 이름을 가진 천왕으로 태어나
황금 누각에서 살면서 수많은 천녀들을 거느리는 복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비구 일행들은 오랜 여행 끝에
마침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도착하셨다.
이 소식을 들은 코삼비 비구들은 어서 부처님께 용서를 구하고
참회하기 위해 사밧티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코살라 국의 빠세나딧 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코살라국의 국왕으로서 그리고 사왓티 성의 성주로서
저 화합할 줄 모르는 꼬삼비 비구들을 용서할 수 없으며
이곳 수도원에 들어 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승단 후원자 아나타삔디까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부처님! 저도 이곳 제타와나 수도원의 창립자로서
이 수도원에 계를 지키지 않는 그런 비구들을
들여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달래시었다.
"대왕이시여, 그리고 아나타삔디까여,
그들 비구들은 결코 나쁜 사람들이 아니오,
다만 그들은 잠시 서로간 의견상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며,
여래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던것 뿐이요.
이제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알아서 스스로 용서를 구하러 온다고 하니
그들을 받아 들이는 것이 좋겠소."
부처님께서는 코삼비 비구들을 따로 거처를 마련하여
다른 비구와 분리하여 생활하도록 했다
부처님을 뵙기 위해 찾아온 신자들이
"부처님이시여! 그렇게 다투기만 한 비구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이 여러번 반복되자 부끄러워 견디지를 못해
코삼비 비구들은 부처님께 울면서 용서를 간청했다.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참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너희들은 거룩한 붓다의 제자로서 스승의 여러 가지 충고와 노력을
모두 거절하고 끝끝내 화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사형 선고를 받을 지경에 이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는 부모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법이니라.
하물며 진리의 부모인 여래의 충고를 거절하고 너희들의 입장만을 고집하여
불화를 일으킴으로써 수행을 저버리고 스스로 나쁜 업을 지었으니
이것을 작은 허물이라고 하겠느냐?
비구들이여, 옛날에 부모의 말씀을 귀히 여겨서
잘 지킨 결과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왕자가 있었느니라.
너희는 마땅히 그 왕자를 본받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코삼비 국왕의 전생담인
디가우 왕자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해 주시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어리석은 자들은 목숨에 끝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무의미한 다툼을 계속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이 같은 사실을 알아
모든 다툼을 쉬어 버린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많은 비구들이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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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인의 도는 다투지 않음에 있다
노자 <도덕경> 에 "성인의 도는 다투지 않음에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노자는 '다투지 않음'을 성인의 경지의 척도로 삼을만큼
중요하게 바라보았는데, 부처님도 마찬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투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다투지 않을 사람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속담에는 '싸우면 미운 정이 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다투는 것이 일상화되고 장기화되면
있던 정도 없어지고 징그러워 집니다.
그래서,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어떻게 잘 선택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도 타일러도 다툼을 멈추지 않는
코삼비 비구들이 얼마나 징그러우셨던지 그들 곁을 떠나셨습니다.
진실하고 좋은 벗을 만나지 못해
악한 벗과 부딪히며 징그럽게 다투면서 살려면
차라리 숲 속을 거니는 자유로운 코끼리처럼 홀로 고독을 벗삼아 살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아울러 <법구경> 게송을 보면 무의미한 다툼의 무익함을 자각하라고 하셨습니다.
2.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그 자각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라고 하셨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진실을 명확히 자각하고 인식하여
무의미한 다툼으로 시간을 탕진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왜 부처님은 코삼비 비구들의 무의미한 다툼을 보고서 이 게송을 읊으셨을까요?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이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다툼과 증오 속에서
시간을 탕진하고 불행하게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바른 법을 공부하는데 전력하고(상구보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화합하며 살아가는(하화중생)
불교 수행자로서의 목적에 맞게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죽어서 후회하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잘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즉, '있을 때 잘 하라'는 것입니다.
함께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도 시간이 부족한 우리들인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을 잘 해가며 다툼이 있더라도
빨리 화해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수행자가 되기 위해 출가를 하였지만,
속인보다도 못하게 무의미한 다툼을 계속하다가
시간을 탕진하고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승가의 명예에 먹칠을 한 코삼비의 비구처럼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코삼비 비구 이야기와 법구경 6번째 게송을 잘 기억하여
살아 있을 때 행복하게 살고, 무의미한 다툼을 그만두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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